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Dec 06. 2022

국가기관 채용비리 내부고발자의 고백 – 2

국가 대표 감찰기관이라는 곳의 행태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439


당당하게 정식 감찰을 요청하라는 그녀의 후안무치함에 수년간 자행했던 채용비리의 형태를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기로 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자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엔 채용비리만이라고 생각했던 기관의 비리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기관장과의 대화>라고 되어 있는 게시판에 각종 민원성 제보들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 해당 지원사업과 관련된 또 다른 비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돈을, 비행기 삯부터 의료보험은 물론, 사소한 교재비용까지 국민의 혈세로 제공하며 심지어 비행기 삯은 배우자의 것까지 지원해주는 그야말로 자격미달이면서 현지 대학에서 박봉으로 일하던 무자격 강사들에게는 ‘개꿀’ 눈먼 돈이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현지 대학에 한국학과 교수로 임용하라는 조건을 갖춘 전문급 교수들이 누려야 할 혜택이었기에 가능한 지원이었다.


때문에 당연히 1년에 한 번씩 나오는 해당 기관의 모집공고에는 상당한 박사급 인력들이 몰렸다. 중국인 유학생으로 장사를 하는 한심한 한국 대학들이 부설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강사로 쓰는 강사들의 월급이나 처우가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의 교수가 맡는 대접의 1/3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러한 이유로 한번 해당 사업에 채택된 교수는 현지 대학의 연장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선발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원칙은 단 한 번에 한한다는 것이 해당 기관의 규정이었다.


즉, 2년을 파견되었던 교수가 연장을 해서 2년을 더해 총 4년을 했다면 해당 교수는 4년 이상을 해당 대학에 연장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었다. 워낙 처우가 좋은 지원사업 인터라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공정하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이었다.

그런데, 채용비리를 조사하던 중, 홈페이지의 기관장과의 대화에 무려 수년간, 십여 년에 가까운 기간에 이르기까지 마치 고정직으로 계속 그 꿀을 빨고 있는 자가 있어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부장의 답변이었다. 기관장과의 대화임에도 답변은 해당 사업 부서의 부장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부장은 긴 장문의 궤변을 변호라고 달아놓았다. 개략적인 변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해당 규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해당 규정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켜지고 있다. 다만 민원을 제기한 그 나라에 파견된 교수는, 한번 연장하여 총 4년을 혜택을 누렸고, 다시 5년 차가 되었을 때, 백의종군(이럴 때 쓰라고 한 말인지는 도무지 알지 못하겠다.)의 입장에서 다른 지원자들과 똑같이 다시 지원하여 ‘또’ 선발이 되어 다시 2년을 했고, 또 연장 신청을 하여 4년을 채우고 다시 백의종군하는 짓거리(?)를 반복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


법조계에 있는 친구들과도 이 어이없는 부분을 공유했더니 어이가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었지만, 이후 국민권익위의 비실명제보를 담당해주는 일을 하는 담당 변호사조차도 그들과 똑같은 설명으로 그것이 멍멍 소리임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본래 규정이든 법이든 그 제정 취지가 있는 겁니다. 이 규정의 제정 취지는 국민의 혈세로 엄청난 혜택을 주는 지원을 하는 사업이고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한 사람이 그 혜택을 계속해서 누리게 되는 것은 분명히 독과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을 단 한 번의 연장이라고 규정한 겁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대통령이 단임제인데, 그건 대통령을 연임하여 나올 수 없다는 거죠.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 임기 한 달 전에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다음 대선에 백의종군의 입장에서 국민들의 평가를 다시 한번 받겠다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궤변인 거죠.”


법조인들이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긴 하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 이 사업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위 기관장과의 대화에 궤변으로 점철된 변호를 늘어놓으며 부장이라는 자가 한 설명 중에는 결정적인 그 힌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설명 중에 ‘이 지원사업은 한국학과를 설립하거나 한국학 교수를 지원하는 제도로 만약 그럴 의향이 없는 나라의 대학은 과감하게 저희 기관 측에서 계약을 철회하고 더 이상 연장하지 않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 10년간의 자료를 다시 찾아보았다.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한국학과를 이미 설립해놓고 공짜로 지원받는 교수직을 수년간 혹은 십수 년간 지원받는 대학은 벌써 계약이 해지되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버젓이 수년간 혹은 십수 년간 그저 자신들의 싸구려 현지인 교수 말고 공짜 네이티브 교수를 받기 위해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나라와 대학들은 적지 않았다.


오히려 몇 년 가지 못하고 계약이 해지되는 나라의 대학들은 동유럽권의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아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수년간 해당 사업의 공고에 등장한 나라의 대학의 목적은 너무도 빤한 그저 공짜 네이티브 교수만을 지속적으로 얻어다가 쓰기 위함이어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정식 교수 고용 쪽으로 유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업무실적이나 외교 성과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지 관리하는 쪽을 택한 것이었다.  


본래 사업의 취지대로라면 해당 대학에서 한국 교수직을 설치하거나 교수를 고용할 모습도 보이지 않으면서 그저 공짜 네이티브 교수만을 지원받기 위한 것이 자명하다면 더 이상 그들에게 지원을 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편의대로 국민혈세를 쏴대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는 사업운영방식은 그뿐이 아니었다.

