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정말로 끝을 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그 어느 초여름날

by 발검무적

2년 전 6월 초 이 즈음의 날이었더랬습니다.

<논어>를 끄집어냈던 것은 <채근담>을 토대로 한 고전을 풀이한 에세이를 쓰기 위한 몸풀기정도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아무래도 대형 서점의 서가 한켠을 가득 채울 정도로 관심들을 가지고 있는, 제대로 읽은 사람은 없지만, 들어보지 못한 이들은 없는 동양 인문학 서적 중에서도 바이블급으로 꼽히는 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학이편의 첫 편 첫 장으로 시작하지도 않고 학이편의 끝자락 어느 즈음에서부터 A4 2장 남짓되지도 않는 에세이도 아닌, 그렇다고 시도 아닌 <논어 읽기>를 툭하고 시작하고야 말았습니다.


글쓰기 플랫폼으로도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안의 툴이나 사진을 넣는 것조차 영 손에 익숙지 않은 그즈음의 시작이었더랬지요. 그럼에도 시작한 그 날이후, 빨간 날만 빼곤 매일 같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 조금 지났던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리즈라는 것이 본래 그렇기도 하지만, 체계라는 것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0일 즈음이 되면서 <논어 읽기> 시리즈는 어느 사이엔가 내게는 하루를 여는 일상의 루틴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총 497장의 글(중복된 장이나 일실 된 장을 제외하면 지금 쓴 글을 헤아려보니 꼭 490 꼭지군요.)을 하루에 한 장씩 정말로 모두 완독 할 것이라고는 마음을 그리 먹지도, 차마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그즈음부터 <논어 읽기>는 꽉 찬 A4 4장짜리의 그야말로 묵직하기 그지없는 시리즈 칼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상의 짧은 글, 그저 스쳐 지나는 단상을 메모하는 낙서 같은 글,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그저 한번 쓰윽 읽혀내려 가는 글들이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의 분위기에는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분량과 내용과 무게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제 내일 아침부터는 <논어> 읽기의 알람이 울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간 매일 아침 발검스쿨에 올라와 함께 강독해 준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독하며 제대로 읽은 독자가 단 한 명도 없을지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다가 알게 되었거나 우연히 다른 작가를 통해 알게 되었다며 들어와 재미있게 읽다가 스쳐 지나간 그 모든 분들의 잠시나마의 관심과 열독에도 빠지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일차적으로 그 수많은 <논어>의 해설서중에서도 어느 하나 괜찮은 것이라 추천할만한 책 한 권없는 그야말로 중구난방 우후죽순 격의 한심함에 제대로 된 교과서를, 한자나 고문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책을 엮겠다는 작은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물론 소기의 목적은, 그 내용이 담아내는 궁극의 가르침, 배우고 익혔다면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공부하는 이들의 양심에 아로새겨 이제 배우기 전, 알기 전의 후안무치함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그 공감이 모이고 모여 우리 사회를 바꾸는, 진정한 정치를 해보려던 것이었습니다.


알면서도 안 하고, 잘못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기는 자들이 이리 강인한 암세포처럼 사회 곳곳에서 버젓이 엄마이고 아빠이며, 교사이고, 경찰이며, 검사이고 판사이며, 의사이며, 국회의원이고, 고위공직자라며 거들먹거리는 사실을 뒤집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펐던 것은, 자신들이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라 자부하며 언제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자들이, 제 글을 읽고나서 참 감사한다고, 이런 내용을 통해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고 제대로 사회를 바로잡아가자고 떠들며 바로 돌아서서는 주판알을 튕기며 적당히(?) 사회를 좀먹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맹자>나 <대학>, <중용>으로 이어볼까 했던 잠깐의 생각은 그냥 접기로 하였습니다.

브런치에도 이 시대에도 동양고전 원문 읽어주기는 어울리지 않는 작업이었던가 봅니다.


물론, 모든 희망을 저버렸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는 쓰고 싶지 않습니다.

포기했다고 하는 순간, 그야말로 모든 건 끝나버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 논어, 공자이라는 키워드로, 진행된 2년간의 숙제이자 약속은 지키고 떠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더 가볍고 흥미를 끌 수 있는 글쓰기 방식으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작업으로 전환할지를 생각 중이긴 합니다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아침공부를 준비하던 새벽 <논어>를 위한 시간은 제 분야의 논문을 쓰는 것으로 대치될 것 같습니다.


2년간, 그 짧지 않은 시간, 두꺼운 300페이지가 넘는 단행본 20여 권에 육박하는 <논어> 시리즈가 책으로 엮여 세상에 빛을 보는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브런치의 이 공간에 그대로 있을 테니 그때까지는 차분한 공부를 찾는 분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까지 발검무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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