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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19. 2021

<할리퀸>이 뛰어다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크루엘라>를 보고 나서

입소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당기지가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크루엘라>를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보았다.

코로나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이 영화가 왜 흥행에 성공했는지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을 만났을 때의 스파크가 크루엘라를 만난 엠마 스톤에게서 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악역이 주인공을 능가하는 배역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95년 '다이하드3'에서부터였다.

사이먼 역을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멋진' 악역을 연기한 것부터 그 시초로 본다.

그런데 매력적인 악당들을

유명 배우들이 연기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사이엔가 '빌런 무비'라는 것이 장르화 되기 시작하였다.

다크 나이트를 통해 '조커'가 부각되었고,

스파이더맨에서 튀어나온 '베놈(Venom)' 인기를 끌었다.

그런 흐름에 연이어 디즈니 동화

애니메이션의 빌런들도 튀어나왔다.


마녀 '말레피센트'가 그러하였고,

이번에 소개하는 이 영화 '크루엘라'가 그러했다.

원래 크루엘라의 원형은 모두가 다 아는

1961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나왔던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나온 악녀 캐릭터이다.

위의 그림처럼,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글렌 글로스가 원작에 충실한 악녀를 연기했던 1996년 실사영화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굳이 설명하자면,

그 '크루엘라'의 탄생기를 다루고 있다.

디즈니 영화가 늘 그렇듯이 흥행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를 공식화하였다.

그런데 늘 뻔한 스테레오 타입의 공식이 아닌,

최근 공식이 업그레이드되어 적용된 것을

이번 영화는 확실하게 보여준다.


볼거리


영화는 당연히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엄청난 돈을 퍼붓는 할리우드의 영화라면 더더욱

화면만으로 압도하는 확실한 스케일의 볼거리가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패션'과 '색감'이라는 것으로 구현한다.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5,6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올드 스타일의 패션들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패션은 시대를 돌고 돈다'는 불변의 진리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대놓고 차용하며 에스텔라를 신참 디자이너로 활용하여

천재적인 그녀의 성장기로 다룬다.


그렇게 다양하고 획기적인 복고를 가장한

신박한 볼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여성 패션을 부각하기 위해 남성 패션을

수정하지 않고 튀지 않게 한 것은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처리한다.

위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래전 영국의 펑크록이나 비주얼 락을 보는 듯한 영국 감성의

공연문화를 사이사이에 MTV를 틀어놓은 듯이 보여주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공원 분수대에서 브리티쉬 펑크 비주얼 락을 재연했던 아티의 짤이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위의 포스터는 확실하게 보여준다.

지루할만할 즈음에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액션 영화가 아님에도 즐길 수 있는,

여성 관객들의 취향저격이 되시겠다.


들을 거리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영화에 좋아요 하트를 아낌없이

던져줄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음악이었다.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친구는 '니콜라스 브리텔'이라는, 헤지펀드 출신의 몇 번이나

오스카 영화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1980년생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가이다.


그는 탁월한 피아노 솜씨로 줄리어드 음대에 갔지만 '왜 인간이 음악에 관심을 보일까?'에 대한 관심을 품고 하버드 심리학과로 전공을 바꾼 괴짜이다.

그가 단편이 아닌, 전업 영화음악가로 처음 작업했던 작품이 한스 짐머가 진두지휘했던 <노예 12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메인 스코어가 아닌 디테일이 필요한 음악을 작업한 이였다는 것을 안다면,

수많은 명곡들이 그대로 혹은 재해석되어 <크루엘라>를 초감각적인 패션 영화에서 음악영화로 격상시키는데

얼마나 그가 공을 기울였는지 알게 된다.

올드 스탠더드를 잘 알지 못하는 신세대들에게조차

왠지 모르게 감각적인 이 영화음악은

이미 유튜브에 <크루엘라> OST로 묶여져

많은 이들의 귀를 호강시켜주고 있으니

궁금하다면 오롯이 음악만을 즐겨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당신에게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니 추천하는 바이다.


플롯, 연기, 그리고 대사


자칫 디즈니의 실사영화들은 너무도 잘 알려져

뻔한 이야기로 흐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거의 반전이 없는 옛날이야기를 재구성할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번 <크루엘라>는 전혀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래서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고 괴팍하다.

캐릭터에 맞춤이랄까?


에스텔라의 갑작스러운 심경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는 그러한 관객의 심경을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인격을 연기한 애리조나 출신의 엠마 스톤은

엠마 톰슨의 농익은 연기에 밀리지 않으며

특유의 영국식 발음과 억양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크루엘라를 대사만으로 인식시키는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엠마 톰슨의 사이킥한 악역 연기는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농익을 대로 농익었다.

두 배우 모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캐릭터의 구현을 위해 아주 디테일하게 대사와 억양을 배치하고 있음을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를 구분하는 수준의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던져준다.


일찌감치 <크루엘라 2>의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는 소식은,

아직 받지 않았지만 받게 될 정말 예쁘게 포장되어 있을, 맛있는 벨기에산 초콜릿 상자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 상상에 부응할지 실망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당일이 아니라

전날까지이기 때문이다.


2편의 퍼모어 증후군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금 1편에서 주는,

짜릿하고 소소한 행복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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