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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31. 2023

상식을 말하며 몰상식을 시연하는  것이 MZ던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MZ가 분명히 더 많을 게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한 집이나 별장 이외에 재산 증식을 위한 부동산 구매에 상당히 회의적인 편이다. 그러나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이 함께 침대를 사용하시는 분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기에 끌려가듯이 그녀의 요청에 마지못해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구시렁거림을 한 바가지 탑재하면서도 묵인하는 결론을 맞이하고 만다.


무엇보다 세상 귀찮은 것은 내가 살지 않는 부동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가든 집이든 세입자, 즉 임차인을 들여야 하는데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별 대단한 일도 아닌데 그들과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행여라도 똘아이를 만나게 되는 날이면 그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이를 데 없다는 안 좋은 경험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연구실에 1년간 본의 아니게 홀아비 생활을 하며 집필과 연구, 그리고 강의에만 몰두했던 1년의 시간에 조용하다 싶었던 함께 침대를 사용하시는 분이 또 강남의 재건축이 들어갈만한 지역이라며 빌라를 하나 쇼핑했다는 사실을 한국에 돌아올 즈음에서야 고해성사처럼 또 들어야만 했다.


다 좋다. 내가 세속적인 것을 혐오한다고 하여 함께 침대 쓰시는 분에게 수백억 대의 강남 빌딩을 사주지 못하였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전세 세입자를 중간에 안은 것이 기어코 그가 나가는 시점에 문제가 되었다. 계약서에 보니 그 해에도 사람이 태어났나 싶은 무려 89년생의 남자애였다.


남자애라고는 하지만, 버젓이 결혼해서 애를 키우고 살았던 가장이었나 보다. 목소리는 나보다 훨씬 더 늙어버린 아저씨 같은 목소리를 내며 통화를 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최근 수술이 잦아 전화통화가 힘든 아내대신에(수술이 아니어도 법적인 문제나 이런 잡다한 일은 늘 내 몫이긴 하지만) 내가 그를 상대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고 보기에는 조금 심할 정도의 몰상식이 그에게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첫 통화에서부터였다. 처음엔 예의를 갖추는 것 같았는데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느낌을 물씬 풍기며 계약이 만료하기 전에 자신들이 알아서 집을 빼고 나가도 되냐는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그러라고 어차피 전세금을 올릴 것도 아니고 그대로 그 부동산만 유지하면 되니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연락이 온 것이 올 초였는데, 가뜩이나 부동산이 바닥을 다지던 시기였으니 3년 전 보증금에서 역전세가 어쩌고 얘기가 나올 판이니 그 금액에 후임을 맞추기 어려웠던가 보다. 결국 어떻게 했는지 자기네는 먼저 이사를 했다면서 공실상태지만 계약 만료일까지 유지할 테니 알아서 빼달라고 연락이 온 것이 늦봄의 일이었다.


그런데, 9월 중순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면서 이 자의 몰상식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근처 부동산의 사장과 실장들이 비 오듯이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자기네 집을 보려면 현관에서부터 영상통화를 해야 하고 집을 들어가서 3분 이내에 모두 보고 바로 나와야 한다고 하네요. 뭐 이런 정신병자가 다 있어요?"

"부동산들한테 자기네 집을 보기 위해 지켜야 할 항목이라면서 문건을 돌렸어요. 이거 완전히 똘아이 아니에요? 3분 내에 구경을 마칠 것, 반드시 영상통화를 할 것, 집을 보기 최소 하루 전에 시간 약속을 할 것 등등 이렇게 하면 누가 이 집을 빼줘요?"


내가 들어도 정신 나갔다는 말을 들어 충분한 지경이다 싶어 직접 전화를 걸어 뭐 하는 짓이냐고 따졌더니 되레 '부동산 업자들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가 마음대로 집에 들어와서 집안을 상하게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닌가?


자신들이 집을 살고 있을 때 아무 때나 쳐들어와서 집을 보겠다고 하는 부동산 업자들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이사를 해서 공실 상태인데 그 집을 부동산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기피할 것이던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집주인인 내가 집 상태를 좀 체크해도 되겠냐고 묻자, 이 어리바리한 어린 녀석이 당황한 티를 너무도 확실하게 내기 시작했다.


