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Aug 28. 2023

국격이란, 결국 그 나라의 국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왜 사회가 이 꼴이냐고 말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어제 바람을 쐬겠다는 철없는(?) 함께 침대 쓰는 분의 명으로 드라이브를 나갔었다.

출국을 얼마 앞두지 않고 이사에 출국에 가뜩이나 심란하기 그지없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뜬금없이 이 여름이 다 가는데 만발한 연꽃을 보지 못했다면 바람을 쐬고 싶다는 명령이었다.


심란함을 조금이나마 바람에 날려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나간 드라이브는 연꽃밭을 보고 인근 공원을 찾았다가 더 심란함을 안고 오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공원의 주차장은 해당 시의 공영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캠핑을 온 이들에서부터 해바라기가 군데군데 보이는 공원을 산책하러 온 가족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워서 차를 댈 곳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마침 막 차가 나갔는지 공간이 보였는데 차를 막상 대고 나니 내가 문을 열고 내리기에는 도저히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차가 넓은 탓도 있었겠지만, 옆에 차가 댈 공간까지 가늠하고 배려하며 차를 대지 않은 탓에 겨우 경차가 대면 딱 괜찮을 공간이었다.


차를 다시 빼서 한 바퀴를 돌아 겨우 난 나리에 조심스럽게 주차를 하고 천천히 공원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앞서 내가 차를 댔던 곳에 차를 대고 내리는 젊은(어린) 남자 둘이 보였다.

그들의 차가 경차였느냐고?

아니.

그들은 아래 사진과 같이 차를 버젓이 대고 차에서 내려 담배부터 물며 둘이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흰 차가 그들의 차량이다. 

먼저 세워져 있던 왼쪽의 차량 운전석이 문을 열 틈이 당신에게는 보이는가?

그런데 그 차는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바짝 대놓고는 자신이 내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으로 차를 댄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은 편하게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나중에 왼쪽 차량의 운전자는 운전석으로 정상적인 탑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이 몰랐을까?


막 그 꼴을 사진으로 먼저 찍고, 바로 그 철없는 남자들을 불러 세우려는데 놀란 얼굴로 같은 침대를 쓰시는 분이 팔을 확 잡아끌었다.


"왜?"

"하지 마요, 이제 그런 거 그만 좀 해요."

"뭘?"

"지금 쟤네들 불러서 한 마디라 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말해줘야 알지. 잘못되었으면 가르쳐줘야지."

"요즘 대한민국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고 똘아이들에 정신 나간 애들이 많은데, 쟤들 모습을 봐요. 쟤들이 개념이라는 게 탑재된 얘들도 보여요?"

"그러니까, 가르쳐야지."

"학생도 아니고 쟤들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할 나이예요. 괜한 똘아이들이 미친 짓 하는 거에 말리지 말고 그냥 얼른 산책하고 나가요. 아니다. 그냥 나가요. 당신 계속 쟤네 눈에 밟혀서 아무것도 못할 거잖아요."

"아니. 그래도..."

"제발 이제 그만해요. 당신이 쟤들을 혼내고 호령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중요한 건 쟤네는 안 바뀌어요. 바뀔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큰 일에만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해요. 우리 나이를 좀 생각하라구요."


할 말이 없었다.

같은 침대를 쓰시는 분의 말은 언제나 틀린 구석이 없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내가 움직이는 모습만을 보고서도 뭘 할지 어떤 생각에서 그러는지 미리 읽어낸다. 짧지 않은 세월 곁에서 그 수많은 고초(?)들을 목도해 왔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국격, 국격, 참 말이 많지만 특히나 지금의 대통령이 어퍼컷을 쳐올리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우리나라의 국격이 여러 모로 만신창이가 되어간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국격은 대통령 한 명 따위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국격은, 그 나라의 격은 그 나라의 주인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사회시간에 그렇게 배워놓고서도 나라의 주인이, 혹은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 대통령이나 정치인 따위라고 착각한다. 후진국일수록 국격이 떨어지는 나라일수록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들 한다.


잼버리로 세계인들에게 국격을 쌈 싸 먹어버린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도지사, 지자체 공무원들이 싸놓은 똥은 정작 그 꼴을 혀 차며 보아왔던 모든 국민들이 메우고 때워야만 했다. 그래놓고서 정부의 대응이 훌륭했다는 둥 마무리가 좋았다는 둥, 대통령의 입에서는 결코 반성과 사과의 말은 다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이 그런 식이라고 해서 국민들이 그래도 된다는 도미노식 망국론은 역시 후진국일수록 적확하게 적용된다. 선진국일수록 국격을 갖춘 국가일수록 국민들에 의해 잘못된 대통령의 사고방식이나 정치인들의 실수는 바로 철퇴를 맞고 국민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 그 권력을 반환시켜 버린다. 그것이 바로 국격이다.


그런데, 어제 공영주차장에서 보았던 저 아주 사소하지만 그들의 평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행동을 보면서 같이 침대 쓰는 분의 말처럼 내가 한 마디 일침을 가한다고 하여 저들의 그간 쓰레기처럼 쌓아온 삶의 방식이 한순간에 돈오각성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기 그지없는 사실임에 부인할 여지조차 없다.


그들의 부모는 뭘 했으며, 그들의 학교 선생들은 뭘 했으며, 그들의 친구와 그들의 형제와 그들 주변의 그 수많은 이들은 뭘 했단 말인가? 아니, 무엇보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단 말인가?


