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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19. 2023

한국 사람들은 왜 늘 식당에 가면 찬물만 찾는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6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44


  한국의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냉장고 안에 있는 커다란 물병과 물 잔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요즘엔 ‘물은 셀프’라고 적힌 곳들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가격이 조금 고급스러운(?) 한식집이나 규모가 있는 식당을 가게 되면 사기그릇이나 유리로 된 다소 부담스러운(?) 묵직한 잔을 챙겨주기까지 합니다. 물론 따뜻한 물이나 미지근한 물은 아닙니다. 성에가 생길 정도의 차갑고 시원한 물을 따라줍니다. 한국사람이라면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너무너무 신기한, 이것이 더운 여름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 입김이 나오는 한 겨울에도 예외 없는 일이죠. 여름에는 동동 얼음까지 띄워주거나 꽝꽝 얼린 물통을 그대로 가져다줍니다.

  일반적으로 정수기에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나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얼음까지 나오는 정수기가 특화된 상품이 아니라 마치 일반적인 상품으로 판매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식사 후 커피를 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뜨거운 물을 그냥 마시기 위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오는 한국인은 여간해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사실은, 당연히 마시는 물은 뜨겁거나 미지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양문화(?)가 상식으로 장착된 중국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반대로 중국이나 중화권 문화를 가진 나라를 찾은 한국인들이 식당에만 가면 가장 먼저 당혹스러워하며 찬물이 없냐고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서로의 문화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 사람들은 늘 따뜻한 물을 마시고 식당에는 차가운 물이 없는 걸까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다지 위생적이지 못해 보인다고 여겼던 중국 사람들은 건강과 관련해서는, 그리고 물에 대해서는 차 문화와 연결되어 그들의 보양문화(?)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상당히 철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 중국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나 음료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한 기본적인 위생과 건강에 대한 개념이랄까? 보편적으로 너무도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하는 몇몇 가지 사항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그저 간단히 따서 마실 수 있는 캔 음료조차도 대개 빨대를 사용해서 마시는 점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캔 음료를 빨대를 이용해서 마시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경우입니다.(무엇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캔 음료를 살 때, 빨대를 주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가 있죠.)


  이것은 중국의 식당에서 일회용 컵이나 종이그릇을 사용하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설거지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일회용 용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회용품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나 쓰레기 처리 비용이 부담되는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회용품이 그다지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기본적인 관념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사람들이 찬물을 마시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찬물이 우리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화기관은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특히 식사 전에 마시는 뜨거운 물은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어 소화, 흡수, 배설이 원활하도록 도와주지요. 그런 과학적인 점에 비추어본다면, 식사 전에 차가운 물을 마셔 소화기관의 온도가 낮아지면 기능이 약화되어 소화불량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찬물을 마시지 않는 것에 상당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과학적인(?) 이유로, 중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찬물이 몸에 안 좋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냥 물을 마시는 것 대신 차를 마시는 차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위생적인 처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물을 그대로 마셔서 병이 나기보다는 끓여마시는 것만으로도 위생처리가 어느 정도 되었다는 점에서 차문화는 중국의 음료 문화에서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지요.     

  이미 물이 위생처리가 다 되어버린 현재에 와서도 그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도 대부분 뜨거운 물을 마시는 문화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버린 상태인 거죠. 이것은 중국에서는 아주 흔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인 셈입니다. 모두 손과 가방에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저마다 생수병이나 테이크 아웃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근본적으로 담겨 있는 내용물이나 상태가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공공장소에서 커피를 타기 위해서도 아니고,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자기 텀블러에 받아서 마시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중국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며 아무리 무더운 여름에도 그들은 차가운 냉수가 아니라 미지근한 온수를 마시는 문화에 익숙해 있지요. 이것은 오래된 중국의 차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은데, 무엇보다 한국은 식사 전에 차를 마시지 않지만 중국의 문화는 차문화에서 비롯된 바와 같이 식사 전에 따뜻한 차를 먼저 마시는 것이 식사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차와는 별도로 뜬금없이 끓이지도 않은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은 그들의 이치(?)에 어긋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식당에서도 그렇지만 집안에서도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생수를 베란다나 실내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늘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차가운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국의 정수기 광고에 얼음이 나오는 기능이 기본 기능이자 꼭 필요한 기능처럼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식사 전이나 식당에서 찬물을 선호하는 문화의 배경을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은 다음과 같은 견해도 있습니다. 바로 차가운 물을 필요로 하는 한국의 음식 문화의 기본 구성이 그 원인이라고 추정하는 견해입니다. 맵고 짜고 하는 음식 구성으로 인해 식사 중에도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차가운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입 안에 매운 음식이 가득 차 있는데, 뜨거운 물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점이죠. 중국 음식이 따뜻한 물이나 차에 어울리는 궁합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차이로 발생한 것이라고도 분석하는 견해입니다. 한국인과 체질상 가깝다는 일본인들이 따뜻한 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더라도 음식문화가 마시는 물의 온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는 신빙성을 갖습니다. 일본 전통음식들이 따뜻한 물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점과 일본인들 역시 한국음식문화와 마찬가지로 차를 음식과 같이 마시는 경우가 드물고 식사 후에 차를 마신다는 차 문화의 특성도 이러한 가정에 신뢰를 더해줍니다.


  찬물과 더운물만의 차이가 아니라는 또 다른 문화적인 근거 중 한 가지는, 중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식당에서도 물을 식전에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셀프일지언정 식당에서 물을 제공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물을 제공하는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옛날부터 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다가 목이 말라 물을 청하는 나그네에게 집에서 생수로 사용하던 차가운 우물물을 제공했거든요. 이는 기본적으로 물을 끓여 마시는 문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집에서 마실 물을 늘 끓여 마시던 당연한 문화는, 굳이 식당에 가서 물을 제공받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물이나 차를 마시거나 그냥 사서 마실 수 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문화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는 견해입니다.


  차가운 것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의 차 문화는 맥주를 상온에 보관하고 있다가 마시는 중국의 노년층들의 성향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의 변화 움직임은 맥주는 당연히 차갑게 냉장고에서 마시고, 여름에는 차가운 물에 얼음을 띄운 물통을 가져다주는 문화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맥주는 물론이거니와 소주조차 냉장고에 들어있지 않으면 선호하지 않는 한국의 찬 음료 선호 성향은 주류문화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겠습니다.     


  해외로 여행갔는데, 생수를 얼려서 들고다니는 사람을 만나셨다면, 아마 그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인일 겁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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