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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Sep 07. 2023

정말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인터뷰를 참관하고 나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맞다. 상암동에 다녀왔다.

출국을 앞두고 정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 중에서 결코 우선순위가 빠지지 않은 바로 외교부 산하의 국제교류재단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마무리를 봐야만 했기에 정말 진이 빠지며 눈코 뜰 새 없이(실제로 이틀이나 브런치를 연속으로 쉬는 이례적인 펑크를 낼 정도였으니...) 바쁜 일정에서 인터뷰를 참관하였다.


무슨 사건인지 설마 모르는 이들을 위해 지난 이야기의 요약으로 시작하자.

https://brunch.co.kr/@ahura/1672


내가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단 한 번의 면식도 없던 20여 년간 기자일을 했던 사냥개기질을 가진 그가 처음 제보했을 당시 그저 케이블 뉴스에서 1보를 내버려서 모두가 흘려버리자고 했던 대로 자신도 휴지통에 버렸던 것은 아주 기적적인 인연으로 한 다리 건너도 두 다리 건너 결국 나와의 만남을 갖게 하였다.


내가 그를 눈여겨보아왔던 것은 이미 십수 년이 지났지만, 그 역시 20년이 조금 못 되는 경력을 쌓으며 기자 일진의 위치에서 좀 더 넓게 그리고 깊게 조망하는 능력을 갖추고 농익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만나야 할 시기에 만나기 위해 지금껏 인연이 닿지 않은 채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상처를 받아가며 경륜이라는 것을 쌓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늘은 그의 선전포고가 이루어진 날이었다.

그가 직접 제주도에 있는 재단에 쳐들어가겠다고 출장신청을 했고, 외교부 본부에는 알리지도 않은 채 서귀포 경찰서와 국제교류재단을 쳐들어가기 위해 3일간의 제주도 출장을 공표한 날이었고, 국제교류재단에 직접 연락하여 대외협력부장이라는 자에게 내가 다음 주 너희들을 조지러 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확실하게 날린 날이기도 했다. 그 시작은 내부 제보자의 인터뷰였고, 당연히(?) 나는 그들과 함께하며 자료 분석과 설명, 조율 등에 내 조그마한 능력을 쏟아부었다.


사실 비자와 여권문제가 오전부터 터져서 정신이 없고 머릿속이 온통 하얘질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내색하고 우왕좌왕하기엔 내 입장이 입장인지라 끝까지 그들을 완벽하게 서포트하는데 치력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직접 이 건에 대해 언론사와 접촉하는 마지막 일이 될 터였기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를 배웅하며 엘리베이터에서 기자가 물었다.


"교수님은 이번 사건을 접하시면서 가장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잘 알잖아요. 아까 인터뷰하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내던데..."

"국회에 알리고, 언론에 알리고, 국제교류재단 감사실에 알리고, 외교부 본부 감사관실에까지 알리고 감사원에 국민권익위 채용비리신고센터에 이르기까지 모두 끝까지 빌드업하신 건 교수님이시잖아요."

"네. 그런데요?"

"그런데, 결국 다 덮이고 정작 교수님이 찌른 건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현 정부의 감사원에서 정기감사를 해서 적나라하게 무자격자에게 혈세 나간 거 다 드러냈음에도 무자격자들은 단 한 명도 소환되지 않고, 오히려 지원을 계속 받고 있고, 그 채용과정을 조직하고 십수 년을 무자격자들에게 쏟아부은 관련자들은 모두 승진을 하고 말이죠."

"네."

"그런 사태를 쭉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아까 인터뷰에서 그가 답변한 것과 같아요. 분노를 넘어서 참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 나라가 이 사회가 내가 사는 이 같은 공기를 나눠 쓰는 자들이 이런 쓰레기들이라는 거.... 이 철밥통들이 잘못을 하고서도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고 후안무치하게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산다는 게...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돼요.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하지 않으려고 이 나라를 떠납니다."

"아, 그렇게 결정하신 거군요."

"결국 그들이 형사처벌받거나 징계를 받고 해고되거나 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거죠?"

"으음, 아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겠죠. 제 보도가 나가면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는 난리 법석이 이루어지겠지만 조금 대응하는 척하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에 잊힐 즈음이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진실을 덮고 살겠다고 하겠죠."

"그게 내가 가장 용납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 그 잘못한 놈들이 잘못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이 취재를 하는 거니까요."

"후우, 오늘 고생 많았어요."


그의 설명에 의하면, mbn의 단독보도와 후속취재에 이은 연합뉴스의 보도에도 '그것들'은 아무런 내상을 입지 않았고 그저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열흘의 취재과정을 거쳐 일반 뉴스보다 파급력이 큰 그의 보도가 나가더라도 당장 정부, 여당에서 삼김시대처럼 바로 관련자들을 문책하거나 징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전포고를 날리자, 국제교류재단은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어버어버만을 반복하며 몇 시간이 지나도록 피드백 콜이 없을 정도로 당황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강 덮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드디어 공중파에서 그저 1분짜리 단타 뉴스가 아닌 특종 전문 사냥개 같은 기자가 물었다는 것만으로 그놈의 대책회의를 다시 연일 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제발 우연이라도 용산의 어퍼컷 대통령이 자신이 약속한 이권 카르텔에 채용비리까지 버젓이 저지르고 국민혈세를 수백억이나 탕진하고 전횡해 온 그들에게 '진노(아무 때나 나오는 표현이나 잘 모르겠으나)' 혹은 '격노'를 해서 최소한 이번 일에 대한 확실한 매듭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는 말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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