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공장에서 일하고, 건물경비원을 하던 그가...

두 여자의 믿음과 지원으로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

by 발검무적

1947년 미국 메인 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가 두 살 때 아버지가 "담배 사러 나간다."며 집을 나간 후, 가족을 버리고 떠나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와 그의 형 데이브(그의 부모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줄 알고 데이브를 입양했는데, 그 후 그를 임신했다)를 양육하며 돈까지 벌어야 했다.

그래서 따뜻한 가정적인 분위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생계를 위해 세탁 공장 인부와 건물 경비원 등을 전전해야만 했으며, 1971년에는 작은 공립학교의 영어 교사 자리를 얻었지만 수입은 여전히 날아드는 청구서를 처리하는데 모두 들어가 근근이 먹고살기 바쁠 정도로 적었다. 결국 그는 각종 성인잡지에 단편 소설을 싣고 그 돈으로 밀려드는 청구서들을 해결해야만 하는 삼류 작가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50편의 장편 소설, 200편의 단편 소설, 영화화된 작품이 무려 67편, TV 시리즈로 제작된 것만 31편에 이르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이야기이다.


에드가 엘런 포우, H.P. 러브 크래프트, 레이 브레드 베리 같은 장르문학 거장들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순수 문학에서까지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자,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그의 소설은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부 이상 팔려, 그는 역사상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의 스티븐 킹

어려서부터 워낙 가난했던 탓에 스티븐 킹의 집은 비교적 늦게 TV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덕분에 스티븐 킹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지기 전, 책과 친구가 될 자연스러운 기회를 얻었다. 어린이 만화에서 어른들이나 읽는 성인소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을거리들을 접했고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되었는데, 처음 습작이라고 내놓은 것이 만화책의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었다고 한다. 어린 스티븐 킹은 바로 완성작을 어머니에게 보여줬는데, 어머니는 밤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고는 너무도 기뻐하고 그를 칭찬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 그것이 만화책을 베꼈다는 사실에 실망하긴 했지만, 그에 이렇게 말해줬다고 한다.

"스티븐, 너만의 이야기를 써보는 건 어떻겠니?
너라면 훨씬 더 잘 쓸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그는 어머니의 칭찬 한 마디에, 자신만의 글쓰기를 시작한다.

처음 창작한 이야기는 네 쪽 자리 마법의 동물 이야기였는데, 어머니는 이 글을 보고 그에게 25센트를 구독료로 주었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글에도 구독료를 지급한 어머니의 칭찬 방식은, 한 어린 소년을 작가로 인정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창작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아이큐가 150이 넘는 형과 함께 사설 신문을 창간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형이 편집장 역할을 하던 이 신문에 자신의 창작 소설을 실은 것이다. 돈을 받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지면에 자신의 글을 담은 기념이 되는 사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븐 킹은 최초의 컬러 공포 영화 <함정과 진자>를 보게 된다. 영화를 좋아했던 스티븐 킹은 이 영화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책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일까지 형과 함께 진행하게 된다.

스티븐 킹은 이렇게 굉장히 중요한 책을 학교에 가져가 권당 25센트의 가격으로 팔기 시작한다. 40부 정도 찍은 책은 오후가 되자 36권이 팔려나갔고 스티븐 킹은 자신의 주머니에 9달러라는 거금을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린 이 책이 바로 그날 교장선생님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교장 선생님은 책을 보더니 스티븐 킹을 혼내기 시작한다.


"스티븐 너에게는 재능이 있어, 어쩌자고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썼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구나? 어쩌자고 너의 재능을 이렇게 낭비하는 일을 할 수가 있니?"


스티븐 킹은 선생님께 혼났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보다는 어머니가 해주었던 재능에 대한 칭찬을 다시 듣게 된 것에 기뻐했다. 그리고 책을 판매한 돈을 다시 친구들에게 돌려주며 <함정과 진자>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학창 시절을 마친 스티븐 킹은 스스로 돈을 벌며 학비를 마련해 대학에 진학한다.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일을 전전하던 중, 좋아하는 책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 도서관 사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태비사 스프루스. 훗날 스티븐 킹의 아내가 되는 그녀는 함께 시 창작 수업을 받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글을 제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그 결과 만난 지 1년 반 만에 결혼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고, 바로 아이까지 갖게 되면서 둘 다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스티븐은 세탁소 일을 했고, 태비사는 ‘던킨 도너츠’에서 일했다. 그 와중에도 스티븐은 꾸준히 소설을 쓰고, 완성된 원고는 성인잡지 같은 곳에 기고하여 돈을 벌었다. 그리고 얼마 후, 스티븐은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작은 학교의 영어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정작 교사일이 세탁소 일보다 훨씬 글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티븐은 늘어난 노동 시간 때문에 되려 글을 쓰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항상 즐겁게 창작을 하던 그였지만 그 당시만큼은 글을 쓰는 게 정말이지 어려웠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족의 생계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과 심신의 피로가 창작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쇼생크 탈출>이 그의 원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정도 상황이면 보통사람들은 돈도 제대로 되지 않는 글쓰기를 접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티븐에게는 '특별한' 아내가 있었다. 아내 태비사는 스티븐의 글이 큰돈이 되지 않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제나 남편의 창작을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그는 낮에 일로 지쳐 돌아와 밤마다 시간을 내어, 작품 구상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내용은, 예전 그가 고등학교 관리인으로 일하며 여자 탈의실을 청소하던 때의 경험과, <라이프> 지에 실린 염력 기사가 합쳐지면서 시작됐다. '정신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은 초경 전후의 나이의 사춘기 소녀들에게 자주 발견된다.'는 내용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렇게 그는 공포 소설을 구상하고 집필에 들어가게 된다.

