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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Feb 22. 2024

왜 정의를 바로잡는 일은 늘 힘겹고 버거운가?

무료 사진촬영 사기사건 보고서.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


  2020년에 사건이 발생하였고, 위의 글을 연재한 것이 2021년의 일이니 벌써 햇수로만도 3년이 훨씬 지난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국에서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질질 끌다가 못해 법원까지 변경하면서 이루어진 그 대단한 소액심판이 오늘 드디어 열렸다고 말이다.


  방송에도 몇 번이나 보도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자 전국에서 자신들도 당했다며 어떻게 하면 이 억울함을 풀 수 있겠느냐고 수차례 댓글에 메일에 연락을 받아왔던 그 사건은 결국 소송을 걸어서 끝장을 보자고 한 사람이 나 한 사람밖에 없다는 가슴 아픈 현실을 품에 안고 종착역까지 왔다.


  처음 이 사건을 브런치에서 보고 분개하며 정의를 바로잡겠다던 저 먼 경상도 쪽의 변호사는 무슨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한 것이었는지 채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어느 순간 연락을 끊고, 소송까지는 제기해 주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마무리하라며 소송의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시작에 동참하여 힘을 보태준 것이 어딘가 하는 마음으로 다음 타자를 맡을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하였다.


  간략히 정리하면 사건은 매우 단순하다.


https://brunch.co.kr/@ahura/11

  

  코로나 정국을 이용하여(실상은 코로나 이전서부터 꾸준히 벌어진 범죄패턴이긴 하다) 인터넷에 가족무료사진 촬영이벤트를 빙자하여 카메라를 실컷 찍어대 놓고 그 사진들의 원본 파일을 받으려면 말도 안 되는 고액을 주고 액자를 사야만 한다는 양아치 짓을 강남의 스튜디오를 비롯한 전국의 스튜디오에서 벌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가 그 이벤트에 발을 담갔는데, 누가 더 운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벤트 진행을 하는 업체를 가장한 여자 상담원과의 통화에서 "나중에 원본을 돈 내놓고 가져가라는 둥 이런 앵벌이 하는 거 아니죠?"라고 했더니 사레들린 사람처럼 놀라 "아니요. 스튜디오에서 그건 다 알아서 해주실 거예요."라고 얼버무렸다가 나중에 버젓이 사기행각을 벌였길래 항의하자, "우리는 전국의 사진 스튜디오를 중개해 주는 중개업체일 뿐이다."라는 법망을 피해 가려는 뻔한 거짓말을 했는데, 정작 노쇼 방지금을 받았던 통장의 주인이 중개업의 대표로 등록되어 있는, 즉, 지가 강남에 스튜디오 하나 차려놓고 인천 부평에 중개업체라고 사기치고 그 짓을 계속해서 해왔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들은 이미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동의서라는 종이를 받으면서 전혀 문건의 제목과는 상관없는 내용의 '원본 사진파일은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을 넣어두는 편법을 쓰는 등 잔머리를 굴리긴 했는데, 법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무료사진촬영'이라는 정의에, '사진촬영은 무료지만 찍은 사진을 파일로 주는 것은 무료가 아니다.'라는 궤변이 통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이러한 사기행각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경찰 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선례를 판례로 남기고 그것으로 인해 형사처벌이든 손해배상이든 내린 판결이 있으면 그뿐인 것이었다. 그 하나를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기에 선례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경찰은 그것이 사기 사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당히 넘어갔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 민사소송을 할 리가 없다는 배짱으로 사기업체들은 성황리에 영업(?)을 해왔던 것이다.


  오늘 소액재판의 판사도 내 변호사에게 가장 먼저 그것을 물었다고 한다.


  "아니, 원고께서는 손해배상금액을 설정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액자 가격만 그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셨는데 그러면 변호사 비용이 훨씬 더 나오는데 왜 이런 재판을 제기하셨을까요?"


  이른바, 법 공부를 했다는 아이들의 고정관념, '실익이 없다'의 취지였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손해입은 것에 대한 배상을 받고자 함인데, 그것을 받겠다고 더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은 말 그대로 실제적인 이익이 없는데 왜 그런 것을 하느냐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출장 와서 돈 주고 관계하다가 걸려도 정직으로 끝나고, 멀쩡히 대법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농단을 부렸다고 모든 사실이 입증되었음에도 무죄를 주는 요즘 이 나라 법원의 판결을 보면, 실익을 운운하는 것은 그렇게 황당한 생각이라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변호사는 판사가 반드시 그 질문을 할 것이니 이렇게 대답하라고, 내가 시킨 대로 토씨하나 빼지 않고 읽었다고 한다.(칭찬한다.)


  "한두 건도 아니고 이러한 사건이 수년간 반복되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있어야만 향후 이러한 사기행각이 판칠 수 없을 것이라는 공익적인 이유에서 제기한 소송입니다."


  판사는 그 대사를 듣고 움찔하고서는 '그러면 더 끌 것도 없겠네요. 4월 4일에 판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입을 꾹 닫았다고 한다. 소액심판은 소가가 워낙 작아 판사가 판결문을 쓰지 않아도 된다. 즉, 무엇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쓰지 않더라도 판결 가부만 정하면 그뿐인지라 판결문을 써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다. (반대로 억울하게 선고내용이 나왔을 경우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를 따질 수 없게 만든다는 부작용의 측면도 분명히 있다.)


