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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08. 2022

국가기관 채용비리 내부고발자의 고백 – 4

대한민국 요즘 기레기들의 천태만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442


예전에는 주요 언론이라고 하면, 조중동이나 공중파 3사정도 밖에 없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케이블 방송사부터 듣보잡 신문사들, 거기에 더해 인터넷 매체들에 이르기까지 개나 소나 기자라고 불리는 자들이 흘러넘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채용비리는 그 특성상 당연히 사회적인 이슈이고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범죄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채용비리에 더해 100% 국민들의 혈세가 특정 정부 기관의 전횡으로 펑펑 그들의 쌈짓돈처럼 낭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론화할 부분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처음 연결이 되었던 것은 스브스 뉴스 쪽이었다.


연차가 꽤 되어 준 데스크급이던 기자가 간략한 제보 내용을 보고 연락을 취해왔다. 그는 자신이 지금 그쪽 파트에 있지는 않아 직접 취재할 수 없지만 충분히 스쿠프가 될 거라고 여긴다며 자신의 후배 기자를 연결해드려도 괜찮냐고 의향을 물어왔다.     


쥐를 잘만 잡는다면 그것이 흑묘든 백묘든 상관없는 것은 당연했다. 우려되는 것은 요즘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이 기존의 기레기들이 가진 기레기 근성에 더해 ‘MZ기레기’로 거듭나 고쳐쓸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우려 아닌 우려가 있었다.     


그와 전화를 끊고 선배의 소개를 받았다며 담당 기자가 연락이 왔다.


해당 제보를 모두 받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체크라면서 최근 10년간 해당 프로젝트의 공고내용과 최종 선발된 이들의 최종학위 혹은 직전에 해당 국가의 대학에 있었던 인물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리스트라고 했다.

당연한 과정이고 기자가 해야 할 일이니 그렇게 하라고 의기투합이 되었나 싶었던 순간 그의 입에서 황당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해당 증거들에 대해서 교수님이 취합하시거나 자료를 정리해서 저에게 보내주시겠습니까?”

“네?”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기자인 너는, 도대체 너는 뭘 하겠다는 건데? 그 질문이 목 끝에 걸려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물었다.


“해당 기관의 감사실장이 자기 비리를 감추려고 들고, 본부 감사실에서도 빤히 하루 이틀이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감사 중이라며 시간을 끌고 있는데, 나에게 보여줄 리가 없잖아요. 특히나 최종합격자의 경우는 해당 대학의 홈페이지에 가면 검색할 수 있는데 그나마도 대개의 해외 대학은 자기네 홈페이지에 객원교수를 업데이트해서 올려놓지도 않아서 내가 전수 조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외통위 국회의원실을 경유하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지 않나요?”


“아! 그렇네요. 제가 소통하는 외통위 국회의원실 몇 군데에 도움을 요청해볼게요.”     


그의 어중간한 태도에 실망하기도 전에 공영방송의 여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수님. 이거 충분히 뉴스거리가 될 것 같은데요. 좀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넘도록 해당 기관의 채용비리와 횡령 부분에까지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여기자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황당한 멘트로 내 정신을 깨워주었다.     


“교수님. 그런데, 지금 몇몇 문제의 당사자들에 대해 실명과 국가와 대학명도 알려주셨는데요. 조금 더 많은 자료를 보강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특히 해당 수혜를 입은 자들이 본부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 혹은 조카 등등 지인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하나만 나오더라도 대박일 것 같은데요.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너는 뭘 할 건데, 기레기야?’


그 말이 혀끝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에 그녀의 비굴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렇게 증거를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그 자료를 가지고 데스크에 제가 의견을 타진해볼게요.”    


어이가 없어서 더 말을 섞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말로만 듣던 ‘MZ 기레기’라는 아이들의 공통된 행태에 넌더리를 내고 있을 즈음에 뉴스룸의 독보적 1위를 자랑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손사장네 방송사 기자가 연락이 왔다.


아마도 간략한 내용의 제보 내용만으로도 해당 국가 기관의 이름이나 ‘채용비리’라는 자극적이 이슈,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대화가 녹취된 감사실장의 궤변이 담긴 녹음파일이 그들에게는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것이긴 했던가 보다.     


그는 앞의 두 기자와는 다르게, 전화로 간략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더니 신뢰를 쌓고 좀 더 상세한 부분을 확인하고 싶다며 직접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해왔다.


그래도 앞선 두 기레기와는 달리, 시간과 공을 들이겠다는 자세가 달라보며 바로 다음 날 오전에 만나기로 하고 강남 인근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에 15분이나 늦은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속내를 고백하듯 말했다.     


“제가 지금 이 기사를 바로 작성해서 터트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요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해외에 나가서 욕설에 이상한 말한 것도 그렇고 그 이슈로 모두 소용돌이처럼 쏠려버려서 국정감사까지 파행으로 치달아버렸거든요. 교수님도 뉴스를 보셔서 잘 아시죠?”

“그렇더군요.”      