석사학위자와 박사학위자의 월급이 같지 않은 것은 대졸자와 전문대졸자의 시작하는 월급이 다른 것과 똑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지급하는 월급이 일률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분명히 모집공고에는 경력별 지급 월급이 상이하다고 되어 있었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십수 년을 장기 혜택을 누리는 자의 경우라면, 호봉제가 아니라 할지라도 첫해가 그가 받은 월급과 올해 그가 받은 월급은 상당한 차등이 있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변동없이 몇년째 똑같았다.(도대체 그것이 왜 비리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추후 별도의 주석으로 설명을 대신해주도록 하겠다.)

사실 파면 팔수록 더 많은 비리들에 대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었지만, 당장 상위기관에 정식 감찰을 요구하라며 당당히 말하던 감사실장의 후안무치함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만은 없어 구체적인 증거들은 정리하여 본부의 감찰실에 정식 제보를 했다.


그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 감사실에 정식 감찰을 요청하기 전, 본부에서 해당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부서의 장들과 직접 유선통화와 자료 제시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꼬리 자르기를 하면 이렇게 말했다.


“물론 저희가 본부에서 그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부서는 맞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희 부서에서도 일이 많아서 그 일만 할 수도 없고, 이미 그쪽 감사실장이 교수님에 대해서도 그리 좋게 얘기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감사실에 직접 요청을 하시던가 하는 편이....”


어이가 없었다.

워낙 비대한 조직이고 워낙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는 곳이기도 했지만, 정작 허구한 날 뉴스까지 나오는 사건사고의 복마전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감사실에서 자체 감사를 통해 비리나 문제를 적발했다고 한 적은 없는 마피아에 준하는 곳이라(이후 본부 출입기자들조차도 그곳은 비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되는 곳임을 공공연한 사실처럼 이야기했다.) 그런지 말단에 해당하는 담당자는 ‘일단 민원을 넣으시던 제보를 하시면 저희가 알아는 볼게요.’ 정도로 심드렁하게 대답하곤 끝이었다.


본부의 장관을 보좌한다는, 기자들을 관리하는 홍보실의 직원이 전화를 걸어 내게 물었었다.

“교수님이 이 제보를 통해 원하시는 게 뭔지를 말씀해주시죠.”


아주 잠시였지만 그 짧은 대화를 들으며 소름이 돋았더랬다. 내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명민한 그 젊은 사무관에게는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경청하는 듯 있는 증거자료를 최대한 보내달라던 여자 조사관은 최대한 빠르고 조속히 조사를 진행하여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어떻게 되었냐고 채근 전화를 하자 그녀는 지금 감사가 진행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저 뭉개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다른 부서도 아니고 관할 기관인데, 국가기관에서 본부 감찰실에서 자료 요청을 하는데 시간을 끌리도 없고 이 간단한 사실관계를 검증하는데 한 달 넘게 걸릴 일인가요? 게다가 제보와 다른 변명을 하거나 사실관계가 다른 말이 나오면 제보자인 나에게 다시 사실관계를 묻거나 대질심문을 해야 하는 게 감사의 기본, 아닌가요?”


그녀는 우물쭈물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나도 그녀가 그저 그녀의 부장과 실장에게 보고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허수아비임을 알기에 그녀에게 언성을 높여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허수아비로 내세운 본부 감찰실은 두 달이 지나고 백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이 시간을 끄는 수법으로 내가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을 기다렸다. 그즈음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에 정식 민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일반 진정으로 분류해서는, 워낙 민원, 진정 등이 많다면서 민원처리기간인 한 달을 넘기고나서야 마지막 날에 기계적인 답변을 다음과 같이 보내왔다.


1. 감사원은 국민이 겪는 어려움과 각종 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2.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2조부터 제24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기관, 단체, 공무원 등의 위법·부당행위 등을 대상으로 감사 제보를 받고 있고, 다른 기관에서 감사·조사 중이거나 이미 감사·조사를 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감사 제보에 대해서는 「감사 제보의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하고 있습니다.
3. 귀하께서 감사원에 제출하신 감사 제보를 확인·검토한 결과,
- 다른 기관(해당 기관의 상위기관인 본부)에서 이건 감사 제보와 동일한 내용의 민원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조사 결과를 민원인에게 회신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되어 감사원의 「감사 제보의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종결처리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 귀하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끝.


어차피 이따위 궤변으로 감사조차 거부할 생각이라면 도대체 왜 기간까지 연장까지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는지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 말 같지도 않은 감사원 민원 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다른 기관(심지어 그것이 문제의 해당 기관 감사실이라 할지라도)에서 감찰 중이거나 감사한 내용이라면 감사원에서는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당신은 저 헛소리가 타당하다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전 정권의 알박기라며 감사원이 전방위적으로 국민권익위원장이나 방통위원장에게 하는 짓은 해당 기관에 감사도 있고, 자신들의 정기 감사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사정을 칼날을 빼어 들고 물고서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놓지 않겠다고 으르렁 거린단 말인가?


국가기관들에 대한 감사라는 특수한 임무 때문에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의 수장이라는 자가 국회에 나와서 당당하게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하는 지경이니 그 밑에서 전국의 쇄도하는 민원을 담당하는 그 아래 담당 직원의 이 정도 개망나니 짓은 망나니 짓 축에도 끼지 않는다 할 것인가?


그래서 감사원의 린치를 받는 파란당 출신의 국민권익위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국민권익위에 이른바 내부고발자의 신분으로 변호사의 정식 지원을 요청하여 ‘비실명제보’라는 것을 감행하기로 하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44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