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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12. 2023

한국인들은 왜 아파트에서만 살고 싶어 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1

  한국 드라마를 보면 3대가 같이 모여 한옥에 사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그런 모습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거대한 아파트 숲 속에 들어와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한옥마을이나 특정한 곳에나 가야 한옥을 구경할 수 있을 뿐, 거의 모든 주거지역은 아파트가 주거환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광경을 쉽게 접하곤 합니다.


  한국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무엇보다 아파트는 살기에 편하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보안이 잘 되어 집을 비우고 다녀도 그리 문제가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냉난방이나 전기 시설이 완벽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 분리수거도 편하고 수도도 터지지 않고, 최근 삶의 한 문화로 자리 잡은 택배를 받는 것도 수월한 편이지요.


  중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아파트 문화 중에 또 한 가지는 한국의 아파트가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에는 아파트 내부를 본인이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기 때문에 한국에서 건설회사가 자신의 회사 브랜드를 만들어 아파트 내부나 편의시설 등을 특색 있게 만드는 것이 신기하게 보인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을 해보자면 크게 몇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중산층으로의 경제신분 상승을 위한 일종의 티켓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분석 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파트는 한국 주거형태의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는 사실, ‘도시’라는 한정적인 지형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합리적인 형태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초창기 아파트가 갖는 거주하는 이들의 경제계층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2014년에 실시되었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소득층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76.2% 임에 반해, 저소득층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57.6%로 나왔습니다. 단독주택의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으나, 아직 도시개발 정비 사업에 의해 신규로 리모델링되거나 건축되지 않은 구가옥의 형태가 단독주택이 많은 탓에, 초창기 아파트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고소득층이었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최근에는 새로운 양상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파트를 시공한 회사의 브랜드에 따라 계층분리가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에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경제신분을 결정짓는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지요. 


  둘째, 재산가치로서 환산가치가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자신이 사는 집을 제공할 경우, 아파트는 이미 그 기준이 딱 잡혀 있어 별도의 복잡한 가격 산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세라는 것을 기준으로 거의 같은 형태로 지역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이미 면밀하게 분석되어 그 가격이 설정된 것이지요. 이러한 사실은 아파트가 부의 축적 수단으로 각광받는 부동산 아이템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중산층이 팽창할 수 있었던 주원인을 아파트 투자에 따른 자산 증식에서 찾습니다. 7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자 실물자산인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환금성이 우수해 가격상승력이 높았고, 이에 전세금을 안고서 ‘갭투자’라는 이름으로 재산증식을 전투적으로 하는 이들도 생겨났었지요. 최근에는 경제성장 둔화와 각종 규제, 그리고 공급 증가로 인해 가격 상승력이 줄면서 투자의 메리트가 사라졌지만 서울 강남의 경우는 예외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도 사실입니다.


  셋째, 편리한 주거생활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아파트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은 대부분 경비실을 거치기 때문에 거주자들은 원치 않는 소통을 거부할 수 있고,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단지 안의 피트니스 센터, 카페, 어린이집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야말로 바쁜 현대인에게 적합한 주거형태라고 인식이 자리 잡힌 것이지요. 


  넷째, 급격하게 진행된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드라마에 나오는 가정의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이 많지요. 하지만 이는 드라마의 다양한 갈등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가 모여 사는 단독주택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성의 반영으로 아파트가 절대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일일드라마의 경우, 단독주택이 배경이 되는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의 갈등이 필요할 뿐 현실성이 떨어져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파트가 본격 개발되던 70~80년대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4인 가족이 거주하기 알맞은 아파트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33평의 아파트가 절대다수의 보편이 된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작용했습니다. 또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단독주택 생활에 비해 가사 노동 시간이 단축되는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선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1993년에 한국에 와보고서는 아파트로 꽉 차 있는 서울을 보고서 깜짝 놀라서는 “서울은 (아파트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우리 주거문화를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0년이 지나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을 출판하였죠. 그가 2018년 현재의 서울을 와서 본다면, 그리고 그 아파트 숲이 전국을 더 꽉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10년 전의 ‘아파트 공화국’이 이제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요?



* 발레리 줄레조 : 프랑스 지리학자. 1993년 한국을 방문한 후 프랑스와 너무 다른 서울 주거문화에 충격을 받고 서울의 아파트에 대해 집중 연구해 파리 4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을 펴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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