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Mar 15. 2024

한국인들은 왜 그리 먹방에 열광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2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78     

  한국인들이 유독 밥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국인의 사교적 상투어구에서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인사를 밥 먹었냐고 묻는 사람들은 한국인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밥 한 번 살게.”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녀.”

  “언제 밥이나 한 끼, 같이 하자.”     


  모 광고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한국인은 밥심!’이라거나 ‘밥이 보약’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한국인들에게 밥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밥은 그저 끼니를 때우는 수단이나 재료로서의 의미 이상으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주된 소재로 등장할 만큼 일상적인 표현에 익숙한 대상이기도 하면서, 사랑과 관심 그 자체를 표현하는 대상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밥’이라는 단어는 한국인들의 생활에서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의미로 인식된 지 오래입니다. ‘집밥’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군대에 가서 짬밥을 먹는 아들들은 엄마를 떠올리며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로, 가정교육의 전체를 대변하기까지 하며, ‘다 밥 먹자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라는 표현으로, 삶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자 삶을 영위하는 목표를 한 마디로 대변하는 용어로까지 사용됩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보릿고개’라는 이름으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시기가 분명히 있었고, 시대마다 어려운 시기가 있어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하는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적인 맥락에 녹아들어 가며 나온 개념들이라 설명하는 견해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한국인의 밥에 대한 개념과 중요성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서부터 인가 ‘먹방’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밥’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과는 별개로 독특한 문화성을 드러냅니다. 사실 엄청난 먹성을 차지하는 이들의 많이 먹기 대회라던가 작고 여린 몸으로 많이 먹는 것을 특기로 방송인으로 데뷔까지 하는 일들이 미국이나 일본등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미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어마어마하게 먹는 이들을 방송의 가십거리나 예능정도로 늘 취급해 왔던 것이 사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먹방이 고유명사인 발음 그대로 ‘먹방(Mukbang)’이 되면서 한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는,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의 탄생과 그 유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인들만의 특징으로 대변될만한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어 보이긴 합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견해 중의 하나는, 음식을 먹을 때 대가족들이 함께 먹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한국인만의 전통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설명입니다. 한두 사람이 아닌 대가족이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던 한국인들에게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핵가족화되는 것을 뛰어넘어, 이제는 1인 가정이 전체 가정의 형태 중에서 급격히 늘어난 형태의 대표적 형태가 되면서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져버렸다는 점에서 함께 밥 먹을 대상을, 미디어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혼자서 생활하는 이들 중에서는 혼자서 밥 먹는 것이 낯설고 불편해서 밥을 먹을 때 항상 먹방을 바로 앞에 켜고 마치 자신의 앞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고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심지어 굳이 자신이 뭔가를 먹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면서 그 사람과 함께 하면서 먹는 듯한 장면과 상황을 뇌에 자극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인에게 밥을 같이 먹는다는 행위는 그것이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생존행위로써의 의미를 떠나, 함께 가장 기본적인 허기를 메우는 행동을 공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심리적 안정감과 위로 등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을 충실하게 증명하게 되는 셈이죠.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자신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을 대리만족하는 대상으로 활용하는 경우로도 설명되는데요. 사회적인 분위기가 뚱뚱한 사람을 폄하하고 날씬한 사람들을 선망하는 분위기로 고착화되면서 강제적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다이어트를 계속하는 사람들은 이제 편하게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살이 쪄서는 사회에서 매장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그것도 내가 보는 것만으로도 질려서 도저히 더 먹을 수 없겠다는 시각적 이미지를 뇌에 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을 먹어대는 먹방을 보는 것이죠.

  물론 먹는다는 행위 자체,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는다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라는 기본적인 심리적 의미를 당연히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의 병리 중에서는 스트레스성 폭식이라는 것도 탄생하게 된 것이니까요. 


  심리학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자면, 같은 한국인임에도 남녀에 따라 먹방에 대한 취향들도 조금은 다르게 부각됩니다. 먹방에서도 어마어마한 양을 중심으로, 그것을 공격적으로(?) 먹는 것에 더 자극을 받는 쪽은 남성 시청자들이고, ASMR처럼 먹방을 보더라도 그 음식이나 재료에 따라먹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필두로 청각적인 요소에 비중을 두는 먹방을 즐겨보는 이들은 여성시청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평가를 하거나 같은 음식이라도 맛집의 어디에 가서 먹는지 등등의 세부적인 정보에 더 관심을 보이고 남성들은 독특한 형태라던가 맛있게 먹는 사람이 귀여운 여성이던가 아예 어마어마하게 먹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이 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ASMR먹방으로 천만유튜버가 된 제인

  한국인들의 먹방은 K콘텐츠에 힘입은 덕분인지 세계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케이블 방송프로그램을 넘어 공중파에서도 이제는 먹방을 베이스로 한 맛집 방문 등등 다양한 형태의 먹방에서 파생된 프로그램들을 방송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모든 먹방의 베이스가 배달음식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먹방이 최근에 생겼다는 점에서 당연히 그 음식을 누가 모두 해서 제공하겠는가라고 하겠지만,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먹방을 하는 이들 중에서는 자신이 직접 대량의 재료를 사서 어마어마한 양을 요리하고 그것을 먹는 것에 이르기까지 방송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먹방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이 메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국인들에게 있어 ‘집밥’이 갖는 의미와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정서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 아닌 단순히 많이 먹어 치우는 음식의 재료로는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소재가 된 것이죠. 


  게다가 단순히 밥이라던가 반찬 등등의 한식이 먹방의 소재가 되지 않는 것도 한국의 먹방에서 주목할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의 푸드 파이터들이 먹는 양을 측정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초밥이라던가 국수, 면종류 등이 있지만 한국에서 찌개류나 단순히 밥, 혹은 한식 한상이 먹방의 소재로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은, 한국인들에게 먹방이 가족과 둘러앉아 먹는 것이 아닌 정작 카메라 속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도 나와 같이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없는 1인 가정의 인물이라는 심리적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부수적 효과를 갖습니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먹방에 대한 이유는 어느 한 가지만으로 규정할 수만은 없겠지만 한국인이 그만큼 밥에 있어서는 진심이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국인을 이해하는데 한걸음 성큼 다가갈 수 있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780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연고를 따지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