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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Dec 18. 2023

한국인은 왜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43


  커피업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를 잔수로 계산하면 250억 5천만 잔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25% 늘어난 것으로, 한국 인구를 약 5천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지요. 10년 전인 2006년에 국민이 마신 총 커피 잔수가 200억 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25% 증가했습니다.

  굳이 한국 드라마에서 카페에서 마시거나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장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수치만으로도 이렇게 엄청난 커피를 소비하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이해하기 쉬운 돈으로 설명하자면,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약 8조 7천906억 원으로, 3조 원대 초반이던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로 커졌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한국 성인 남녀는 하루 평균 1.7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인 쌀밥ㆍ잡곡밥보다 커피를 더 자주 섭취한 셈이지요.


  하루 커피를 3회 이상 마신다고 답한 사람이 24.43%로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하루 2회(22.97%), 하루 1회(18.66%)를 포함해 하루 1회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66.06%에 달했습니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12.0%였습니다. 10명 중에 1명 정도를 빼고는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라가 한국인 셈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인들이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커피 마니아들의 절대다수가 속해있는 직장인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살펴봅니다.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820명을 대상으로 ‘업무효율이 떨어질 때 하는 일’을 조사한 결과 ‘커피 한 잔(39.5%)’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출근 직후나 식사 후 오후에 밀려오는 피곤함과 식곤증(음식을 먹은 뒤 나른해지고 졸음이 오는 증상)을 쫓기 위함이라는 점이 직장인들이 커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습니다.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의문을 갖게 될 겁니다. ‘ 왜 피곤할 때 커피를 마시지?’하는 질문이지요. 커피에 함유된 대표적인 화학물진은 바로 카페인(caffeine, C8 H10 N4 O2)입니다. 대략 한 잔의 커피에는 카페인인 약 50~150 밀리그램 정도가 들어있습니다. 카페인은 중추 신경에 자극을 주는 물질로 일시적으로 졸음을 없애주기도 하고, 긴장감을 유발하여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유난히도 회의가 많고, 야근이 많고 업무량이 많은 한국의 직장인에게는 약을 빙자한 음료가 바로 커피였던 셈이죠.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졸음을 쫓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필요에 의해서 마셨던 커피는 카페인 중독이라는 함정이 있었다는 겁니다. 화학적인 중독 현상은 물론이고 커피를 마심으로 인해 얻었던 각성효과를 느끼게 되면 다시 몸이 나른해지거나 할 때도 심리적 이유로 커피를 찾게 되죠. 또, 그 향과 맛이 각인되어 계속해서 커피를 찾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커피를 판매하는 회사들의 마케팅에서도 심심치 않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적 측면이나 식품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꼭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어떤 커피를 좋아하냐는 거지요? 한국인들이 마시는 커피는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캔커피, 원두커피, 다방커피, 믹스커피 등등 그 종류와 만드는 방법까지 상당히 다양합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왜 조금 귀찮아 보일 수도 있는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커피 시장의 종류에 대한 데이터를 잠시 살펴볼까요? 작년에 한국인이 마셨다는 250억 5천만 잔을 커피의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결과가 보입니다.


  가장 시장규모가 큰 커피믹스가 132억 1천만 잔으로 가장 많았고, 캔커피 등 각종 커피음료 37억 9천만 잔, 원두커피 36억 4천만 잔, 인스턴트커피 31억 6천만 잔, 인스턴트 원두커피 12억 5천만 잔 등의 순이었습니다.


  마신 커피 잔수 증가폭보다 시장규모 증가폭이 더 큰 것은 잔당 단가가 가장 비싼 원두커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거 국내 커피시장은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커피 위주였으나 2000년대 들어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다양한 커피전문점들이 늘어나면서 원두커피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특히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선도한 스타벅스는 지난해 국내 진출 17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스타벅스가 독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커피시장은 점차 선진국형으로 변모하면서 매장에서 커피 원두의 로스팅(roasting)까지 겸하는 이른바 '로스터리 카페'도 갈수록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맞춰 점점 고급화·다양화하는 추세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이제 좀 더 훌륭한 맛과 풍미를 제공하는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장논리에 따른 지출의 증가는 당연한 결과겠지요. 즉,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기괴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박한 럭셔리’라는 독특한 한국의 소비문화 패턴에서 그 해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층들이 싼 가격의 밥을 먹더라도 그리 크지 않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사치를 누리고 싶다는 심리적 보상의식을 발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돈이 많다면 뭐든 비싼 것을 사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을 위해 소박한 사치를 커피 한 잔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디저트 문화에 의외로 적지 않은 돈을 소비하는 현상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이유 외에도 문화, 경제,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이유들이 커피 한 잔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시겠나요?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다루게 될 한국인들의 카페 문화에서도 다시 언급될 테니,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은 나중에 더 이야기 나누도록 하지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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