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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을 부릴 거라면 순진한 척이나 하지 마라.

병인줄 알면서도 고칠 생각 없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by 발검무적
子曰: “古者民有三疾, 今也或是之亡也. 古之狂也肆, 今之狂也蕩; 古之矜也廉, 今之矜也忿戾; 古之愚也直, 今之愚也詐而已矣.”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백성(사람)들이 세 가지 병〔疾〕이 있었는데, 지금에는 이것마저도 없구나! 옛날의 狂은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었는데〔肆〕 지금의 狂은 방탕하기만 하고〔蕩〕, 옛날의 矜은 행동에 모가 난 것이었는데〔廉〕 지금의 矜은 다툼에 이를 뿐이고〔忿戾〕, 옛날의 어리석음〔愚〕은 정직한 것이었는데〔直〕 지금의 어리석음은 간사하기만〔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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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에서는 三疾(세 가지 질병)이라는 표현으로 성인의 가르침이 통용하던 옛날과 그것이 자취를 감추고 변질되어 버린 당대의 현실을 狂(광), 矜(긍), 愚(우)의 셋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논어(論語)>뿐만 아니라 모든 고문(古文) 공부에 있어서 본래의 한자의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시대에 그 문맥 안에서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이 장에서 三疾이라 표현된 狂(광), 矜(긍), 愚(우)의 개념에서부터 그 상대적인 개념으로 등장하는 용어들에 이르기까지 이 장에서는 어느 한 글자로 허투루 해석했다가는 공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미묘한 행간의 의미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주자는 해석에 앞서 가장 먼저, 공자가 왜 三疾이라는 질병이라는 자극적인(?) 비유를 들었는지에 대한 그 대의(大意)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다음과 같은 주석으로 이 장의 해설을 시작한다.

기운이 화평함을 잃으면 병〔疾(질)〕이 된다. 그러므로 기품이 편벽된 것을 또한 병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옛날의 이른바 병이라고 한 것이 지금에는 이것마저도 없어졌으니, 이는 풍속이 더욱 야박해짐을 슬퍼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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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자의 본격적인 세 가지 사안에 대한 설명과 그 상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개념어들에 대해, 주자는 글자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하듯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하고 있다.


‘狂(광)’은 志願(지원, 품은 뜻)이 너무 높은 것이다. ‘肆(사)’는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음을 이르고, ‘蕩(탕)’은 큰 한계를 넘은 것이다. ‘矜(긍)’은 자신을 지키기를 너무 엄하게 하는 것이다. ‘廉(렴)’은 모가 나서 엄격함을 이르고, ‘忿戾(분려)’는 다툼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愚(우)’는 미련하여 밝지 못한 것이다. ‘直(직)’은 〈감정대로〉 행동하여 제 마음대로 이루는 것이요, ‘詐(사)’는 사사로움을 끼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다.


주자의 해설을 따라 논어에서 해당 개념어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면 공자가 그 의미를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간략하게 서술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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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광)’은 <맹자(孟子)>에서 맹자가 공자의 뜻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진심(盡心) 하(下)에서 더욱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일단 <논어(論語)>에서 역시 ‘뜻이 높다’는 의미나 ‘진취적 기상이 넘치다’ 혹은 ‘대범하다’ 정도의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데, 유일하게 앞서 이 편의 8장에서만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예외를 보인 바 있다.


