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10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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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의 독특한 문화를 설명하면서 회식문화와 뒤풀이 문화를 빼놓고서는 한국인의 독특한 사회조직 운영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점은 한국인의 회식문화가 결코 1차로 끝나는 경우가 없다는 부분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들의 회식문화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술을 마실 수 있는 성인이 되어 자리를 갖게 되는 대학생들의 뒤풀이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은 결코 회식으로 시작된 모임을 하면서 1차로 그 자리를 끝내는 경우가 없습니다. 심지어 대낮에 만나 점심식사를 하는 엄마들의 모임에서조차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디저트 타임을 위해 장소를 옮기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고 흐름이니까요.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모임의 자리를 옮겨가며 2차, 3차를 좋아하는 민족이 되었을까요?
일단 전통문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보자면, 한국인의 제사문화를 살펴보면 그 해답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제사는 모르는 사람이 참석하는 모임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이고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매년 한 차례씩 돌아오죠. 그것은 민족의 대명절로 구분되는 추석과 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제사가 메인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지요.
그렇다면 그 과정을 들여다볼까요?
제사가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엄중한 행사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바로 제사상, 바로 음식을 차린다는 점입니다.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시는, 혹은 전통적으로 제사상에 올려야 할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차리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 제사에 올렸던 음식들은 누가 먹나요? 당연히 제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진행했던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며 먹습니다. 다시 말해, 메인이벤트인 제사와 엄중한 제사가 정리되고 난 뒤의 단란한 가족 간의 회식이 분리되어 2차 모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회사의 회식이나 대학생, 학부모들의 회식도 기본적으로는 메인이벤트를 하고 나서 이루어지는 뒤풀이성의 회식과 식사모임을 겸한 친목도모 모임의 두 가지 정도 성향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행위가 갖는 중의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이나 동양만의 문화가 아닌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게 있어 함께 식사를 한다는 행위자체가 갖는 의미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친교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미와 가깝지 않은 이와 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점만 감안하더라도 이른바 ‘만찬’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행위의 상징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아,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함께하는 만찬의 의미를 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함이 아닌, 한국인들이 왜 식사 1차로 모임을 끝내지 않고 2차, 3차, 4차로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가는가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식사에서 시작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를 의미하지요. 물론 1차의 식사자리에서도 술은 기본적으로 반주로 겸해집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면서 식사까지 다 했는데, 굳이 2차로 가서 다시 본격적인 술을 마시는 것은 왜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해석들이 첨부됩니다. 회식은 단 둘이 식사하는 경우에는 사용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데이트가 아니고 독대도 아닌 회식은 여럿이 식사를 하는 자리입니다. 때문에 1차의 주된 목적은 기본적인 식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혼자서 급발진해서 1차에서 연이은 폭탄주에 장렬히 전사 직전까지 가버리는 사람들도 없진 않지만, 그들은 이미 반쯤 눈이 풀려 가장 먼저 2차를 외치지요. 술 마신 사람들이 술자리를 짧게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물적인 본능에 가깝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론이니까요.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식사를 1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회식자리에 모든 이들과의 친교성을 다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자기 술잔을 들고서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펼쳐지곤 하지요. 평상시에 이야기해보지 못했던 상대와 업무상만이 아닌 친교를 다지기 위한 자리로 회식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겁니다. 이것은 회사의 회식이 아닌 이른바 접대성 영업 회식이 갖는 목적과도 교집합 부분이 있습니다.
정식으로 미팅을 갖고 회의를 하면 그만인데, 정식 미팅이나 회의 후에 자연스럽게 식사나 함께 하자는 자리는 2차의 본격적인 술자리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다양한 해석이 있긴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술자리를 영업 접대로 활용하기 위한 이유는 맨 정신에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친교를 다지기 어렵다는 점을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 함으로써 이성적인 부분보다 감성적인 부분을 증폭시켜 너와 내가 함께 식사를 한 ‘식구(食口)’이니 ‘이젠 남이 아니다.’라는 의식을 상대에게 교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개 접대에서는 을의 입장에 모든 비용을 처리하지요. 대놓고 돈을 주는 뇌물공여행위가 아닌 함께 식사를 하는 보편적인 행위를 했다는 심리적 면죄부를 심리 기반에 깔아 두는 것이지요.
그러한 접대와 달리, 친목도모를 위한 자리의 경우, 자리를 왜 옮기는지에 대한 또 다른 합리적인(?) 분석 의견도 있습니다. 이른바 한 자리에서 회식으로 발생해서 계산해야 되는 금액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는 분석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것은 앞서 다뤘던 식사나 술자리의 비용을 그 자리의 한 사람이 결제하는, 독특한 한국의 문화와 연결되면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회사의 회식에서 이른바 법카(법인카드)를 쓴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법카를 결제할 수 있는 결재권을 결정할 수 있는 상사의 허락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그가 개인 사비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돈으로 결제를 하더라도 그것을 허락해 준 상사가 쏘는 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것이 그의 사비인지 그가 가지고 있는 법카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자리에서 가장 상석에 있는 조직의 상사가 그 자리에서 지불해야 할 금액을 지불할 때,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너무 많아지면 곤란해진다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 자리의 목적을 끊는다는 것이 다음 자리로 이동하게 된 합리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성립합니다. 만약 한 자리에서 계속해서 먹고 마실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을 끊어서 한 사람에게 돌아갈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입니다.
돈을 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얻어먹는 이들에 대한 분석도 존재합니다. 1차와 2차, 그리고 3차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먼저 갈 수 있는 사람이 어색하지 않게 자리를 이탈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틈을 마련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실제로 1차에 돈을 낸 가장 높으신 분은 대개 2차까지 동행하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고 자리를 뜹니다. 혹여, 2차를 위한 법카까지 내어주며 2차 비용을 윤허(?)하는 배려를 한다면 그는 그야말로 최고의 상사로 술자리 뒷담화의 주인공에서 열외티켓을 받기도 합니다.
2차의 본격적인 술자리에 이어 대개는 3차는 노래방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술이 어느 정도 차서 흥이 넘쳐흐를 정도가 되면 흥이 넘치는 민족답게 노래방으로 가서 그 흥을 음주에 이은 가무로 마무리 짓는 거죠. 한국인의 흥이 넘치는 가무에 대한 부분은 이후 따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노래방이 끝나고 다시 출출해져 새벽 해장국집까지 달려 다음날을 맞는 전우(?)들이 술로 인해 망해버리지 않는, 적절한 모임문화와 술자리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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