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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30. 2023

잘못과 처벌받아야 할 범죄의 그 사이...

어퍼컷이 말하는 그 공정과 상식 말고 진짜 그거...

어제 국민권익위의 조사관과 감사원의 특조국 조사관 두 젊은 현장의 젊은 친구들과 아주 긴, 사실은 체력적으로 지치기 직전까지의 통화를 나눴더랬다.


이젠 내 글을 읽는 이들 중에서, "또 그 얘기야?"라고 하며 지겨워할지도 모르는, 내가 이 나라를 뜨기 전에 정말로 쇼부를 봤으면 하는 외교부 산하기관인 국제교류재단에서 벌어진 신종(?) 채용비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https://brunch.co.kr/@ahura/1662


신종 채용비리라고 표현한 것은 어제 두 젊은 현장의 조사관에게서 신박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인데 그것은 얼마 전 현재 경찰수사를 진행 중인 담당 수사관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과 소름 돋게도 닮아 있었다.


"분명히 그들이 잘못한 것은 맞는데 그것을 어떤 죄목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조사를 해봐야만 압니다."


물론 조사하는 거 좋다. 이미 이 문제를 지적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기적적으로 묻히고 뭉갰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공중파는 아니었지만 케이블 tv의 뉴스에서 두 번이나 단독으로 때렸으며 지금 공중파의 산전수전 다 겪은 악랄하기로 유명한 기자가 물고서 씹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공중파 뉴스에서 대서특필, 거듭난 형태로 뉴스가 나오긴 할 것이다.


그 기자는 내게 이렇게 예언하듯 말했더랬다.


"제가 20여 년 기자짓을 해왔고, 저도 처음엔 이 기사가 케이블에 나왔던 것이라 우리가 1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넘겼던 기레기였음을 반성하고, 제가 정말로 이게 뭐가 문제였는지를 확실하게 공중파 뉴스의 형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보도가 나가게 되면 당장 무자격자들이 국내로 송환되거나 국제교류재단의 담당자들이 바로 구속되는 지경까지는 못 만들겠지만 이제까지 교수님에게 허술하게 대하던 경찰이나 감사원, 특히 외교부 것들이 전화하는 태도부터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만큼은 약속드리겠습니다."


말만으로도 참으로 든든하기 그지없는 예언이었다.


지루하게 지난 이야기들을 귓등으로 들었던 이들이나 처음 이 사건을 접한 이들이 있을까 싶어 간략하게 이 사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너무도 간단하다.


100% 국민혈세로 지원되는 외교부 산하기관의 국제교류재단에서 하는 한국학 객원교수 파견 지원사업에, 정작 한국학 객원교수를 선발하면서, 모집요강에 전공과 학위를 버젓이 적어놓고서도 해당 전공이나 학위에 자격이 되지 않는 자들을 십수 년간 버젓이 뽑아서 돈을 뿌려댔다는 것이다.


혹시 자격이 되는 이들이 지원하지 않거나 워낙 지원자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할까 봐 첨언하자면, 문제가 되었던 대표적인 사례의 경우, 10대 1의 경쟁률이었고, 최종 합격자는 일반대학원도 아닌 원격대학원에서 아동복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미 그 대학에 밑밥을 깔고 살고 있는 여자였다.


참고로, 후보자 10명 중에서는 서울대 국어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외국의 유수 대학에서 또 하나의 박사학위를 받고 해외 유수의 한국학과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이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위한 희생양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그녀의 사례에서 시작된 사건의 나비효과는 최근 3년간의 파견 교수들 최종학력과 학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경악할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그녀와 같이 자격자들을 배격시키고 무자격자를 선발하여 국비를 퍼다 준 경우가 3년 치 자료만으로, 한두 명도 아닌 10%도 아닌,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작 내가 1년 전 여름 외교부 감사관실에 감사요청을 했을 때, 무려 4개월간이나 끌며 특별감사를 벌였다던 외교부 감사관실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감사를 벌였으나 특별한 부정이나 비리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러니는 그들이 결론을 내린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터졌다.


