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13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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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업무상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나 짧게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게 되는, 혹은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언급이 있습니다. 한국은 치안이 좋아서 살기에도 여행하기에도 안전한 나라라는 것이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은 강력범죄 특히 외국인들에 대한 강력범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극히 미미한 편이고, 무엇보다 총기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총기로 인한 강력범죄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밤에 휘황찬란하게 밤문화가 발달한 반면, 외국인들이 거리는 다녀도 범죄에 휘말려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여기서 신기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한국이 치안이 좋고 안전한 나라인가에 대한 질문을 외국인이 아닌 한국 사람들에게 던졌을 때는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실제 통계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이 안전하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 응답자 절반 이상이 ‘아니다’라고 답한 사실만 보더라도 한국인들은 정작 한국을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런 명백한 모순된 대답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안전하다’라는 개념의 정의 자체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안전’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다른 데에서 오는 차이인 셈이죠. 외국에 나가보면 알지만, 해가 지고 어두워진 밤이 되면 대부분의 경우, 밤늦게까지 한국처럼 심야 영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외국인, 특히나 서양인들의 경우에는 새벽 1시가 넘도록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으로 향하는 한국인들의 모습 자체가 신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아무도 거리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밤길에 범죄가 성행할 수 있는 외국에 비해, 늦게까지 술을 먹고 밤거리를 다녀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다닐 수 있는 한국은 그야말로 안전한 나라인 거죠. 반면, 한국인들에게 안전의 개념은 늘상 밤에 술 마시고 밤거리를 다니는 것이 위험하지 않았던 터라 정작 범죄가 발생했을 때나 그 범죄를 대처하는 경찰이나 검찰 혹은 사회의 대처들이 턱없이 미흡하다고 느끼는 부분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총기사용이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에서 온 서양인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 안전에 대한 안심이 커지기 마련인데요.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서 길거리에서 총에 맞을 수 있는 확률은 번개가 같은 곳에 두 번 이상 칠 수 있는 확률보다 낮다고 합니다. 총기 자체의 허용이 되지 않았다는 점만 빼고 보면, 확률적 수치로 미국과는 무려 100배 넘는 차이를 보이는 셈이죠. 언제든 총에 맞아 바로 죽을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동네를 피해야 하는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은 그야말로 최고의 안전국가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총기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 이외에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에서 너무도 자주 언급되는, ‘한국에서는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정도로 치안과 안전이 확실하다.’는 이야기의 근거를 알아봐야겠습니다.
한국인들은 그 근거로 가장 먼저 온통 사방에 깔려 있는 CCTV를 언급하곤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특정할 수 없는 가해자로 인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한국에는 길거리에서부터 아주 작은 가게들에 이르기까지, 아니 요즘은 심지어 가정에까지 쫙 갈려 있고, 심지어 차량마다 부착된 블랙박스로 인해 사각이 없다고 할 정도로 감시시스템(?)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죠.
하지만, 굳이 한국만 그렇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CCTV나 블랙박스는 전 세계 어디에도 기술의 발달로 인해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모두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죠. 20여 년도 훨씬 전인 1998년 개봉했던 토니 스콧 감독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는 사람을 감시하는 CCTV 시스템이 어디까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감시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죠. 그 이후 무려 20년이 훨씬 더 되었으니 그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만 범죄에 대한 치안이 잘되어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인의 범죄에 대한 심리입니다. 범죄심리학에 보면,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이후에 자신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분명히 생각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단순히 양형규정에 따른 형사처벌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사회적 측면의 불이익도 적지 않게 작용하게 됩니다. 서양에 비해 한국이나 일본 등의 동양적 정서가 강한 나라들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나 편견들이 서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만으로도 도저히 살던 동네에서 살지 못하게 된다던가 특정 범죄로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단순한 알바자리조차 얻기 어렵다던가 하는 일은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지요. 즉, 불법 행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범죄이익보다 자신이나 가족들이 입게 될 손해가 훨씬 더 크다는 아주 실리적인(?) 이유가 그 저변에는 깔려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 가장 큰 근거는 바로 머그샷입니다. 한국에서는 범죄자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처리해 줍니다. 심지어는 범인이 알아서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자신의 초상권을 보호하겠다고 눈만 뻐끔거리며 포토라인에 서곤 합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었을 경우, 머그샷이 찍히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양의 문화로 보건대, 한국에서 범죄자의 신상을 쉽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만, 위에 설명한 사회적 형벌과 그 압박이 얼마큼 강한지에 대한 반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훨씬 쉬울 듯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범죄자들이 반드시 잡힌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흔히 길거리에서 보게 되는 현수막의 차량 뺑소니범 같은 경우,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90% 이상 모두 검거하는 것이 이젠 특별한 일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나머지 그 몇 %는 뭐냐구요? 못 잡는 게 아니라는 정도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에 도주하게 되더라도 시간이 좀 소요되더라도 반드시 범죄인을 체포하고 국내송환한다는 수사의 프로세스가 범죄를 저지르려는 이들을 포함한 한국 사회에 일반 상식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물론 화이트 칼라 범죄의 경우, 전관을 고용하고 돈을 들이부어서라도 법망을 피해 가며 집행유예를 받는 재벌들이나 정말 큰 도둑놈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안전’의 개념, 즉 강력범죄에는 해당되지 않으니 경찰과 검찰의 모럴 해저드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별도로 논하기로 하죠.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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