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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21. 2023

대한민국 경찰은 왜 짭새라는 비아냥을 듣는가?

경찰도 그냥 월급 받는 회사원이라고 말하는 정신 나간 경찰이 멸종되길..

특별하고 훌륭한 자질을 가진 이들을 뽑는 것이 아니라 돈 없고 능력 없고 할 것 없는 이들이 군대에 말뚝이나 박는 것이라는 분위기는 정말로 군 부사관의 질적 저하를 여실히 증명하고 말았다. 돈 있고, 능력 있고, 머리 있는 아이가 굳이 군대에 말뚝을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없어도 직업군인으로 잘 나가보겠다고, 머리와 능력을 가진 아이라면 육사에 들어가 장교를 하거나 군대도 면제가 되고 출세도 할 수 있는 육사와 오십보백보인 경찰대학에 들어가면 그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경찰대 출신들이 그나마 자신들이 엘리트랍시고 경찰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찰관계자가 아니어도 다들 알고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말로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애가 경찰대를 가겠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인데, 어찌 되었든 경찰조직은 그나마 그들이 젤 잘났다고 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그런데 경찰간부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당신이 뭔가 문제가 벌어졌을 때 현장에 달려와야 하는 이들은 그들보다 수준이 아래에 있다고 폄하받는 일반 경찰들인 경우가 많다. 경찰대 출신이라는 이들도 함량을 채웠는지 의심스러운 판에 그 아래에 있는 적지 않은 경찰인력들의 한심스러운 작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0119652


그건 페미니즘이 어떠네 신체검사에서 여자에게는 핸디캡을 인정해줘야 한다느니 헛소리를 여경들도 그렇지만, 멀쩡한 남자 경찰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41719034782890

거기에 대고 경찰도 월급 받는 일반 회사원인데 왜 목숨을 내놓고 국민들을 지켜야 하느냐는 정말로 정신 나간 소리를 버젓이 올리며 이번 분당 칼부림 사태에 대놓고 '국민들이 알아서 각자도생 하라~!'라고 짖어대는 경찰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80470457




작년 겨울을 넘길 즈음의 일이었다. 

딸아이가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미친 듯이 차량이 갈지자로 달려들었다는 이야기를 막 집에 들어온 딸아이에게 듣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바로 피가 거꾸로 솟아 혈관을 터져 나올 정도로 분노가 임계치를 넘었다.

이어서 조금 냉정을 찾자, 그 차량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바로 112에 신고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그 차가 약을 했는지, 술을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아이는 겨우 무사했지만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빨리 그 차량을 추적해서 차량운행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12 경찰의 응대는 아주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저희는 그 차량을 추적할 수 없구요. 그 차량의 번호는 기억하시나요?"

"아니요. 딸아이가 너무 놀라서 번호나 차량 모델을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바로 관제센터를 통해서 차량의 이동을 확인하면 가능할 겁니다. 그 차량이 몇 시 몇 분에 이 길을 통과했는지 아니까요."

"저희는 당장 인명사고가 나거나 생명과 관련된 납치 등의 사건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확인하며 추적할 수 없게 되어있구요. 그나마도 정식 서류로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이것 봐요~! 그러면 정작 지금 누군가가 차에 치여서 죽거나 다쳐야만 그렇게 한다는 거요?"

"그런 셈이지요."


열이 받아서 호통을 치자, 그가 관제센터로 넘겨주기는 어렵다며 바로 경찰서 교통조사계로 돌려주었다.


"교통조사계에서 교통사고 난 것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의무도 있는 거 아닙니까? 빨리 그 차량을 추적해서 운행하지 못하게 해야지요."  

"아니, 따님이 교통사고를 당할 뻔해서 괘씸하고 화가 나는 건 이해가 가는데요. 그냥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에 신고하시면 되잖아요."

"이것 봐요. 지금 내가 화가 나서 연락한 게 아니잖소! 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그때 가서 당신들이 책임질 거요?"

"아니, 그러니까 무슨 영화도 아니고 지금 그 차량을 추적합니까?"