3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재단의 채용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정말로 웃픈 사실은 작년부터 이미 외통위의 국회의원실 보좌관들이 그렇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외교부 감사관실에서 특별감사를 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났다고 우기며, 개인정보를 핑계 삼아 객원교수들의 최종 학위와 전공을 공개하지 않던 국제교류재단에서 감사원의 정기감사의 자료로 제출하려고 만들었던 3년 치 엑셀 파일이 우연히(?) 케이블 tv 기자와 공조하여 자료 요청을 했던 비서관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문제의 엑셀파일의 경악할만한 사실을 여기자는 내게 무엇이 문제인지 해독을 요청했고 나는 그 경악할만한 사실을 한 문장으로 풀어줬다.


"모집공고의 자격에 미달이 아니라 아예 자격조차 없는 자들이 버젓이 선발된 경우가 이 3년 치 자료에만 50%에 육박한다."


여기자는 경악할만한 사실에 놀란 한편, 쾌재를 부르며 단독으로 터트렸고 국제교류재단은 외교부 감사관실의 특별감사를 운운하며 자신들은 결백하고 여기자가 오보를 낸 것이라 우겨댔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기사가 유출된(?) 극비 파일로 인해 사실관계가 적시된 증거가 제시되자 정기감사를 3월부터 진행하고 있던 감사원에서 어쩔 수 없이(?) 8월 1일에 언론에 자신들의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만다. 그 감사보고서에는 국제교류재단이 벌인 신종(?) 채용비리에 대해 사례까지 적나라하게 이니셜을 써가면서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문제는, 아무 부정과 비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던 외교부 감사관실의 4개월간의 특별감사를 벌인 자들이 외교부 직원이 아니라 감사원에서 엘리트라며 외교부에 파견 나간 감사원 직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즉, 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자들임에도 특별감사로 덮으려고 했던 진실이 감사원에서 적나라하게 개뻥임을 증명하고야 만 것이다.


내가 의뢰한 특별조사국의 감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 정기감사에 너무 적나라하게 해당 사실이 적발되어 묘사되어 있고, 그전에 특별감사를 무려 4개월에 걸쳐 진행하고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외교부 감사관실의 감사가 심각한 진실 은폐행위였음이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다.


여기서 어제의 통화내용으로 이어진다.

돈이 없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라면을 훔친 자에게 경찰이나 그 대단한 판사들이 동정을 보이던가? 그때마다 그들은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면서 '법대로'를 외쳐대며 단호하게 실형을 때렸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에게 주식을 리딩해준다며 앉아서 가짜 hts를 만들고 손쉽게 수십억 수백억을 빼먹은 사기범들에게 그에 합당한 처벌을 했던가? 경찰은 아예 그들에게 뒷돈을 받고 수사정보를 흘리며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그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까지 만들어주는 블랙 코미디를 찍어댔다.


허위문서 위조에 행사를 한 자들은 모두 실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는데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어퍼컷을 쳐올린 자의 장모라는 이유로 허위문서 행사죄는 기소조차 하지 않고 그나마 허위 문서 위조죄로 실형을 받으니 재판정에서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는 일이 이 나라에서는 일어난다.


어제 두 젊은 조사관이, 이전 담당 수사관과 비슷한 어조로 말했다.


"채용비리는 부정청탁이나 뇌물 수수등이 입증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담당 수사관은 당시 외부 심사위원을 맡았던 교수들에게 소환을 요청해 두었다고 했다. 삼류대 교수라고는 하나 교수이니 그들은 이번 일로 혹시나 자기 밥줄이 끊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 사고의 반전이 일어났다.


본래 부정청탁이란, kt에 자기 딸을 집어넣겠다고 국회의원이랍시고 전화 한 통 넣어서 벌이는 전형적인 채용비리 행위 따위를 의미한다.


헌데, 생각해 보라.

삼류대이긴 하나 교수라고 하는 자들이, 한국어 관련 교수라고 하는 자들이 외부 심사위원으로 용돈 받고 초빙되면서 자신이 선발해야 하는 합격자에 대한 선발자격기준, 즉 전공분야와 학위 등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지  않은가?


그 말인즉은, 그들이 자격이 되지 않는 자들을 뽑은 이유를 경찰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들에게는 두 가지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 내가 삼류대 교수라서 그냥 내가 꼴리는 대로 무자격자라도 내가 그 사람을 뽑아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그 무자격자를 뽑았다.


