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에 열폭하여 이 폭염에 먼지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자들에게.
"연세대 미대, 고려대 음대, 서강대 의대 출신입니다."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전형적인 사기꾼의 멘트로 유명한 라떼의 개그 중 하나이다.
연대에 생과부에 생활디자인이 생겼다고는 하나 전통적으로 연대는 미대가 없어왔다. 원세대(연세대 원주 캠퍼스)에 역시 비슷한 전공이 생겼다고는 하나 위의 이야기는 오늘까지도 유효한 이야기다.
요컨대, 세 학교에는 그런 전공 따위는 없단 뜻이다.
20년이 훌쩍 더 지나버린 그즈음에 상하이의 푸단대학교라는 곳에 교환교수로 간 적이 있었더랬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젊어 보이다 못해 어려 보였던 탓인지 중국어 연수를 온 많은 학생들에게 형님, 오빠 소리를 들으며 밥을 사주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학생들이 주로 간다는 노래방에 설치되어 있는 한국식 식당을 갔는데, 웬 남자가 서빙하는 중국 여직원들을 뚫고 서비스라며 이것저것 시키지 않은 음식을 테이블에 올리며 내게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자자! 동문이시라며? 맛있게 드시고 필요한 거 있으시면 더 말씀하시고."
외견상으로가 아니라 내가 보건대 나보다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았던 그는 학생들에게 이미 손을 흔들며 인사치레를 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동문?"
내가 혼잣말로 어이가 없어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옆에 있던 군대를 다녀와 이제 복학을 준비한다는 남학생 하나가 내게 일러주었다.
"아! 저 형님이 여기 사장이에요. 저 형님도 서울대 중퇴를 하고 여기 와서 이것저것 사업을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서울대?"
나도 모르게 눈썹 끝이 꿈틀 했나보다. 학생이 움찔하며 다시 주변을 얼쩡거리며 안절부절못하지 못해 하던 남자에게 아는 척을 하며 물었다.
"형님! 형님도 서울대 중퇴하셨다고 했잖아요."
"어? 어어, 엉. 뭐 그렇지."
아마도 좁은 한국학생들의 커뮤니티에서 내가 와 있다는 말이 돌았던 탓인지 그가 동문을 자처했던 것 같았다. 내가 아주 잠시였지만 날이 섰던 까닭은 물론 나이 먹은 지금보다 더 거칠고 뾰족했던 혈기방장한 성깔 탓도 있었지만, 어디를 가든 어느 나라를 가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학교 이름을 팔아서 자신의 위치를 부풀리려는 사기꾼들이 발에 차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 그러세요. 실례지만 전공이...."
"아! 우리 후배님이신가?"
그가 말을 더듬으며 서열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가 보기에 어찌 되었든 서울대에서 온 교수에게 선배님, 혹은 형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 자신의 위치를 부풀릴 수 있는 찬스는 또 없었을 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운동했어. 체육학과지... 응 체육학과."
"아! 그러세요? 서울대에는 체육학과가 없는데?"
"응?"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이들의 음식값을 계산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다.
나중에 들으니 그는 내 존재에 대해서 일면식도 없음에도 자기 후배가 교환교수로 대학에 와 있다며 나를 팔며 자신이 서울대 출신임을 수많은 자리에서 팔아댔다고 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도 있으니 최소한 그 이후에는 그런 뻔뻔한 이야기가 퍼져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놓고 지 새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다며 유치원 교사를 다잡으면서 뜬금없이 자신의 학력을 내세우며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나왔네 어쩌네 하는 자극적인 녹취파일이 뉴스에 터졌을 때 나는 20여 년 전 그 양아치가 떠올랐다. 그녀의 말투 어디에서도 교양이라고는 묻어나지 않았고 배움의 흔적도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4년 전에 있었던 그 통화내용의 주인공은 자신이 인터넷에 적나라하게 신상이 털리며 개망신을 당했다면서 자신은 실제로 지방대 출신이고 대전 카이스트도 아닌 서울의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1년도 채 다니지 않고 중퇴했다고 셀프 자폭을 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816_0002414941&cID=10201&pID=10200
거기에 더해, 죽은 서이초 교사를 언급하며, 자신이 막말을 쏟아부은 교사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둥 그야말로 자신이 지잡대의 지저분한 바닥임을 자폭에 열폭을 거듭하며 추잡한 똥통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꼴에 자기 이름으로 책까지 냈는데 온라인으로 테러를 당한다며 억울하다는 멘트를 냈다. (왜 내가 그 시점에서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불리는 것에 우쭐하거나 되지도 않는 학예회 문집 수준도 안 되는 글을 묶어서 책을 내놓고 자신이 출간작가라고 광고해 대는 쭉정이들이 생각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은 훌륭하고 대단하며 지방대 출신은 허접하고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단순무식한 기준은 당연히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인간의 품격을 온몸으로 뿜어내며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이를 몇 명이나 만난 바 있다. 