"아니요. 보증금 주시는 당일이 아니면 그전에 집은 못 보여드립니다."

"뭐요? 집 상태를 확인시켜 달라는 게 문제가 되나요?"

"하여간 안됩니다."

"그러면 부동산들에게 계속 이따위로 방해하듯 할 건가요?"

"그건 제 맘입니다. 아직까지 저희 집이고 권리가 저희에게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래서 집이 나가지 않아서 보증금을 못 받을 상황이 걱정되지도 않아요?"

"그건 저희가 법대로 해서 이자까지 받아내면 되죠."


전세를 살면서, 이전 집주인과 2년 계약을 하고 연장해서 2년 4년을 살면서 샤워기가 오래되어 마모되었는데 그걸 교체해야 하니 10만 원을 내놓으라고 녀석의 아내가 전화할 때부터 참 어이가 없었다. 내가 속을 꾹 누르고 카톡으로, 법적인 설명까지도 아니고 인터넷에 주문하면 샤워기가 3만 원도 하지 않는데, 4년을 살면서 자기네가 소모성 부품을 주인에게 삥 뜯어내듯 그러는 건 아니라고 했을 때 그들의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렸을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부동산들이 상식을 지키지 않는다며 어눌한 논리를 내놓던 녀석에게 상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니가 지금 하는 짓이 왜 몰상식인지를 아주 짧고 굵게 가르쳐줬더니 논리에서 코너에 몰린 그가 갑자기 헛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저는 사모님과 계약을 했는데 왜 계약서에 이름도 없는 남편분이 이러시는 거죠? 저는 사모님과 얘기하고 싶은데요. 법적인 권리를 남편에게 위임한다고 저에게 고지하신 것도 아니고, 그리고 제가 유명 변호사에게 물어봤는데 세입자가 새로 들어올 사람들을 위해 집을 보여주는 것에 협조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 조항 같은 거 법에 없다고 하던데요. 제가 수 틀려서 그냥 집 안 보여주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도대체 어느 유명 로펌의 변호사란 놈이 그런 말을 하던가요? 이건 기본상식이에요. 세입자가 자신의 보증금을 받는데, 새로 들어올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는 일에 대해서 거부를 한다? 그러면 판례대로 고의적인 방해행위로 인해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재판 한번 벌여줘요?"


다음 날, 바로 문자로 '제가 집 보여주는 것까지는 양보합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집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절대로 양보 못합니다.'라고 왔다. 부동산업자들이 말한 그 똘아이의 면모분명히 도드라졌다.

그런데 녀석의 그 투명뇌에 빤한 생각이 나를 거슬리게 하다 못해 짜증을 기어코 자아냈다.


'으음, 네가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구나!'


그리고 최근 집을 3분 내로 보고 나오는 수모를 겪은 부동산 실장과 세입자 후보들에게서 공통된 증언을 듣기에 이르렀다.


"집에 아이가 크레파스로 문이랑 벽지에 마구 이리저리 그어놓고, 벽지도 찢어놓았던데 이건 어떻게 하죠?"


사실 녀석의 빤한 투명뇌 속의 생각이 읽혔을 때 나는 정중한 부탁하는 어조로 녀석에게 기회를 줬더랬다.


"만약 집을 상하게 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어떻게 원상복구를 할지 어떻게 고칠지 양해를 구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어요? 보증금 받는 날 확인되어서 문제가 되면 돈이 더 커질 텐데요."

"네엣? 아니, 뭐 그런 거 하나도 없어요. 저희가 뭐, 그러니까 고장내거나 그런 거 하나도 없어요."


그의 어눌한 말을 들으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기 힘들었지만 그냥 또 넘어갔다.

그런데, 한 부동산에서 찍어뒀다는 사진 파일을 전해 받고서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방문에는 크레파스로 긁어둔 흔적이 그대로 있고, 아이방에는 못도 아닌 거대한 구멍이 북두칠성마냥 뚫려있었고, 벽지는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


"이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원상복구 할 겁니까?"

"네? 아니 저희가 4년을 살았고, 그전에 살았던 사람도 아이가 있었는데, 중간에 집주인이 도배를 해준 것도 아니고 저희가 그대로 살았습니다. 그러면 그 낙서랑 도배 찢은 게 우리가 했다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뭐요? 그게 말이 돼요?"


