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이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직업은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
이십여 일의 최장 칩거 끝에 다시 올린 글이 하필이면 또 격한 제목이라 놀라 들어온 독자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요 이십여 일간 한국보다 훨씬 빨리 시작한 학기 초의 생경함도 있었지만, 결국 고만한 수준의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그릇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하며 인간에 대한 실망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거쳐 다시 기운이 빠져버려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육체적으로 힘겨운 경우는 체력을 보강하고 계획적으로 뭔가 움직이면 쉽사리 해결될 수 있겠으나 사람으로 인한 실망은, 그것도 반복된 실망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왜 폭탄 같은 제목 달아놓고 근황토크를 하느냐고 푸념할 이들이 있어 바로 본론에 들어가자면, 내가 이 학기 초에 겪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같은 맥락이면서 더 거시적으로 대한민국을 좀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 직업군의 '선수'였던 자가 수장까지 된 마당에 무슨 말을 더 하겠냐 싶을 수도 있겠다.
허나, 이것이 수년간 아니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되어 온 잘못이라면 누군가는 그 잘못을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모두에게 일깨워주고 싶어서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QVU0p1TZI
한국에 관심을 끄고 그런 망해가는 나라 따위 신경 쓸 것도 없다며 다른 나라에 산다고 계속 현실인식을 강조해도 눈에 보이는 거슬리는 뉴스는 도저히 무심코 지나치기가 어렵다.
뉴스의 사건은 매우 단순하다.
무려 6년 전 손연재가 자신에게 비방 댓글을 단 이들을 돈 많이 받는 로펌을 고용해서 모두 명예훼손 고소를 했다. 개념 없이 모니터에 배설해 대는 키보드 워리어들은 그렇게 형사처벌을 통해 따끔한 금융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나 역시 십분 공감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고소장을 낸 그 돈 많이 받은 로펌의 변호사도 그러하고, 그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도 그러하고, 그것을 기소의견으로 넘겨 '기소유예'라며 대강 넘기려 했던 검사들이 헌법재판소의 철퇴를 맞았다.
댓글의 앞부분만 인용하며 명예훼손이라고 유죄 처리했던 댓글에 대해 댓글 작성자는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뭐라고 댓글을 적었는지 명확하게 명시하지도 살펴보지도 않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을 부당하다"며 경찰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기각당했고, 결국 그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하지도 않고 유죄로 판단한 검찰의 법적인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헌법소원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결론은, 허망했다.
손연재를 비방한 댓글이 아니라 뒷 문장 자체가, 손연재를 그렇게 비방할 일이 아니다, 라며 옹호하는 댓글이라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댓글을 단 사람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경찰의 조사에서 자신이 단 댓글의 내용이 정확하게 이러이러한 내용이다, 라고까지 밝혔다면 아무리 무식하고 돈 먹기만 밝히는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할지라도 기소의견으로 넘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손 치더라도 경찰에 뒷문장을 생략하고 앞문장만 쓴 내용으로 무작위 취합하여 고소한 로펌도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을 다시 봐달라고 이의신청까지 명확하게 했음에도 그것이 무엇이 어려운 일이라고 당당히 기각했단 말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경찰의 일처리 수준임을 어느 짭새가 부인하겠는가?
대한민국 짭새들은 늘 말한다.
"내가 수사를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에서 바로잡을 것이고, 그전에 이의신청을 하시면 경찰 내에서도 그것을 다시 판단하는 위원회가 있고...."
그래서 잘려서 인용된 댓글의 뒷부분을 명확하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비방댓글도 아니거니와 명예훼손의 의도도 없었다고 했는데, 그 경찰들과 이의신청을 확인해야 할 위원회에서는 기계적으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검찰에 기소가 되고 나서 수많은 사건을 다뤄야 할 스트레스에 시달리시는 검사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기소유예'처분을 내린다. 기소를 유예한다고 해서 유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기소유예'란 그것이 형사적으로 유죄는 인정되지만 기소를 할 정도의 엄중한 양형기준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인데, 검사가 자기 재량에서 흔히 말하는 빨간 줄을 긋게 하거나 벌금형으로 금융치료를 하지 않게 긍휼히 봐주는 판결 전의 판결이라 불리는 결정이다.
