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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y 09. 2023

게임개발에 스토리텔링이 누락되어 벌어진 어이없는 상황

게임업계의 대표들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너무도 뻔한 한계에 대하여

<전설의 고향>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물론 요즘 MZ세대들에게는 리메이크 시리즈정도로 인식되겠으나, 40대 중후반으로 간다면, 그들에게 <전설의 고향>은  1977년 '마니산 효녀' 편으로 첫 방영이 시작된 이래 1989년 578회 '왜장녀' 편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12년간 방영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독특한 공포물(?)이었다.


사실 <전설의 고향>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자면, 처음 제작의도나 실제 제작된 흐름은 그렇지 않았으나 당시 작품을 집필했던 허접한(?) 모 작가(심지어 그는 일주일에 한편씩 쓰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사극 전문작가로서의 습작을 충분히 끝내고 사극전문작가로 이름을 날리기까지 했다.)의 생각 없는 소재 메우기를 통해, 그 세대의 한국인들에게 일본 구미호나 설녀, 도깨비를 우리나라의 것인 양 일제화 교육에 대놓고 앞장섰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드라마에서 무슨 대단한 역사적인 고증을 바라냐고, 그냥 되는대로 가져와 어차피 허구로 창작되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흥분할 필요 있겠느냐 푸념을 내놓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어디에도 없는 판타지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버젓이 일본의 전설과 민담에 등장한 디테일한 존재들을 그대로 한국의 토속적인 존재인 것인 양 끄집어 와서 그대로 카피해 버린 것은 최근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최근 2020년 시즌1에서 매력적인 산신 출신이라는 남자 구미호를 등장시킨 이후, 시즌2로 다시 돌아온 <구미호뎐 1938>만 보더라도 부모와 삼촌세대가 <전설의 고향>으로 구미호가 꼬리가 아홉 개 달려있고 사람의 간을 빼먹고 사는 요괴였다는 기억에서 더 나아가, 대놓고 1938년 일제 강점기에 일본 요괴까지 등장시켜 놓고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인 구미호를 한국을 대표하는 요괴인 것처럼 대놓고 일본 요괴에 적대하는 개념으로 놓는 것 자체가, 이걸 일본인들이 본다면 어이가 없다 못해 한심하기 그지없을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뭐 이미 당연히 짐작했겠지만, 구미호는 버젓이 일본의 전설과 민담을 아로새긴 명백하기 그지없는 일본의 요괴이다. 당신이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 기억하고 있는 눈보라를 일으키는 설녀(유키온나)나 말피를 보면 오금을 저리지 못하고 씨름을 좋아한다는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그 도깨비도 버젓이 일본의 요괴이다.


일본의 만화와 드라마를 짜깁기해서 전 세계를 강타했던 <오징어 게임>이 오리지널리티와는 상관없이 한국에서 제작되었으니 결국 누가 홈런을 치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그 이전에 에피소드들의 아이디어나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이 이미 다른 나라의 다른 이들에게 의해 버젓이 창작되었다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한국의 김치를 '기무치'라고 하여 마치 일본의 식품인 양 전 세계의 마트에 뿌린 일본이 승자인 것과 같은 자본주의 논리로 이야기한다면 한때 전 세계를 풍미했던 일본 아니메의 소재들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일본 요괴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 한국 것인 양 차용되어도 심지어 한국의 요괴로 일본의 요괴와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황당하고 신박한 개소리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일본의 3대 요괴중 하나인 금모구미호(하쿠멘콘모우큐비노 키츠네; 白面金毛九尾の狐)


작년 여름 한국에 들어와,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아무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한국 게임업계를 비롯해서 전 세계 게임사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더랬다.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을 전문분야로 삼고 있는 글쟁이인지라 게임 개발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을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분석이 위주였다. 기본적으로는 이른바 'K-컬처'라고 하는 한국적인 스토리텔링과 한류 문화를 게임문화를 통해 그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가가 이슈였다.


그런데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에서 막혀버렸다.

게임개발을 하고 있는 메이저 게임사들의 개발팀 내에 스토리텔링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게임은 기형적인 발전으로 주먹구구식 치킨런을 하는 중이었다.


PC게임이든 콘솔게임이든 모바일 게임이든 사실 서사가 기본이어야 한다는 나의 상식(?)은 그들에게는 아예 식립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리니지>라는 게임으로 돈을 모았던 엔씨는 '리니지 라이크'라는 이름을 만들어내면서까지 그들은 그 캐시카우의 아류 벽을 넘어설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증거로, 국내 매출에만 의존할 뿐 해외 매출에는 절반은 고사하고 그 반의 반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이면서도 한때 천재소녀였던 대표의 아내가 미국 법인의 대표에서부터 문화재단의 이사장등 주렁주렁 대표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북미 유럽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음에도 경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안팎으로 호된 질책을 받고 있었다.