대개는 이런 분쟁을 막기 위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공인중개사의 집안 상태 체크를 계약서 뒤에 기록을 해둔다. 대개 이 정도의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원상복구가 논쟁거리가 되기 때문에 계약 시점에 집 상태에 대해서 도배 상태나 집 설비 상태가 양호한 지 수리가 필요한지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


그가 처음 전세계약을 했던 이전 집주인과 당시 공동중개를 했던 중개사 둘을 수배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사진파일을 보내줬더니 그 지경이면 아무도 양호, 혹은 보통이라고 표기하지 않는다고 도배가 필요하고 수리가 필요하다고 적는 게 상식이라는 증언을 확보했다.


그러고 나서, 22년 1월, 아내가 양도양수 계약을 했던 당시의 중개사들에게도 역시 확인을 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89년생 녀석의 말도 안 되는 행위에 보증금에서 보수금액을 모두 공제하고 줄 것을 조언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원상복구를 할 것인지 답을 달라고 녀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녀석은 예상대로 내가 아닌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 집주인과 얘기하고 싶다고, 남편분이 도저히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벌이는 대부분의 일들은 함께 침대 쓰시는 분의 오더에 의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정의가 아닌 금전적인 것과 연관된 문제에 있어 함께 침대 쓰시는 분은 단호하기 그지없다. 다만, 반전 포인트는 외모나 말투가 순진무구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외모의 나는 정작 감정적인 것에 흔들려 동정이나 연민으로 용서를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침대를 쓰시는 분의 경우는 결코 그런 자비 따위는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진면모를 제대로 읽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아내에게 수술을 받거나 진료를 받는 이들은 데스크의 실장이 아닌, 고가의 수술비를 깎아줄 것만 같은 순진무구해보이는 외모와 목소리의 그녀에게 매달리는 어리석은 시도를 하곤 한다.


40평도 안 되는 집 도배와 수선을 하지 않으려고 온갖 진상을 다 피우며 자신이 집을 손상시킨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혹여라도 확인하게 될까 봐 3분 이내에 얼른 구조만 보고 나가라고 하질 않나, 영상통화로 어디를 보는지 자신이 확인해야 한다고 하는 녀석의 그 어리석음이 결국 녀석을 옭아맬 것임을 녀석의 부모나 친구나 선생들은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아마 가르쳐주었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배울 의지조차 없이 그저 자기가 해왔던 패턴대로 사는 것을 녀석은 줄곧 유지해 왔을 것이다. 이 매거진에 등장한 이들더라도 나는 녀석과 같은 부류들을 각종 업계를 모두 통틀어 다양하게도 만나왔다. 그리고 매번 처음엔 정중하게 그들에게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빨리 원만한 수습을 하라고 제안했다. 허나, 너무도 유감스럽게도 어느 한 명 현명하게 상대가 어느 정도 깜냥인지를 파악하고 정중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처리하는 경우가 없었다.


왜일까?

제목은 MZ를 표방한 것처럼 썼지만, 나이가 많은 이들이 하는 방만한 나만 챙기는 언행을 보면, 그것은 어느 한 세대에 한정된 특징인 것처럼 보이지만도 않는다. 그런 부모가 결국 그런 MZ를 양산하는 것이다. 부모가 추상같이 엄중한 도덕교육을 했는데, 자식이 개차반이기는 참으로 어렵다.


당신이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결국 당신의 자녀는 당신이 평생에 걸쳐 보이며 가르친 것, 그 이상을 시현하지 못한다. 제 자식의 이야기를 쓰고 사진을 올리면서 자식이 알게 되면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면, 그것을 얼른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하면 그뿐이지, 그런 행동하지 않은 것처럼 시치미 떼고 자신의 민낯을 본 이들을 피해 풀섶에 고개를 쳐박고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들도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라 여기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꿩이다.


상식이란, 내가 그리 생각하고 남 역시 그리 생각하고 누구나 그리 생각하는 것이다.

그 당연한 것이 이렇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그 누가 예견이나 했겠는가?


결국 우리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바로 우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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