어떻게 인해 대통령의 욕설과 국민들의 한국어 듣기 평가가 국정감사의 파행으로까지 치닫고 정쟁에 묻혀버렸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그 언저리의 뉴스와 이슈는 언제나 옐로페이퍼 수준을 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교수님이 녹취자료를 주신 것도 오면서 다 들어봤는데요. 이 감사실장이라는 여자, 거의 막 나가는 워딩들이 방송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충분히 이슈가 될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채용비리도 비리지만 정리해서 보내주신 것처럼 해당 기관의 돈 세탁소처럼 국민혈세가 펑펑 낭비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정감사에서 몇 번씩이나 지적되어왔더라고요.”


“그렇죠. 그 기관에서 퇴직하는 사람들에게 전별금으로, 규정에도 없는 100만 원 상품권을 펑펑 날린 사실도 적발된 바 있고, 심지어 기자와 자기 지인들에게 명절 선물을 그 예산으로 집행했다는 것도 적발되었었고, 자기네 기관 부장급을 해외 지사에 보내면서 특별한 사업집행도 없이 집값과 월급이라 자녀 학비 지원 등으로 지사 예산의 60% 이상을 쓰는 짓까지 했다고 적발되었는데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뭐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본부에서부터 그쪽이 마피아라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자행되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거기 출입기자들은 왜 그런 사실을 폭로하고 고발하지 않죠?”


“교수님 참 고지식하시네요. 제보하실 때부터 정의감에 불타는 것은 알았지만, 고지식한 편이시네요. 지금 대장동 비리의 주역이 법조기자 출신인 건 아시죠?”


“네?”

그의 뜬금없는 설명에 내가 뜨악해하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이 건과?”

“법조비리를 법원 출입기자들이 몰라서 안 터트리나요?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할 때 받아쓰기하는 게 다 기자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다 마찬가지인 거죠.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인 거죠. 모든 정부 기관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그 기관의 비리들을 알지 못해서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지금 본부 감사실에서 그렇게 막는 것도 기자들에게 미리 약을 쳤다는 말입니까?”

“뭐 10년 전처럼 구체적으로 장관의 딸이 채용비리의 주인공이라던지 이런 충격적인 사안으로 내부에 있는 다수의 제보자들이 들고일어나서 썩은 부분이 어떤 기자가 쓰더라도 터질 사안이 된다면 당연히 다룰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이 사안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야 하는 기사거든요.”

“품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걔들한테 10년 치는 고사하고 5년 치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요청하게 되더라도 한두 달은 기본이고 걔들은 개인정보 어쩌고 하면서 최대한 알아보기 어렵게 자료를 뒤엉키게 해서 기자들이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끌 겁니다. 당장 하루하루 단독 기사를 내는 것도 고민되는 판에, 그렇게 오래 기다릴 기자도 없거니와 그렇게 자료가 오더라도 그걸 또 분석해서 해야 하는데 기자들 입장에서는 이 건으로 누가 죽어 나가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국회의원이나 장관이나 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청탁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아직 못 잡았는데, 이 정도 비리는 어느 기관이나 널려 있는데 굳이 그 자료를 다 찾아가면서 기사화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 하는 거죠.”

“다른 건 모르겠는데, K-POP이니 K-드라마니 해서 한국 문화와 한국학이 한창 뻗어나가야 하는데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질적 저하가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게 지적할 부분이 아니라고요?”

“교수님. 정말 고지식하시네요. 저야 교수님의 의견에 백번 공감하죠. 아니, 모든 기자들이 교수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 그 정의감을 못 알아듣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걸 기사화하는데 얼마나 많은 품을 들여야 하는지와 그에 비해 얼마나 히카리가 나는가에 대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기사화하기에 어렵다는 결론인 건가요?”

아예 에둘러 묻지 않고 정곡을 찔러 물었다.


“아니요. 일단 들어가서 선배들과 다시 얘기해보고 킵해두었다고 뭔가 터트릴 시점이 되었다고 할 때가 되면 그에 맞춰서 준비를 충분히 해서 터트려야 하는 건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고요?”

“물론 교수님이 답답하고 속상하고 억울하신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만, 현실은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세 명의 ‘MZ기레기’들에게서는 아무런 피드백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한 명은 ‘저는 아무래도 바빠서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으니 다른 기자들을 찾아보세요.’라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굳이 저희 방송사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다른 곳과 접촉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라고 하였고, 마지막 한 명은 아예 연락을 씹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 매체 중에서 나름 탐사보도로 이름이 있는 여기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녀 역시 중앙지법 앞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나 장시간 자료와 증거에 대한 설명과 증명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내 연락이 뜸해졌다.     

일단 누군가가 죽으면, 분신자살이나 충격적인 자살이면 더 효과적...

한참이 지나 겨우 연결된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그녀는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한 달 만에 해당 기관에서 받은 자료에는 사람 이름은 성밖에 안 담겨 있고, 학위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라고 모두 거부당했다면서 외통위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원활한 정보제공을 받거나 이 사안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실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래도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자백 아닌 토로를 해왔다.     


경찰에서 모든 수사를 하고 난 뒤 수사 보도자료로 돌린 문건을 적당히 취합하여 받아쓰기를 하거나 검찰에서 주는 찌라시를 받아서 기사를 쓰는 기레기들 말고 정말 취재를 해서 진실을 밝히려는 내가 알고 있는 ‘기자’는 이미 이 세기에는 멸종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기레기들이 그렇게 말하는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실에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먹고 전화기를 들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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