  사실 판사는 이미 이 건에 대해 '이행명령', 즉, 사진 스튜디오에게 삥 뜯으려고 했던 액자 가격(소가)을 그대로 원고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더랬다. 그런데, 스튜디오 사장이라는 녀석이 후안무치하기 그지없게 법무법인을 내세워 이의제기를 하면서 오늘의 요식행위에 해당하는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소액재판을 진행해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일반 재판도 마찬가지거니와 소액재판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는 현장이다. 소액소송의 특성상 변호사를 고용하는 경우보다 나 홀로 재판의 경우가 많아 법적 지식이 없어 고성이 난무하거나 다시 되묻거나 하는 난리 법석이 일어나기 일쑤인 재판이다.


  그런 재판에 변호사가, 그것도 양측모두 등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판사에게도 부담일 수는 있겠다.


  나는 돈이 안 되는, 이와 같은 공익성 소송이나 공익성 제보 사건 등등을 제법 벌이는 편이다. 물론 함께 침대 쓰시는 분에게 매번 한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것을 그대로 넘기지 못하는 못돼 먹은 성격 탓에 기어코 끝장을 보겠다고 칼을 뽑아들고 만다.


  내 변호사의 말처럼, 아마도 스튜디오의 사장이라는 녀석은, 이 상징적인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이후 쓰나미처럼 몰려올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라던가 앞으로 이러한 사기행각을 대놓고 벌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에 메이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은 법무법인이라는 곳에 손해배상금액보다는 더 되는 돈을 밀어 넣었을 것이다.(참 의문인 것은 왜 판사는 피고측 변호인에게는 '왜 사과하고 변상하면 끝날 일을 돈을 더 들여가면서 변호사를 선임하셨나요?'라고 묻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먹고살겠다고 그런 사기꾼을 변호하며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답변서랍시고 늘어놓지방대 로스쿨 출신의 어설픈 것들의 논리를 읽으면서, '참,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제 하향평준화를 넘어서 몰락하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이 별 것 아닌 브런치라는 공간에서조차 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보자고, 정치란 결국 올바른 생각을 가진 무리들이 움직이는 행위라고 강변하고 외치고 함께하자고 했더랬다.


  그냥 적당히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에 지지하네 공감하네 떠들고 심지어 단톡방에 함께 하겠다고 했던 이들도 있기 했더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팅만 하는 자들보다는 그들이 조금 더 낫지 않냐고 할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말뿐인 지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도 못하다.


  정작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담은 수준 높은 글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어 너무도 감사합니다.'라고 주절거리던 나이가 지긋한 그들은, 정작 함께 행동하자고 하자 그 밑천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줄행랑을 치거나 심지어 뭐가 그리 찔렸는지 나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여전히 이곳에서 자신은 문학소년이고 소녀였다며 글을 배설하고 있다. 그들이 작가 코스프레에 홀려 같잖은 글을 출판할 곳이 여의치 않아, 전자책을 넘어, 1인출판사를 차려가면서까지 남의 돈을 펀딩이라는 이름으로 앵벌이 해가면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대해 내가 도덕적인 판단을 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사회의 불합리를 보고서 분개하는 양, 그리고 정의를 바로잡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지지를 보내는 양 그놈의 선량한 사마리아인 행세를 하다가 실천의 영역을 언급하는 순간, 바닥을 드러내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들에게 로또만큼의 확률로 천둥번개가 그들의 정수리에 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스스로가 행하지 않으면서 무언가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사특하고 간악한 짓인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리고 그런 자들의 생리를 이용하여 여전히 사회지도층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영위하는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은 행여 술자리에서라도 들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감히 입에 담아서는 안될 것이다.


  들이 악행을 유지하고 그것으로 오히려 위로 올라가고 사회를 이토록 지저분하게 만드는 짓거리를 목도하고서도,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실천하지 않고 행하지 않은 당신들의 잘못이 공범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명동 한복판에서 칼을 든 소매치기범을 잡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들을 막아서다가 한창 젊은이가 생을 마감했겠는가? 그는 객기를 부리다가 개죽음을 당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 자신의 마음가짐이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재고나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너무도 당연하게 그리 인지하였기에 그리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가 왜 그렇게 하게 된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 순간이고 남을 밀쳐가며  발 벗고 나설 것이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 내 일이 아니고 이익이 되지 않고, 나의 삶만으로도 바쁘다는 별 같잖은 이유와 핑계를 줄줄 늘어대며 꾸역꾸역 삶을 연명하는 당신의 삶이 무에 그리 대단한 가치를 갖는지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람 말이다.


  내 일이 아니라서?


  앞서 언급했다시피, 정치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독재자 하나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회가 아닌, 민주주의에서의 정치는 특히나 그러하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이익을 위해 정치를 업으로 하는 자들이 그것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대의 민주주의 정치란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이 당신의 생각과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 당신과 똑같이 정치꾼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움직일 뿐이다.


  왜 그렇게 되었느냐고?

  누가 그렇게 만들었느냐고?


  거울을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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