"위험 차량이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럼 그 차가 사람을 죽일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까?"

"아직 아무 사고 소식은 없습니다."


결국 소리를 지르고 경찰서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겠다고 하자, 그는 마지못해 교통관제센터를 연결해 주었다. 이제는 경찰이 아니라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여자라면서 전화를 받는 이가 나타났다.


"상황은 대강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그 차량이 어떤 방향으로 갔는지 추적해서 빨리 운행을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시가 급합니다."

"선생님 말씀은 다 이해하는데요. 저희가 그렇게 쉽게 차량을 추적하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또 똑같은 얘기군요. 사람이 죽거나 살인 사건이 나거나 살인자가 도주하거나 등등 인명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만 긴급적으로 허용된다는 그 말을 하는 거죠?"

"잘 아시네요."

"그러니까 너희가 짭새라는 말을 듣는 거야."

"네?"


정작 짭새가 아닌 그녀가 화들짝 놀라 내 말을 되물었다.


"이봐요! 만약 그 미친 차량이 이제 막 저녁에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당신의 동생, 언니를 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합니까?"

"네?"

"당신의 가족이 그런 차에 죽거나 다쳐야만 그제사 정신 차릴 거냔 말이요!"

"무슨 악담을 하시는 거죠? 자꾸 이러시면 전화 끊겠습니다."

"거기 상황통제관 경찰이죠? 좀 바꿔주세요."

"네."


"네. 무슨 일이시죠?"

"무슨 일인지 여태 옆에서 보고 들었을 텐데 다시 묻는 겁니까?"

"경찰이 원칙을 지키면서 수사를 하겠다는데 그게 문제라는 겁니까?"


아마도 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그 말에 말문이 막혀 제대로 논박하지 못할 것이라 자부하고 준비된 멘트를 내뱉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날 일진이 매우 안 좋은 상대를 만났다는 점을 간과했다.


"원칙을 지키며 수사하는 경찰이 그리 많아서 사고가 터지고 나서 비상을 걸고 사고가 날 것이 빤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않았다가 더 큰 사고로 번지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 책임을 왜 저에게... 그러니까..."

"그러니까고 뭐고, 만약 오늘 이 문제의 차량이 정말 심각한 인명사고를 내고 오늘 내가 통화 녹취한 게 실시간으로 방송에 나가도 당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우겨댈 거냔 말이요?"

"그렇게 저에게 몰아붙이시면...."

"됐소. 전화 끊읍시다."


경찰이 그냥 월급을 받는 회사원과 똑같다면, 공무원들도 그냥 일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회사원이라고 월급 도둑을 해도 될 것이다. 소방관이 불이 뜨겁다고 내 살도 보통 사람들 살과 똑같다며 불길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하는 것에 주저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둑이 칼 들고 칼부림한다고 신고했는데 그걸 보고 가장 재빠른 걸음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경찰은 우리의 상식에 각인된 경찰이 아니다.


민간인들에게 제복을 입고 거들먹거리며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 쪼가리를 경찰에게서 뜯어냈다면서 그걸로 뒷돈을 챙기고 검찰이 했던 쓰레기 코스프레를 하며 키득거리는 것 역시 경찰이 아니다.


한 다리 걸러 아는 사람, 식구, 친구, 경찰은 여기저기 도처에 있다.

경찰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경찰도 그냥 나를 버리고 도망갈 수 있고, 그저 뒷돈만 챙기겠다고 더 지저분하게 굴기 시작하고 그것이 만연하게 되면 경찰은 가장 냄새나고 더럽고 추한 사회악의 한 떨거지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도 그러고, 고위 공직자들도 그러고, 정치인이란 것들은 다 그러고, 목사나 스님이라는 자들이 뒤에서도 아니고 이젠 대놓고 지저분한 민낯을 드러내놓는다고 경찰이 떳떳하게(?) 추한 몰골로 추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괜찮은 시대가 도래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직분에 부합하지 못한 언행을 부끄러워하는 사회는 그나마 회복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찰만 짭새라고 욕을 먹을 게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사회적 책무에 과연 부합하고 충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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