고작 주차 한번 개념 없이 한 것으로 뭘 그렇게까지 침소봉대하느냐고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반문하마.

저렇게 주차하는 자들이 갑작스러운 칼부림 사태에, 갑작스러운 물폭풍에, 갑작스러운 화재에 저 혼자 먼저 살겠다고 소리 지르고 다른 사람 밟고 뛰어다니며 사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 같은가? 아니면 준법 시민의 모습을 보이며 침착하게 다른 약자들을 돕고 배려하며 사태를 수습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이는가?


금요일 오후, 참고인으로 조사를 다녀온 경찰서에 담당 수사관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더랬다.

그는 8월 초 언론에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보았다면서도 뭔가 이전과는 달라진 어조로 말을 뺐다.

"심층면접을 했다는 외부위원들을 소환하셨나요?"

"아, 일단 명단은 확보했습니다. 다들 교수시더군요."

"당연히 그렇죠. 그들도 피의자로 전환되는 게 맞습니까?"

"아이구! 교수님. 큰일 날 말씀하지 마세요. 그분들은 참고인이죠. 그분들에게 피의자 전환이니 뭐니 말했다가는 저 정말로 큰일 납니다."

"왜죠? 버젓이 교수 모집 공고에 자격요건이 명시되어 있고, 그 자격에 맞지 않는, 아예 자격이 미달된 사람들이 선발되었습니다. 그 선발과정에서 그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그들이 피의자가 아니라는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무슨 청탁을 받았다거나 누군가에게 뇌물을 받았다거나 하면 형사처벌이 될 수도 있지만...."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요? 그러면 청탁을 받거나 뇌물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버젓이 공고자격에 맞지 않은 사람들을 교수라는 자들이 외부위원이라고 위촉되어 무자격자들을 뽑았는데, 그것도 수십 년에 걸쳐 그런 짓을 해왔는데 그게 죄가 안된다는 겁니까?"

"교수님. 지난번 조사진행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분명히 무자격자를 뽑은 일은 잘못한 것이고. 저도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동의합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에도 아예 무자격자를 선발했다고 나와 있으니까 맞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이 형사처벌이라는 게 어떤 죄에 적용되는지 다 따져 봐야 하는 거예요. 잘못했다고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건 교수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지난번 보내드린 변호사님의 의견서도 보셨죠?"

"네. 봤습니다. 그런데 그건 변호사의 의견이지 판사의 판결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지금 3년 치의 데이터에서 무자격자라고 나온 사람들이 60여 명인데 그 자료를 다 받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하아! 압수수색도 한 번 하지 않구요?"

"아니, 안 내놓겠다고 해야 압수수색을 하죠. 준비해서 주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압수수색을 합니까?"

"범인한테 네 범죄증거를 가져오라고 하고 기다리는 게 정상이라는 말씀인 거죠?"

"아니, 아직 수사 중인데 왜 범인이라고 단정 지으세요."

"일단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자료가 이번달 말까지 온다고 했으니 말일에 내가 다시 전화하죠."


전화를 끊으면서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잘못은 분명히 맞는데 형사처벌이 해당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국민혈세 100%로 이루어지는 지원사업에 무자격자를 뽑은 대학 교수들을 피의자로 전환하여 처벌할 수 없다?

감사원에서 무자격자를 선발했다고 명시했는데도, 도대체 거기에 대해 재단 측 피의자들이 어떤 논리를 폈는지 그리고 왜 감사원이 무시했는지 경찰이 오히려 감사원 조사관에게 묻고 싶다?


이게 당신이 알고 있는 상식에서 수긍이 가는 논리들인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누가 그런 말을 함부로 하더냐?


현역목사가 화를 이기지 못해 돌처럼 상대에게 집어던지려고 한 사건을 덮겠다고 경찰이 무혐의를 버젓이 내려주고 키득거리는 사회.

https://brunch.co.kr/magazine/badcopstory

그 사실이 다시 문제로 제기되자 자기가 짤릴까봐 얼른 여청과(여성청소년과) 과장에게 수습하라고 지시하고 서울청의 주요 간부로 승진했다고 도망간 서장.

결국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아이가 그의 딸이고 실제로 죽거나 다친 것이 아니니, 피의자에 대해 정식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떄려놓고 아이를 던지려고 했다는 사실을 삭제한 정년을 앞두었던 여청과 팀장. 


이젠 감사원에서 무자격자를 선발하여 국비가 수십 년간 새어나갔다는 사실이 적발되었음에도 무자격자들은 그대로 국민혈세로 생활을 영위해나가고 있고, 그 부정선발을 수십 년간 주도한 담당자와 책임자들은 어느 한 명 징계조차 받지 않고 승진하고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이상할 것도 없다고 여기는가?


https://brunch.co.kr/@ahura/1662


당신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다.

당신과 상관없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나?


정신 나간 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칼부림을 벌이고, 자신이 국격에 똥칠을 하고서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그것을 반성하고 인정하지 않는 그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게 갑자기 피해자가 된 이들은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은가?


그들은 무슨 대단한 인연이 있어 갑작스럽게 그런 꼴을 당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방조가 단순한 방관이 아니라 그 정신 나간 자들을 양성하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들지 않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보험사의 약관은 누구를 위해 적용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