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Jan 31. 2024

한국인은 왜 그렇게 성형수술을 좋아하는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16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66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반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쇼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는 이미 한국을 일컬어 ‘성형천국’이라는 표현으로 스스럼없이 풍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명실상부한(이런 때 써도 되는 단어인지 주춤하게 되는군요.) 성형대국으로, 최근 공식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들은 이미 엄청난 외화벌이에 일조를 하다못해 이제는 국내 수요보다 글로벌 성형 투어로 한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수입 비율을 의존하는 형태로 진화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K-POP과 K 드라마로 대표되는 영상물에 등장하는 연예인들 중에서 성형을 하지 않은 천연기념물(원래 이런 때 쓰는 표현이 아니긴 했습니다만)을 찾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현상들은 K-컬처에 열광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BTS와 닮은 얼굴로 만들어달라고 수술을 수십 번이나 해서 한국인의 외모로 탈바꿈해 버린 서양 젊은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특정 연예인을 동경해서 그들의 얼굴과 똑같이 해달라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한 과정은 다시 병원의 마케팅과 맞물리게 되고 또 그런 수술을 많이 하게 되어 임상경험이 늘게 되면 또 성형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한국의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게 되는 순환구조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되죠.

BTS 지민을 닮겠다며 18번이나 성형수술한 영국인

  성형외과 전문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미용 성형시술의 종류는 13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성형수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눈성형, 코성형, 안면윤곽술, 안면거상술, 지방흡입술, 가슴확대술, 쁘띠성형 등에서 명칭과 수술방법이 조금씩 변형되어 파생된 것일 뿐 그 기본맥락에서 벗어난 것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입니다.


  실제로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종목(?)에 해당하는 필러와 보톡스 제재를 이용한 쁘띠성형의 경우 시술에 사용되는 약물이나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병원마다 윤곽주사, 물광주사, V라인주사, 동안주사, 연예인주사 등 다양한 마케팅용 명칭을 붙여 시술하며 일반인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돈이 되니까 마케팅을 한다고 해서 단순히 한국이 성형천국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라면 장사가 라면을 많이 팔려고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고 바로 한국이 라면천국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죠.


  현실은 이러한데요. 그렇다면 도대체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성형에 열광할까요?

  여기에 그 근거를 짐작해 볼 수 있는 한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미혼남녀의 연애와 행복 인식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25세∼3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고 답한 한국 여성의 비율은 불과 37%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뭐가 이상하냐구요? 독일, 체코,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 여성들이 해당 질문에 답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유럽 여성들의 70% 이상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고 답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한국 여성들이 확연히 못생긴 여자들이 많기 때문일까요?

  물론 아니죠. 이것은 심리학적인 이유와 사회학적인 이유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심리적인 문제를 살펴보자면, 성형수술에 집착(?)을 보이는 이들의 특징과 심리적 원인을 ‘신체이형장애(BDD; Body Dysmorphic Disorder)’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이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결손이나 변형이 있다고 상상하며,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바꾸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합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형에 집착을 보이는 이들은 이러한 심리적인 기저의식을 가지고 있는 거죠. 


  실제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형수술을 3회 이상 했거나 한 부위 당 2회 이상 재수술한 환자에게서 이러한 현상은 아주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는 사회학적인 부분으로 보자면 미디어의 발달과 외모를 중시하는 잘못된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부작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나 최근엔 SNS의 발달로 인해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의 반연예인급 일반인들이 너무도 설치고 모두가 연예인처럼 구는 이상한 분위기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전 세대에 확산되면서, 수익창출에만 혈안이 된 성형의학계의 돈벌레들의 마케팅 전략과 연동하게 됩니다.


  심지어 나이가 들어가는 아줌마, 할머니들조차 안티에이징이라는 인간 본래의 욕구, 나이 들어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기 위한 시술과 수술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후에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겠지만 보이는 것과 체면 문화에 굉장히 민감한 한국의 경우, 노령화가 일반적인 현상이 되면서 예전 같으면 이미 환갑이라고 하면 잔치를 할 정도의 늙은 나이였겠지만 이제는 60이라는 나이여도 40대로 보이는 아줌마급의 할머니들이 길에 널려있는 상황이 되어버린지라 만약 자신만 갑자기 늙은 노파처럼 보인다는 심리적 위축을 받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는 거죠.


  사회학적으로 성형수술을 분석하는 연구들을 살펴보면, 성형외과를 찾는 이유가 시대에 따라 달랐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이들의 주요 원인은 외모도 경쟁력의 하나라는 인식이 새롭게 안착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른바 한국이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하며 초경쟁사회로 거듭나게 되면서 호감형 외모가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성형수술이 일반화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2010년 이후의 사회에는 앞서 언급했던 연예인을 동경하는 아동,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성형연령이 확 내려오는 시기를 맞게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상 외모 중 한 가지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면 그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때문에 성형욕구가 더 강해지게 되고, 이전에는 성형수술이나 시술에 쓸 경제적 여유조차 없던 상황에서 이제 먹고살만해진 정도를 넘어서 아이들의 욕구에 소비가 가능해진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성형열풍의 가속과 확장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통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인구 1000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8.9명이라는 수치로 1위를 차지한 한국의 성형대국에 성형천국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성형을 집중적으로 하는 연예인층들이 미디어에 훨씬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틈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인들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당연히(?) 어려서부터 모두가 성형을 하는 정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외국인들에게 과장되게 알려져, 한국에서는 모든 여성들이 얼굴을 갈아엎고 남자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대부분이 성형한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루머는 아직까지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뻐지고 싶고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인간에게 모두 똑같다는 사실은 전 세계 공통이니까요. 한국인들이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편에서 모두 다루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조금씩 더 깊숙이 논해보도록 할게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769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은 왜 생일에 꼭 미역국을 먹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