뒤이어 등장하는 ‘肆(사)’는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라 주자는 풀이하였는데, 뒤에서 공부하게 될 ‘미자 편(微子篇)’의 8장에 언급되는 ‘은거방언(隱居放言; 숨어 살면서 거리낌 없이 말하다)’이라는 구절에서 ‘방언(放言)’의 의미와 일맥상통하게 사용되는 글자이다. 한편, 주자가 ‘큰 한계를 넘은 것’이라는 다소 애매한(?) 설명으로 표현한 ‘蕩(탕)’이라는 용어는 현대용어로 바꾸자면 ‘방탕하다’라는 의미나 ‘방자하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풀이할 수 있어 은자(隱者)가 취해야 할 태도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를 너무 엄하게 하는 것’이라 설명된 ‘矜(긍)’의 의미는 앞서 공부했던 ‘위령공(衛靈公) 편’의 21장에서 ‘긍이부쟁(矜而不爭)’이라고 언급된 내용에서 사용된 의미와 같이 ‘자긍심을 가지고 행동하다’ 정도의 이해하면 크게 어긋남이 없을 듯하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矜의 의미인 즉, 견(獧)이 옳다고 했는데 견(獧)이라는 것은 또 <맹자(孟子)>에서 광(狂)과 함께 언급되는 견(狷)과 같다. 앞서 언급했던 <맹자>의 설명에서, 공자가 말했던, ‘中道의 사람을 얻지 못할 때는 狂狷의 사람과 함께하겠다’라고 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 해설이니 다산(茶山)의 이 설명은 충분히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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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사용된 ‘廉(렴)’에 대해 주자는 ‘모가 나서 엄격함’이라 풀이하였는데 모가 났기 때문에 엄격하다는 의미보다는 지나치게 엄격함을 강조하는 자의 성향은 둥글둥글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무조건 남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소인의 경우에는 남들과 다툼을 유발할 뿐이나, 군자이면서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사람은 그런 일이 없음을 ‘위령공(衛靈公) 편’의 21장에서 설명한 바 있다.


마지막에 언급된 ‘愚(우)’와 ‘直(직)’은 본래 사용되는 의미에서 크게 색다르거나 거리를 두는 의미는 아니기도 하고, 특히 바로 앞 8장을 공부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된 내용이 있었기에 설명은 생략한다.


이처럼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가 갖는 무게를 모두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범 씨(范祖禹(범조우))는 궁극적으로 공자가 왜 당대의 현실을 옛날과 비유했는지에 대한 본의를 잊지 말라며 이렇게 이 장의 가르침을 정리한다.


“末世(말세)에는 거짓이 불어나니, 어찌 현자만이 옛날만 못할 뿐이겠는가. 백성들의 性(성)의 가리움도 또한 옛날 사람과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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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당대의 현실과 대비하여 옛날이라 지칭하는 시대는 당연히 요순(堯舜) 시대에서 우탕(禹湯)을 지나 문무(文武), 주공(周公)까지의 이른바 성인의 태평성대 시대를 의미한다.


굳이 마지막 주석의 설명처럼 공자가 당대의 세태를 末世라며 한탄한 것까지는 아니었겠으나 그 해설의 방점은 그 앞문장이 아니라 뒷문장에 찍혀 있다. 즉, 정말 말세가 되어가게 되면, 거짓이 불어나니 賢者만 옛날만 못한 것이 아니라 백성도 품성이 옛날 사람만 못하게 되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 태평성대의 시대까지는 아닐지라도, 시대가 아무리 악화되고 변질되어 갈지라도 인간의 순수한 품성만은 墮落(타락)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장의 메시지인 것이다.


이 장에서 지칭하고 있는 세 가지 항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날 본래 해당 개념어로 설명되는 이들이 한쪽으로 치우침이 심해 훌륭하지 못하다고 지적을 받았을지언정 그 한쪽으로 치우쳐 경도된 것이 나쁜 것이니 그 개념을 강조한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균형을 잃은 것 때문에 부족하고 온전하지 못함을 지적받을지언정 그래도 자신이 치중하여 힘주는 개념에는 충실하였는데 지금은 그나마 그 개념의 강조마저도 보이지 않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추잡한 끝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장에서 시대를 거듭하고 말세로 오면서 그들이 그렇게 변질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 왜냐구? 그 이유가 너무 빤해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자신만의 지조나 지향점조차 없어져버리게 된 현실이 이 사회를 좀먹고 무너뜨리는 도미노의 트리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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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예절을 제대로 지키거나 세심한 부분의 예절을 갖추지는 못하였으나 시원시원하고 호방한 구석이라도 있던 광자(狂者)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방탕하기 그지없는 자들이 그 글자로 자칭하며 활보하고, 행동함에 있어 질서가 있고, 지조가 있던 긍자(矜者)는 이젠 그 이름을 쓰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조잡한 것으로 화를 내고 다툼을 조장할 뿐이다. 옛날의 어리석은 자(愚者)는 말 그대로 우직한 맛이나마 있어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인정하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비굴하고 간사한 자들만이 남았으니 그저 어리석은 자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수천 년 전의 공자가 그 보다 오래되지 않은 시대의 옛날에 비유하며 한탄했던 상황이었음에도 수천 년이 지난 작금의 시대는 그보다 훨씬 더 악화되어 이젠 말세(末世)라는 말조차도 무색해버리고 말았다. 시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것은 과학기술뿐 사람들의 사유나 인간의 사회의 자성(自省)을 통한 발전과 진화는 요원한 바람뿐인가 하는 탄식만이 흘러나오게 만든다.