게다가 지금의 어퍼컷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거나 청와대 민정수석이랍시며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는 자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도 사시'조차' 패스하지 못하여 기자 되어 결국 정치판에 날아오거나 외교부에 들어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그래서 결국엔 외교부 장관을 하는 자들도 있기에 그들이 훌륭하다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이 성립자체가 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목도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잡대 출신의 정말로 인격이 바닥인 자들은 그들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내가 위에 열거했던 양아치나 꼴불견 아줌마처럼 자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가 제대로 된 학벌을 갖추고 있지 못해서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그것을 가져보지 못한 자에게 그것을 자연스레 가지고 있는 자가 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을 기반으로 한 진실은 결코 사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학벌을 어디 가서 얘기했을 때 혹은 자연스레 상대들이 알게 되었을 때 얻은 베네핏보다는 디스어드벤티지가 훨씬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저마다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며 기준점 자체가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대로 배우고 학벌만을 채우고 인간답지 못한 짓을 하는 자들도 쓰레기 소리를 들어 마땅하나, 그나마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으면서 그저 자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학벌이 변변치 못하다고 착각해서는 그것을 가지고 거짓으로 포장하여 상대에게 자신을 존중해 달라고 혹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아무리 우겨봐야 그가 싱크홀 저 밑에서 구린내를 풍기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직접 만나서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전화로 몇 마디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교육 수준이나 그 사람의 인격을 감지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초능력도 아니다. 자신이 학력이 대단하다면서 말을 더듬으며 카이스트 어쩌고를 언급하는 그 어설픈 지잡대 아줌마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던 것은 그녀의 빤한 거짓말과 그 삐뚤어진 마음에서 퍼져 나오는 누린내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 문장조차 문제없이 토해내지 못하는 그 어눌함이 조건반사처럼 귀를 확 거슬려왔다.
문제는 그녀가 독특한 게 아니라 그런 부류들이, 생각보다 지천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하지도 않지만, 우연치 않게라도 브런치를 뒤적이다 자신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쩔어 부풀리고 포장하는 글을 읽게 되면 얼른 화면을 꺼버리게 된다. 앞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그들에게는 평생에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번 내보는 것이, 그리고 그 책이 허접한 출판사의 마케팅에 출판 강연회나 혹여 인터넷 무슨무슨 선정이 되었다는 따위의 글을 스스로 버젓이 써두는 것들이 그러하다.
돈을 받고 글 쓰는 법을 가르쳐준다며 브런치를 장삿속으로 활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쭉정이들도 조금만 들어가 어떤 자들인가 조사를 해보면, 그 밑천이랄 것도 없는 텅 비고 얄팍함에 혀가 끌끌 차지기 마련이다.
왜 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왜 자기 어린 자식 앞에서 부끄럼도 없이 그따위로 자신을 부풀려 대접받지 못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엄한 상대에게 풀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들의 눈에는 그들이 경험한 그 얼마 안 되는 세계에서는 그리 보였을지도 모른다. 별 거 없어 보이는데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것 같고 자신은 지잡대 출신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신은 거들떠봐주지도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더 공부하지 않고 더 수양하지 않은 이유는 외면한 채 그저 남 탓과 다른 이유를 탓하는 것에 몰두했을지도 모른다는 딱한 생각이 들었다.(표현은 이리 했지만 나는 결코 그런 부류들을 동정하거나 연민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면 되고,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이라면 지금이라도 노력해서 공부하면 그뿐이다. 누가 막는 것도 아니고 그저 스스로가 포기하고 할 수 없었거나 남들이 학교 다닐 때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마치 불공평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임과 동시에 이 사회를 좀먹는 악성 바이러스와 같이 급속도로 퍼져버리고 만다.
옳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데에 있어 학벌이나 지위가 조금 편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잘못된 상황을 눈앞에 목도하고서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하는 용기조차 없으면서 키보드 워리어처럼 모니터 뒤에 숨어서 자판을 두들겨대거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유치원 선생이나 시장에서 물건 파는 할머니에게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란 말이다.
당신이 아는 공부만 해서 전국 수석을 하고 그래서 좋은 학벌을 얻고 돈과 명예를 노려 정치판에 뛰어든 저 적지 않은 부나방 같은 쓰레기들을 보라. 당신이 정작 그들을 욕하면서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올바른 것이라 생각되는가?
진정으로 더 배우고 더 수양하고 더 공부한 자들은,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자신이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지 자신이 갖추지 못한 이유로 인해 발생한 탓을 남에게 혹은 외부로 돌리지 않는 법이다.
배울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자는 자신의 잘못을 일깨워주더라도 결코 인정하는 법이 없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