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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13. 2023

한국인들은 왜 술을 마신 다음날 꼭 해장국을 먹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40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 장면 중에서 전날 술을 마신 남편을 위해 콩나물국을 끓여주면서 ‘해장국’이라며 아침상을 내어주는 아내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 해장국은 주로 북엇국이나 콩나물국이긴 하지만, 밖에서 해장국을 사 먹는 장면은 국밥류에서 내장탕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해장국집이라고 간판에 올려둔 식당들이 너무 흔히 나오는 편이지요. 야근이나 잠복근무를 한 형사들이나 방송일을 하는 사람들이 전날의 숙취를 해소하려고 아침에 해장국집에 모여 국에 밥을 말아먹는 장면은 이제 외국인들에게도 낯선 장면이 아닐 정도지요.  


  어느 나라에나 독특한 음주 문화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만큼 술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드라마틱한 나라는 드물지요. 그래서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음주와 관련된 문화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중에서 이번에 살펴볼 것은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왜 꼭 해장국을 찾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음주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수프입니다. 숙취를 해소해 주고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신기한 기능을 하죠. 2015년 CNN에서 선정한 한국인의 소울푸드 베스트 7에 김치를 젖히고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음식이 바로 ‘해장국’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한국의 음식문화와 음주 문화에서 해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해장국은 원래 재료나 조리방식, 맛 모두가 신토불이(身土不二)인 훌륭한 한국의 음식입니다. 해장국의 ‘해장’은 술로 쓰린 창자를 푼다는 ‘해정(解酊)’이라는 문자에서 온 해장국이 와전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쇠뼈를 끓인 된장국도 숙취를 풀기 위해 드는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처럼 술꾼이 아침에 먹게 되면 그 모든 종류는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먹는 ‘해정국’이라는 이야기인 거지요.


  현재 여러분이 드라마에서 보는 지금과 같은 해장국은 해정국이 아니라 1883년에 개항한 인천이 그곳 특수사정으로 빚어낸 빈속을 푸는 해장국이 원조라는 설이 제법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분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 가장 처음 밟는 공항이 있는 곳이 있지요. 네. 맞습니다. 인천이지요. 인천은 항구건설과 화물출입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근대적 노동시장을 열었습니다. 자유노동 계약과 나날이 막노동으로 품삯을 받는다는 매력이 많은 일꾼들을 인천으로 끌어들였습니다. 19세기말 한국인 수는 9천8백 명이었는데, 태반이 노무자였습니다.


  한편 4천 명이 넘는 일본인과 백 명에 가까운 서양인이 거류했고 출입 함선도 많았습니다. 한국인들과는 달리 쇠고기를 선호했던 그들은 많은 쇠고기를 소비했기 때문에 다른 지방보다 훨씬 많은 양의 소를 잡게 되었습니다. 주로 등심과 안심을 가져가고 잡육, 내장, 뼈 등은 먹지 못하는 것이라고 남겼으므로 그 남는 부위들은 이른 아침에 일터로 나가는 허기진 노무자들의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의 재료로 손색이 없었지요.


  그래서 지금의 뼈해장국이니 선지해장국이니 하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지요. 가족이 없이 일을 위해 혼자의 몸으로 모여든 많은 노무자와 넉넉한 쇠고기 군더더기 재료 사이에 생긴 알맞은 수요공급 원칙이 해장국을 탄생시킨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음식은 자연스럽게 전날 술을 마신 이들의 속을 푸는 데 일조를 하면서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고 보는 일설입니다.


  사실 어느 것이 정설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양한 음식문화와 한국의 문화가 섞여 있어, 뒤에서 언급할 한국의 국문화와 아침식사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뒤에 상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다양한 해장국의 종류와 그 효능에 대해 살펴볼까요? 

중국에서 많이 먹는 '鸭血(오리피)'

  지금의 해장국은 한 종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다양한 종류들이 있습니다. 먼저 선짓국을 빼놓을 수 없지요. 정확하게 말하면 ‘선지’는, ‘죽은 소에서 받아낸 응혈상태의 피’입니다. 생긴 모습은 중국에서 많이 먹는 '鸭血(오리피)'와 비슷하지요. 실제로 직접 먹음으로써 흡수되기 쉬운 철분이 많고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함께 넣는 우거지나 콩나물, 무 등이 영양의 밸런스를 이루어 피로한 몸에 활력을 주고 주독(酒毒)을 풀어주지요. 


  콩나물국은 이미 한국인에게는 상식이 되어 있는 어려운 이름 ‘아스파라긴산’이라는 물질이 듬뿍 들어 있는 콩나물이 주재료이지요. 콩나물 속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도와주지요.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특히 콩나물의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매생이 해장국의 매생이는 이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은 재료이기도 하지요. 


  가정에서 인기가 있는 것을 뛰어넘어 인스턴트 해장국으로도 유명한 북엇국도 빠질 수 없는 해장국의 주 메뉴 중에 하나이지요. 북어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함량이 적고, 맛이 개운해서 음주로 혹사된 간을 보호해 주는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숙취해소에는 아주 적격인 재료이지요. 


  조개를 넣고 끓이는 조갯국 역시 술을 즐기는 이들에게 시원한 해산 해장국으로 인기가 좋지요. 실제 조개국물의 시원한 맛이 가진 비밀은 단백질이 아닌 질소화합물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 핵산류와 호박산 등이 어울린 것이랍니다. 이중 타우린과 베타인은 강정효과가 있어 술 마신 뒤의 간장을 어루만지듯 보호해 준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답니다. 


  과거에 과학적으로 그 효소들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과학적인 이유가 입증된 것을 보면 한국이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숙취해소를 위해 다양한 임상실험을 통해 해장국의 재료들을 선별했을 것이라는 감탄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술은 어느 나라에서나 많이 마신다는 점입니다. 즉, 한국만 굳이 알코올 소비량이 엄청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이것은 바꿔 말하자면, 숙취 후 해장을 하는 문화가 한국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해장음식, '롤몹스'

  그리스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해장음식으로 버터를 먹는 답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소금과 식초에 절인 오이를 청어로 싼 ‘롤몹스’라는 숙취해소 음식을 먹지요. 청어 자체에 풍부한 메치오닌이 포함되어 있어 간장 해독에 매우 좋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맥주와 토마토주스를 5:5 비율로 섞어서 날계란 한 알을 넣어 만든 ‘레드아이’라는 해장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독특한 것은 북엇국에도 그렇고 각국 해장 음식에 계란이 들어가는 이유인데요. 본래 계란에는 단백질과 시스테인, 타우린,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해 주기 때문에 술 마신 뒤 날계란은 전 세계 공통의 해장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해장국이 독특한 것은 한국의 발달된 아침 식사문화와 반찬류 중에서도 반드시 들어가야 했던 국과 탕문화가 결합하면서 국과 밥을 먹는 것으로 알코올을 해독한다는 점이랍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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