그들은 잘못 걸린 셈이다. 대부분의 개돼지들은 그러면 감사하다고 넘어가버리고 말았을 테니까.
여기서 궁금해진다.
회사에서 업무처리를 잘못한 것이 대내외적으로 밝혀져 개망신을 당하고 그것이 언론을 타게 되면 회사에서 담당자를 어떻게 처리하나?
이 사건이 이렇게 보도까지 되었다.
당시 수사를 했던 경찰에서부터 개념 없이 이의신청을 기각했던 위원회(이른바 동네 유지랍시며 경찰들과 형님동생하며 술 처먹는 바로 그들)나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소유예를 처분했던 검사는 지적을 받고 징계를 받고 불이익을 받고 반성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웃기지 마라.
멀쩡한 사람을 두들겨 패고 한글도 못쓰는 애한테 조서를 받았다며 억지로 수십 년 감옥에 집어넣어 그 공을 인정받아 특진까지 한 자들이 나중에 재심으로 진실이 밝혀졌다한들 그들은 결코 그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그 뻔한 솜방망이 징계조차 받지 않았단 말이다.
이게 지금 검사출신이 대통령으로 뽑아달라며 말했던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인가?
일제강점기 그즈음부터 못 배우고 없는 사람들이 자식을 공부시켜 순사를 만들고 싶어 하고 검사를 만들고 싶어 하던 그 잔재이다.
그들은 결코 존경의 대상도 앙망의 대상도 아니다.
그저 일이 터졌을 때 몽둥이를 들고 나를 겁박하고 나를 감옥에 보낼 수 있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것이 회칼을 들고 뚱뚱한 덩치들 병풍치며 거들먹거리는 조폭들과 무엇이 어디가 다르단 말인가?
자신의 아이폰 비번을 끝까지 안 알려주겠다고 몸싸움까지 벌인 작자가 기어코 법무부장관직까지 올랐다가 예정된 수순대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나는 늘 궁금했다.
그가 그렇게 단죄하겠다는 조폭들을 심문실에서 조질 때, 조폭들이 아이폰 비번을 불 수 없다고, 그건 법적으로 자신에게 허락된 인권이니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가 자신에게 적용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시라고, 수긍했을지를 말이다.
이번 선거는 물론이고 매번 국회의원 배지가 최종 보스라도 되는 냥 검사출신들은 정치판에 뛰어든다. 모래시계 어쩌고 가 자신이 모델이라며 설레발치던 그의 말처럼 '검사를 그만두고 나면 조폭들이 나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치인이 되면 함부로 나를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정치판에 투신하였다.'가 과연 대의민주주의에 정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자가 감히 입에 담을 말이라 생각하나?
모든 직업군에 썩은 자들은 있기 마련인데 왜 검사만 씹느냐고 어설프게 반대 논리를 펼 자들이 혹시라도 있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정의를 위해 몸을 던지는 검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할 거라 생각하나?
검찰총장이던 자에게 반기를 들고 정의를 자처하며 방송에 등장하거나 SNS에 글을 날리는 모 검사들은 정의로울 것이라고 혹시 착각들을 하나?
의사가 워낙 많은 환자들을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 배를 열고 거즈를 쑤셔 넣고 다시 봉합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하면 검사들이 아, 그렇습니까? 하면서 기소하지 않을 것 같나?
그런데 지가 현역 검사시절 잘못된 일이 들춰질 때마다 잘 나가는 정치인이나 수십억을 전관으로 챙긴 검사(판사출신이 어디 하나 다를 게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검사는 지난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워낙 많은 사건을 다뤄왔기 때문에 사건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멍멍 소리를 하는 자들에게 어떻게 한 사람 한 사람 중요한 인생이 달린 사건을 맡기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어퍼컷을 날리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어쩌고 하던 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서도 그런 멍청한 짓을 다시 반복하고 싶은가?
제발, 정신들 좀 차리고 살자.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