<검은 사막>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내며 공전의 히트를 치고 주식까지 상장시킨 펄어비스는 그 이후 제대로 된 어떤 후속작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게임의 실감 나는 타격성만으로 인정을 받은 현재 의장에 의해 개발된 게임은 첫 론칭작품으로는 좋았지만, 그 이후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타격감 있는 게임엔진을 통한 기술적인 구현에는 성공했지만,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류여야 한다는 점은 까맣게 잊고 있는 듯했다.


후속작으로 제작 중이라는 <붉은 사막>이나 주가를 단기간에 올리기만 했을 뿐 군불만 때면서 내놓지도 못하는 <도깨비>의 수년 전 트레일러를 보더라도 기술적인 성장 이외에 기발한 스토리나 캐릭터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사막>의 '아침의 나라'에 등장한 구미호

요 몇 달 전 <검은 사막>의 새로운 이야기로 덧붙여진 '아침의 나라'를 보면서 그 실망감은 펄어비스의 게임 개발팀에 스토리텔러가 없다는 절망감으로 확인ㄷ히고 말았다. 한국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라고 하면서 내놓은 것이, 버젓이 구미호가 아홉 개의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임을 확인하고는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졌다.


나름 메이킹 필름이랍시고 만든 그들의 홍보 영상을 보면서 캐릭터나 서사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등장한 인물의 담당파트가 디자이너라사실을 보면서 그 개발팀에 스토리텔링을 전담한 전문가가 없다는 확신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등 모든 것들은 당연히 그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다.


제대로 된 스토리 텔러가 없는 경우, 게임의 IP는 기형적인 형태로 급조되기 마련이다. 예컨대, 펄어비스가 투자하여 이번에 론칭한 빅게임스튜디오의 <블랙 클로버>의 경우는 그 IP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빅게임스튜디오의 주 개발팀의 멤버들이 <일곱 개의 대죄>라는 애니메이션을 IP로 삼아 게임을 만들어 히트를 쳤던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그들이 잘하는 쪽에 올인했다는 점에서 오타쿠들의 코 묻은 돈을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엔씨가 기존 3N에서 밀려나면서 스마일게이트나 크래프톤을 필두로 한 SK2가 새로운 게임계의 강자로 진입하게 된 흐름이나 전 세계 게임업계의 흐름을 읽어보더라도 오리지널 IP를 창작해서 보유하고 있지 못한 회사는 도태될 뿐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그들은 대놓고 간과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게임의 타격성이나 획기적인 엔진의 개발에 매달렸던 펄어비스의 의장이 애초부터 그쪽 개발자 출신이었다는 점은 그가 거액의 연봉을 받고 더 확실한 캐릭터의 움직임과 타격을 보여줄 수 있는 개발팀장이었을 때는 장점이었을지 몰라도 게임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야 하는 의장의 입장일 때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전체를 아우러야 할 확장의 독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네 어쩌고 떠들어대는 한때 날리던 천재소녀가 엔씨 미국 법인의 대표를 맡으면서 북미와 유럽쪽에서 그렇다할만한 그 어떤 눈에 띄는 성과나 이벤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대표의 아내이기 때문에 대표의 동생과 마찬가지로 책임지지 않는 가족경영으로 회사를 말아먹고 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다.


그녀에게 북미와 유럽에 한국적인 콘텐츠를 이용한 마케팅과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임원이나 팀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전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얼마나 대단한 거대사의 피라미드 구조인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잡아먹고서 결국  미팅은 약속조차 잡지 못하고 어그러져버리고 말았다.


게임 관련 협회의 장을 맡고 있다는 대학의 교수에게까지 이와 같은 상황을 알리고 게임사의 대표들과 집담회라도 열어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연통을 넣자, 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꾸했다.


"게임사 대표들이 대부분 히키코모리 오타쿠 같아서요. 저도 만나서 대면해보지도 못했고, 제가 연락한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저 무슨 행사 있을 때 겨우 스쳐 지나는 정도가 다입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어이가 없었다.