2. 국제교류재단 측에서 무자격자임에도 그 사람을 최고점수를 줘서 뽑아달라고 했다.


1의 경우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경우이니 그냥 코미디라 스쳐 지나가자. 조금 신랄하게 고치자면, 아마도 자신의 제자이거나 지인 혹은 다른 부정청탁으로 그를 뽑았다는 그야말로 고리타분한 채용비리의 꾸질한 이야기로 전락하니 그 쯤 하자.


2의 경우는 그야말로 신종(?) 청탁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국민혈세를 집행하는 외교부 산하 재단에서 수십 년간 외부 심사위원들을 돌려가며 불러다 놓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공정한 척 시스템을 갖춘 척 보이고는 결국은 십수년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그림대로 해달라고 부정청탁(?)을 한 것이다.


즉, 부정청탁은 광의도 아닌 본래의 의미자체만으해석하여도, '옳지 못한 청탁'이라는 뜻이다.


공공기관에서 국비를 지원받을 사람을 선발하는데 선발자격에 공고된 내용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격 없는 자가 지원하는 것도 말도 안 되지만, 그 지원자가 결국 선발되도록 해당 조직에서 조작했다면, 공정한 시스템이라며 외부 위원으로 교수를 불러서 내부의 입김없이 선발했다고 하면서 정작 그 교수들에게 부정청탁을 통해 자신들이 원래 해오던 대로 무자격자를 뽑아달라고 짜고 치는 고스톱을 펼쳤다면? 그게 청탁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청탁이고 무엇이 범죄란 말인가?


절도를 처벌하는 데 있어 배가 고파서 훔친 것인지, 그저 쾌락을 위해 훔친 것인지, 또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훔친 것인지에 따라 형량결정의 차이는 약간 있을 뿐, 유무죄 자체가 뒤바뀌지는 않는다. 범죄행위임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제 각기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에서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은 어디서 잘못 배웠는지, 부정청탁이나 뇌물수수가 발견되지 않으면 범죄를 소명하기 어렵다는 허접한 논리에 빠져 있었다.


아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수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설사 그들이 누군가에게 청탁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무자격자를 십수 년에 걸쳐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공고된 지원자격을 모두 어겨가면서 선발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명백한 범죄행위가 된다.


그에 더해 그 괴이한 선발과정에서 자격을 갖춘 자가 떨어진 사실이 명백하다면, 그리고 그 자리를 무자격자가 차지했다면 이미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로 손색이 없단 말이다. 심지어, 1년 전에 국제교류재단의 감사실장에게 직전 전화를 걸어 내가 제보했을 때, 그들에게는 잘못을 인정하고 내부적으로 반성하고 고쳐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비웃고 자신들은 십수 년 동안 이렇게 해왔고 그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교수님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라며 후안무치함을 시전해보였다.


그런데, 정말 감사가 자신의 전공분야인 감사원의 특조국 엘리트라 외교부 감사관실에 파견 나오신 대단한 것들이 그 구체적인 사례를 제보받고서도 4개월간이나 털었는데 아무런 부정과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낸다고?

그거야말로 명명백백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이젠 더 말하는 것도 입이 아플 지경이 되어버렸지만, 어제 두 젊은 친구들에게 이 당연한 사실을 강론하는데 내 에너지는 흥분이 녹아들어가며 모두 고갈되고야 말았다. 그들 역시 머리가 없는 친구들은 아니었던 지라 최대한 양보하듯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는데 조금 더 조사해 보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로 마무리가 지어졌다.


그나마 머리가 좀 있다고 하는 그 공무원 친구들조차 국제교류재단에서 벌인 채용비리에 대해, 잘못인 것은 알겠으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내용인지 헷갈려한다면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부정한 경찰입장에서는 그 틈을 충분히 활용하여 진실을 호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번 건의 제보자이자 참고인은 나, 발검무적이다.


경찰수사도, 감사원 특별조사국의 감사도, 국민권익위의 공익제보자의 보호처분도 다 끝까지 눈을 부릅뜨고 옳은 방향으로 가는지 장검을 들고 지켜볼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저 글을 읽는 내내 고개만 끄덕이며 대리만족을 느끼며, 나는 못하는데....라고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것은 내 일이기 이전에 당신의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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