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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8. 2023

'면접'이라 쓰고, '요식행위'라 읽는다.

채용비리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654


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재 내가 참고인으로 직접적인 그 썩은 문제들을 분석해주고 있는 입장에서 왜 내가 이 문제에 이렇게 분노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공감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간략한 사례를 하나 설명하고자 한다.


외교부의 산하기관인 국제교류재단이라는 곳에서 <한국학 객원교수 파견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민혈세 100%를 들여 해외 대학에 한국학 교수를 파견하는 사업을 십수 년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었다.


한국학을 표방하고 있으니 당연히 객원교수를 모집하는 모집요강의 조건이 없을 리 없었다.

모집요강은 간략히 다음과 같았다.



그런데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영미권의 모 대학에 자리가 나왔다.

소위 S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해외 대학에서 대학교수 경력까지 있던 이가 그 자리를 지원했다.


이제까지의 재단 측 구차한 변명에 의하면, 1차 서류면접을 외부위원들이 하고 거기서 4명을 뽑아 2차 심층 면접을 재단 측 부장 외 2인의 외부 심사위원이 하기 때문에 공정하기 그지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마지막 심층면접에서 1순위와 2 순위자를 뽑아 해당 대학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보내면 그중에 한 명을 대학 측에서 낙점하는 방식이기에 공정하기 그지없는 시스템이란다.


그런데 위에 설명했던 대단한 대학교수는 최종 2인에도 들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부족했기에 더 훌륭한 후보자가 뽑혔을 거라 생각하고 아쉬운 마음에 해당 대학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그 훌륭한 후보자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경악하고 만다.


홈페이지에 버젓이 소개된 여자는, 이미 4년 전부터 그 자리에 교수도 아닌 '강사'라고 소개되어 있던 그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의 최종학위는 모 여대 정식 대학원도 아닌 원격대학원의 아동복지 전공이었다. 교수는 눈이 뒤집혀서 억울하다며 내게 그 건을 들고 왔더랬다.


그러나 나는 그의 눈물 섞인 하소연에 연민하기에 앞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여러 루트를 통해 도대체 재단에서 어떤 식의 면접 기준을 가지고 평가했는지를 먼저 살폈다. 해당 교수에게 내가 보지 못했던 심각한 결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차 면접기준이야 뭐 빤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도대체 그가 왜 면접에서 무자격자인 그녀는 논외로 하더라도 2인 안에조차 들지 못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심층면접 기준표라는 것을 국회의원실의 자료 공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항목은 고작 4개였고 각기 25점씩 매기는 간단한 구조였다.


1. 전문성(전공 관련 전문성)

2. 협조성(재단 파견교수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협조성)

3. 현지 적응력(강의언어(현지어 또는 영어) 구사 능력, 현지 문화 적응력)

4. 한국학 진흥 활동 계획(파견지 내 한국어 보급 및 한국학 진흥을 위한 아웃리치 활동 계획)


무엇보다 1번 항목에 문제의 그녀는 0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객관적 현실이 있었다. 근본적인 것부터 따지자면 아예 응시자격조건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점에서 무자격자라는 말이 적확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외부위원으로 용돈(?)까지 받으며 고용되어 면접을 치르는데 무자격자를 그 외부위원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점이 비리의 첫번째 증거였다.


문제는 2,3,4였다. 1은 누가 봐도 그의 객관적인 학력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나머지 세 항목은 그야말로 10분간의 면접으로 파악해 낼 수 있을 리 만무한 부분이었다. 그 말은 바꿔 말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0점을 주거나 누군가에게 만점을 주어도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는 사실을 의미한다. 최소한 4번 항목을 배점하려면 지원자들에게 현지 대학에 부임하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계획이라도 받고서 평가해야 맞는데, 알아보니 그런 과정조차도 없었다는 사실또한 확인했다.


3번의 현지적응력이라는 것도 자세히 뜯어보다면, 이미 현지에서 개꿀이라며, 무자격자주제에 어떤 커넥션의 혜택으로 국민혈세를 꼬박꼬박 챙겨 받고 4년이 넘도록 그곳에서 강사직을 유지한 그녀가 만점을 받아도 당당한(?) 항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경험상 미국에서 10년 넘게 산 자격 미달자의 영어가 한국에서 제대로 영어공부한 고등학생보다도 못한 경우를 워낙 많이 봐왔기에 그녀의 생존 영어가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잘 알지 못하겠다.


가장 애매하고 고무줄 평가가 가능한 부분은 2번이다. 도대체 재단의 파견교수로서 가져야 할 자질이 무엇이며 협조성을 10분 안에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자격이 안되는데도 금전적 혜택을 주고 계속 교수라는 직분까지 주었으니 손을 모아 혀를 내빼고 꼬리를 흔들며 헥헥거리는 그녀는 협조가 아주 잘되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만점을 주고, 명문대 교수 출신은 자기네들이 컨트롤하기 부담스러우니 0점을 줘도 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경악할만한 사실은, 그녀가 눌러앉은 그 대학에 한국인 스텝은 그녀가 유일하다는 이었다.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가르치고 행정을 주관하는 일을 해온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대학에 직원 혹은 강사로 들어오는 외국인들 중에서 자신의 나라에서 지원사업이 있다면서 대학의 이름으로 자신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허가해 달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책임자 입장에서 그가 그의 나라에서 주는 지원사업에 우리 대학의 이름으로 지원받아 오겠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하는 교수는 없다.