그의 첫 히트작이자 인생작인 <캐리>, 1973년작.

시작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몇 장 쓰지 못한 어느 날, 그는 스스로를 탓하며 돌연 글쓰기를 멈추고 만다.

자신이 기고하던 성인잡지에 이 작품을 낼 수 없다는 계산이 섰다. 그렇지 않아도 게재할 공간이 줄어가던 시점에, 지금 구상을 마친 이 작품은 장편의 분량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장편을 투고해본 적도 없었고 써본 일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며칠 동안이나 구상하고 틀을 잡았던 소설을 접기로 하고 몇 장 써 내려가던 소설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다음날, 지쳐 학교에서 돌아온 그를 보며, 아내가 전날 버린 구겨진 소설 원고를 들고서 기다리고 서 있었다.

"이 소설엔 뭔가 있어요. 최소한 제 생각은 그래요."
<IT>의 주인공(?) 페니 와이즈

그의 아내는 이 소설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하니 얼른 완성시켜 보여달라며 글쓰기를 재촉했다. 아내의 이런 응원과 지지에 힘을 내어 스티븐은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 집필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그의 공식 데뷔작이자 인생작,『캐리』이다.

작품을 완성한 스티븐은 친구가 활동하던 출판사 ‘더블에이’에 원고를 투고한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서 수업하던 중에 스티븐 킹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급한 일이라며 교무실로 달려가 받은 전화기 너머로 흥분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방금 온 전보 한 통을 스티븐에게 읽어주었다.


『캐리』 선인세 2,500달러에 출간이 결정되었음.


1973년에 일어난 일이니, 50여 년 전의 금전 가치만을 따져봐도 이 금액이 당시 스티븐 부부에게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알만 할 것이다. 곧 책이 출간될 예정이니, 글만 쓰는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라고 먼저 제안한 것도 아내였다. 스티븐은 자신의 글에 자신이 서지 않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마음을 졸였다.『캐리』의 보급판 판권이 팔린다면 3만 달러(당시 스티븐의 연봉 3배 정도)만이라도 된다면 그렇게 결정하겠다고 스스로 마음을 졸이고 있던 차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은 어느 일요일,『캐리』의 보급판 판권이, 무려 40만 달러에 팔렸다는 전화가 왔다.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으로 탄생한 <샤이닝>, 1980년작.

통화를 끝내고 스티븐은 처가에 간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내는 이미 집으로 출발한 후라는 말을 들게 된다. 이 기적 같은 소식을 아내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던 그는 시내로 차를 달렸다. 그리고 갑자기 아내에게 어머니날 선물을 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값비싸고 굉장한 물건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일요일의 시내에 문을 연 고급 상점들은 거의 없었다. 결국, 스티븐은 고심 끝에 비싸 보이는 헤어드라이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이미 아내는 부엌에 있었다. 스티븐이 그녀에게 가만히 헤어드라이어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갑자기?”

아내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스티븐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보급판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스티븐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그녀는 남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작고 초라한 집 안을 둘러보며 곧 울음을 터트렸다.

'누구나 열심히 산다.'라고 말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저마다 힘겹게 사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꿈꾸며 호구지책으로 다른 일로 생계를 연명하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자신의 꿈을 접고 그저 생계를 유지하는 삶으로 돌아서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중의 몇몇은 자신의 꿈을 위해 힘겹고 지난한 삶의 과정을 통과하여 자신의 꿈을 이뤄내고야 만다.

그것을 온전히 그들이 혼자서 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매일같이 함께하며 지난한 삶을 견뎌내야만 하는 목적인 가족의 지원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이 되기도 하고 가장 시리고 아픈 칼날이 되기도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힘겨운 삶을 영위해나가는 가족에게서 받는 응원과 위로는 그 어떤 고난도 감수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당신이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당신에게 그러하듯

당신이 매일 같이 돌아가 마주하고 왜 사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가족이 그러하다.

남편의 무능을 탓한 강태공의 아내나

소크라테스의 악처도 있지만,

스티븐 킹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태비사도 있다.


당신은,

당신의 남편을

당신의 아버지를

당신의 아내를

당신의 자식을

어떤 존재로든 만들 수 있는 마법사와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당신의 가족이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라면,

당신은 지금 충분히 가족들에게 사랑을 온전히 쏟아붓고 있는가?

조금 짜증 난다고 해서

늘 보는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함부로 말하고 폄하하고

아무렇게나 대하지는 않았는가?


실패였다가도 성공으로 바꾸어 이뤄낼 기회는

아직 당신에게 있다,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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