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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Sep 08. 2023

그놈의 자료요청싸움은 왜 끝을 보이지 않는가?

알고 보면 법안 하나만으로 끝낼 수 있는 이 허탈한 결론을 아는지...

오늘 제주 서귀포경찰서의 국제교류재단 채용비리 수사를 하는 담당 수사관과 통화를 했다.


"수사는 얼마나 진척이 좀 있나요?"

"하아~ 교수님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화를 잘 안 내는데 어제는 국제교류재단에 전화해서 화를 냈습니다. 도대체 나를 가지고 노는 거냐고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내놓는다 내놓는다 하면서 계속 자료가 준비가 안되었다고 하니 도대체 그 자료가 얼마나 되길래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가 요청한 자료는 국회의원실에서 요청한 7년간의 객원교수 선발자료도 아닌, 3년간 문제가 적발된 무자격자들에 대한 선발과정에 연루되었던 외부 심사위원들에 대한 기록과 선발 과정기록이 모두이다.


당신이 생각해 보라. 1년에 30명도 뽑지 않는 현상 유지를 포함하더라도 1년에 80개국의 대학에 파견한 교수들에 대한 선발기록을 정리하는데 과연 두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할까?


어제 만났던, 다음 주에 제주도 3일 출장을 시작으로 국제교류재단을 포함한 외교부를 조질 수 있게 된 사례를 던져줘서 감사의 인사를 거듭하던 기자의 분통 터진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 그 자료 정리하는데 두 달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차라리 그냥 벌크로 달라고 하면 되죠. 정리는 이쪽에서 할 테니 그대로 보내달라고... 걔들이 줄까요? 안주죠. 왜? 그랬다가 뭐가 걸려들지 모르니까 걔들이 문제가 될 만한 게 없는지 하나하나 검수하니까요."

"재미있나 봐요? 이 상황이?"

"솔직히 재미있습니다. 교수님처럼 이렇게 사안을 모두 빌드업해서 주시면 기자입장에서는 할 게 거의 없거든요. 그저 숟가락만 얹는 것이라 죄송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사안이 잘 정리되고 방송용 녹취 증거부터 명확한 크로스체크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있으니 저는 사실 그림만 만들어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해서 알리면 되는 거잖아요. 하하하!"

"그나마 그렇게 생각해 주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 자료 말인데요. 경찰도 웃긴 게... 지금 국제교류재단이 문제가 되는 상황을 한 건 사실이잖아요. 만약 그게 맞다면 용의자에서 바로 피의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상황인데, 범인한테 니 범죄에 대한 증거 다 모아서 제출해. 이렇게 말하면 범인이 알아서 자기 범죄 증거를 다 모아서 낼까요?"

"물론 안 내겠죠."

"그런데, 왜 경찰은 그걸 기다리고만 있을까요? 교수님도 아시지만 그놈의 압수수색은 검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압수수색은 걔들이 자료를 재가공하거나 은폐할 가능성 있을 때 불시에 들이닥쳐서 걔들이 가진 자료 다 챙겨 오는 건데, 두 달이나 알아서 챙겨 올 걸 기다리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수사의지가 없는 거겠죠."

"바로 그거죠."

"그럼 다른 뭐 뾰족한 수라도 있나요?"

"자료를 제출해라 할 수 없다. 어쩌고 하는 것들은 국회에서 매번 벌어지는 개싸움인데요. 어느 상임위든 열리게 되면 오전은 기본적으로 국가 기관이나 대상자들이 요청한 자료를 내지 않아서 제대로 진실을 파악할 수가 없네 어쩌네 하느라 싸우고 목청 높이고 점심때까지 싸우거든요."

"그런데요?"

"사실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으음, 그럴 필요가 없나요?"

"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국가안보 등 민감한 정보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기관의 정보를 바로바로 공개하도록 하면 이런 개싸움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건 당연히 그렇겠죠."

"그걸 국회에서 안 해요. 지금 파란당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게 머리가 없는 거죠."

"나는 좀 생각이 다른데요. 걔들이 머리가 없어서 그런다고 정말 생각해요? 아니요. 그들이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이익에 침해가 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꺼리는 거죠. 대개 국회에 공전하거나 사멸되는 법안들은 그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손해를 줄 수 있다는 답이 나와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99%예요."

"그런 부분도 부정할 수는 없죠."

"아니요. 부정이 아니라 나는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정보 공개를 왜 안 하냐고요? 현재 야당인 자들이 언제고 여당이 되면 그게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을 걱정하는 거죠. 이번 사태에 대해서 내가 파란당 빨간당 할 거 없이 그렇게 많이 제보했는데 걔들이 왜 덮었죠? 나한테 그랬죠? 걔들에게 있어 주요 순위에서 밀린 거라고. 결국 지금 왜 국제교류재단의 채용비리에 관심을 갖는 거죠? 우선순위가 이쪽이라고 판단한 거잖아요?"

"네. 전 이런 사안이 너무너무 재미있거든요."

"맞아요. 누구에게나 재미라는 취향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는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감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현실에서 경험칙에 의거하면 획기적인 범죄자들의 검거나 기소, 혹은 관련자들에 대한 해고, 무자격자들에 대한 이제까지의 부정수급한 혈세에 대한 환수처럼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맞는 말씀입니다."

"파란당이 머리가 없어서 자료 전면 공개법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머리가 있는 자들, 양심이 있는 자들,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로 갈아버리면 되잖아요."

"모두가 제 맘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게 방송보도의 가야 할 방향이잖아요. 방송 보도는 일반인들의 설득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니까요. 내가 이번 보도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알겠습니다. 한번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해 보겠습니다."


개인정보라서, 혹은 법적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자료라서 신고의 의무가 없어서, 등등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대상자들과 공무원들의 마음은 오직 한 가지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들추는 데 내가 왜 스스로 도움을 줘야 한단 말인가?"


이 정신 나간 철밥통들의 밥통을 박살내고 다시는 국민의 세금으로 돈잔치를 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헛된 꿈을 꿀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이라고 하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당신은 그저 눈뜨고 내내 쳐 잘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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