제대로 된 학술적인 베이스가 갖춰져 게임계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레벨이기에 카이스트 출신의 대표들 입장에서는 그런 자와 겸상하는 것 자체가 아무런 실익이 없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랍시고 이름을 내놓고 게임으로 밥을 먹는다고 할 정도라면 그래도 소통은 가능하려니 생각했는데, 겨우 게임사의 홍보 전담 직원에게 연락하는 것이 고작이라니 그다음은 묻지 않아도 빤할 뻔자의 상황이었다.

7조의 재산을 반띵 해야 하는 이혼소송을 앞둔 모 대표에게 지금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유수한 회사들이 돈을 굴리는 것에 익숙한 투자 쪽의 인물들은 영입하면서도 정작 게임 개발의 서사를 담당하는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위한 포지션을 구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카이스트에서 학위를 받은 크래프톤의 대표는 올해 신작을 대차게 말아먹고 주식도 전년대비 반토막이상 내놓고, 잘 쓰인 판타지 소설(한국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을 IP로 삼아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을 오리지널 IP로 하는 게임개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게임을 위한 IP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IP가 있는 경우, 게임사는 오리지널 IP에 대한 로열티 등으로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오리지널 IP를 위주로 한 게임사들은 재정적인 면에서 실속을 갖추게 되면서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높은 편이다.


김정주 대표가 유명을 달리하고 난 즈음, 유일하게 한국의 게임사 대표 중에서 비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단 이가 대표를 하는 넥슨의 경우는 조금이나마 그런 쪽에 인식을 하려고는 하는 듯 싶었다. 왜냐하면 그나마 그는 언론에 노출된 강연이나 인터뷰 내내 스토리텔링이, 오리지널 IP를 창작하고 개발해 내는 것만이 차세대 먹거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며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중시하겠다고 떠들어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정의 늪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다른 게임사들도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의 게임사들은 유선 연락을 고사하고 모든 대화의 창구를 이메일로 받고 있다. 그 말인즉은, 수많은 스팸과 쓰레기 제안 메일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을 창구의 직원이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간단하지 않은 제안서를 시험 삼아 그들의 이메일에 넣었을 때 그들은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참고로 게임 관련 기자들이나 그 분야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정련된 내용들이었다는 것은 새삼 비밀도 아니었다.

엔씨와 크래프톤의 홍보 관련 팀장들은 유선통화를 통해 '우리 부서는 콜라보가 아니면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지방 공무원이 구사한다는 업무분장을 들고 나오며 귀찮게 왜 더 일감을 자신에게 던져주냐는 식으로 도리어 짜증까지 냈더랬다.

        

해외 유수의 대학에 초빙되어 다니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내가 느낀 망하는 대학의 원인을 촉발하는 이유는 늘 하나였다.


나를 초빙하여 뭔가 성과를 만들어달라고 매달리는 것은 언제나 대학총장이었다는 사실과 그 밑에서 일하는 학과장이나 행정 관련 팀장급들은 행여 자신들의 밥그릇을 건드리지는 않을지 그리고 왜 굳이 일을 더 늘려서 뭔가를 해야 하느냐며 자신의 라인으로 들어온 제안이 아닌 것은 모두 잘라버린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게임사의 대표들이 직접 게임을 개발하느라 바빠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엄청난 재산으로 한국 주식 부자 랭킹에 들어가 있는 적지 않은 그 게임사 대표들이 과연 맨날 자신들의 루틴을 벗어나 청바지를 입고 나와 얼굴 옆에 마이크를 차고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그놈의 임원의 다양성이나 스토리텔링을 통한 창작 IP의 개발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만나는 분야와 사람들이 보다 넓어져야 함을 누군가는 일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시장에서 한국시장은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한국시장을 점유하려는 해외 게임사의 침략(?)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그들이 게임의 정서에 그리고 서사에 한국적인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것은 이제 한국 시장을 위한 투자를 넘어 한류로 하나가 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아쉽게도 그 스토리텔링은 구미호가 한국 요괴랍시고 대강 저급한 웹소설 수준의 이야기를 꾸며대는 수준의 브런치 작가 수준의 가짜 글쟁이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인문학을 논함에 있어 10여 년 이상의 독서와 사유를 통해 쌓은 내공으로도 섣불리 완성하지 못하는 것처럼 판타지나 SF 등 기발하기 그지없는 창조를 위해서는 그것을 탄생시킬만한 깊은 내공의 독서와 공부를 통한 데이터가 이미 십수 년 넘게 누적되어 있는 포텐셜을 가진 글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수준의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런 이들이 모이고 모여 한국 게임이 지금의 답보상태를 깨뜨리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게임업계 대표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 분야의 임원이라, 이 글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 행동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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