그 경우를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이 객원교수 신분으로 지원할 자격조차 되지 않는 그녀가 그 대학의 이름으로 이 사업을 지원하고, 버젓이 자신이 그 후보자로 셀프 지원했을 때는, 복잡한 한국어로 된 관련 서류들에 대한 작업을 당연히 유일한 한국인 스텝에게 맡겨 처리하기 마련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그녀는  대학에서 이 사업의 실무 담당자가 된다. 이 사업과 관련하여 재단 담당자와 소통하고 서류내고 하는 등의 모든 일을 그녀가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란 말이다.


그런데, 버젓이 응모자격이 되지도 않는 고작 현지 보따리 '강사'였던 그녀가 '교수'직을 지원했다. 뭐 뻔뻔하긴 하지만 지원하는 것까지야 막을 수 없다 치자. 그런데, 버젓이 그녀가 서류심사 통과는 물론이고 심층면접까지 모두 통과하여 최종 선발자로 그것도 연장을 거쳐 무려 8년간이나 그 자리를 눌러앉아 있는 것이 재단의 공조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외부위원이랍시고 구색 갖추기로 참가한 그 허접한 대학교수라는 자들이 과연 그녀의 전공과 학위가 응모자격조차 미달됨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정말로 몰라서 1순위 후보자로 낙점 지었을까?


소름돋고 무서운 합리적 의심은, 그렇게 2명의 후보자로 추천된 이를 뽑는 대학 측 책임자가 누구인가 하는 일이다. 이제까지 해당 사업을 모두 총괄하고 현지 대학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그녀가 2인 중에서 한 명을 뽑는 선발까지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 거짓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백번양보해서 그녀가 선발과정에까지는 정말 인두겁을 쓰고 할 짓이 아니라서 들어가지 않았다 치자. 이제까지 모든 사업신청부터 한국 외교부 지원사업 관련 서류 작업을 모두 했던 담당자인 그녀, 그리고 4년간 계속 무자격자이면서도 '교수'라는 이름의 방석에 깔고 앉아 있던 그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내가 확인한 사실관계 증거들과 합리적 추론까지 더해 거기까지 확인하게 되자 나는 도저히 이 사실을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이 사안을 확인한 기자들과 피디들은 모두 그녀가 외교부의 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순진한(?) 의심을 했다. 그리고 이런 사안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며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이건 해도 해도 너무 어마어마한 왕건이가 터져버렸다.

그래봐야 전체의 10% 미만이려니 생각했던 유사사례는, 무려 40%에 육박하는 무자격자 돈 뿌리기 복마전임이 국회의원실의 끈길긴 자료요구를 통해 드러나버렸다.


언론에 보도되자, 그걸 반박하겠다고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반박자료를 낸 재단이 거짓말겠다며 더 큰 거짓말로 자충수를 두기 시작했다.


- 채용요건에 나온 학위와 전공에 대한 부분은 일반적인 요건일 뿐 필수요건이 아닙니다.


채용요건에는 '65세 이하인 자'도 있는데, 그들의 궤변에 의하면 70이든 80이든 그냥 그들과 커넥션이 있는 사람이면 뽑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국회의원이라는 것들이 능력도 안되는 자신의 자식을 대학이나 대기업에 넣겠다고 말도 안 되는 채용비리를 벌였던 것에서부터, 대놓고 금융권 채용과정에서 낙하산들을 뽑기 위해 면접이 작위적으로 이용된 사례들을 수차례 목도해 왔다.


최근 터진 선관위의 아빠찬스 채용비리 사건만 보더라도, 시대가 변했음에도 능력 안 되는 자식을 부모의 대를 잇게 해서 개꿀을 빨게 하겠다는 의식과 행태가 어느 하나 변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10여 년 전 외교부 장관이라는 자가 대놓고 자기 딸을 시험이나 선발과정도 없이 그냥 외교관으로 특채하겠다는 간 큰 채용비리를 하려다가 발각되어 장관직을 사직하는 것으로 형사처벌을 퉁친(?) 기가 막힌 사건이 있었다. 당시 외교부는 자신들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우기다가 정작 언론에 보도가 터져 나오자 자체 감사를 했다며 그런 자기 자식 꽂아주기 행태가 한두 건이 아니었음을 실토했다.


그래서 그들 중에서 형사처벌을 받거나 낙하산으로 꽂아 들어갔으니 퇴사조치된 외교관 자식들이 있었던가?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 외교부는 당당히 공문을 통해 기자에게 밝혔다.


"우리가 작년 여름에 제보를 받아 4개월간 특별감사를 시행하였으나 해당 사업에서 비리나 부정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쓰레기들의 만행을 용서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에 떨고 있는지 공감이 가나?


당신이 낸 세금이 다른 사람의 배를 채우는데 사용되는 것이 와닿지 않기에 그들은 그렇게 당신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지들 돈처럼 그렇게 퍼쓰고 다니는 것이다.


당장 당신의 등을 치고 지갑에서 만원짜리 몇 장이라도 빼가려 들면 난리를 치고 경찰을 부를 거면서 더 큰 수십 수백억의 당신 돈이 그렇게 나가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멍때리고 있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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