그렇게 연일 기레기 종편을 통해 흥행가도를 가장하던 빨간당의 전당대회는 어퍼컷을 다시 휘두르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 빨간당이 여당이 된 것을 자축하는 파티를 벌이며 아무런 이변 없이 대통령이 원하는 그림대로 시뻘건 자기 조직의 프레임을 완성시켰다. 얼굴이 탈처럼 경직되어 버릴 것 같은 당대표나 그 뒤에 서 있는 최고의원이니 청년의원이니 하는 자들의 면면이 모두 충실한 용산 대통령실의 스피커를 자청해 왔던 이들임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아마도 파란당에서 그나마 머리를 미용실에 갈 때만 사용하지 않는 자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빨간당의 전당대회 결과에 혹여라도 균형과 견제의 목소리가 담긴 다채로운 결과를 나타내는 기미라도 보였더라면 파란당은 오히려 내년 총선에 아무런 희망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인데, 저렇게 대놓고 자기 사람을 챙기는 꼬락서니로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돛을 올려주니 이제 빨간당의 자멸, 혹은 공멸을 바랄 여지가 생겼음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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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일 이어지는 파란당 죽이기의 기치를 올린 기레기 종편의 홍보 보도에 의하면, 파란당의 당대표와 유관한 재판 속에서 나오는 지저분한 진흙싸움에 해당하는 말들과 그중에서도 나름 측근도 아니라고 부정당하고 양심고백을 했다고 떠드는 자의 퍼포먼스가 주류였다.


누차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파란당의 당대표가 어렵기 그지없는 유년시절을 보낸 전형적인 흙수저였다는 이유로 결백하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유년시절 가난했던 흙수저들이 이른바 어렵게 자수성가를 하고 나서 얼마나 지저분한 짓으로 자신과 그 주변을 더럽히는지는, 오로지 사리사욕을 채우겠다고 빨간당에 들어가 빨간 넥타이를 흔드는 퇴물 정치인들을 통해 충분히 목도한 바 있으니 굳이 구체적인 설명조차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가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자수성가한 것도 그렇고 돈을 밝혔으며 변호사를 지나 시장, 도지사, 국회의원, 당대표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인 행보를 한 것이 모두 지저분한 빨간당식의 사리사욕 채우기였다고 매도하기에는 아직 내가 구체적으로 확인한 그 어떤 크로스체크할만한 정보가 없기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내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대목은, 그와 해외출장까지 같이 나가서 골프를 쳤는데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같이 골프를 쳤던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니 유죄라던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위해 맹목적인 사이비교도의 신자처럼 충성을 다했는데 팽당했고 이제사 눈을 떠서 진실만을 밝히고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서도 벌을 받겠다며 광자(狂者)이자 긍자(矜者) 행세를 하고자 하는 자의 퍼포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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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음악을 전공한 예체능 전공자라 퍼포먼스에 강한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겠으나 수사받기 직전에 건물밖으로 황급히 핸드폰을 내던졌다는 둥,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에 들어가 있으려고 했다는 둥 하는 이른바 싼마이급 발연기가 기레기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부터 도대체 어떤 자인가에 대한 의아함(의문 아니고)이 들긴 했었다.


서울 한복판을 들썩였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의 조합장을 한다는 이들을 전부 매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강북은 물론, 경기권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조합장을 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게 뒷돈거래를 통해 구속되어 감옥에 가거나 하는 일은 너무 흔해서 뉴스에서조차 자세히 다루지 않는 지경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다시 말해, 그 자리는 다른 어떤 의문의 여지없이 돈이 꼬이기 때문에 움켜쥐는 자리라는 점이 핵심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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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경기도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조합장으로 뜬금없이 부동산 사업(사업엔 여러 의미가 있긴 하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에는 이견이 없을 듯싶다)에 본격적으로 투신한다. 그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지는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가 벌인 사리사욕의 추악한 민낯에 물 대강 묻히고 나서 양심적인 사람인 양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의 승냥이들과 부화뇌동하는 꼴에 기레기 언론마냥 고개를 끄덕여주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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