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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26. 2024

왜 한국 남자는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말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49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07     


  한국인의 특징을 무려 50여 가지에 가깝게 이야기하는 동안, 한국인을 크게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더군요. 한국인으로서의 공통적인 특징과는 별개로 한국인 남자와 여자는 한국인 이전에 남녀라는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큰 대별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외국인과 대별되는 점과 달리 한국남자와 여자는 외국인 남자와 여자의 특징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한국인이면서 성별별로 보여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미 보셨다시피 한국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가 어쩌자고 남자 아니면 여자, 이 둘밖에 없도록 조물주가 창조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 남자는 전 세계의 어디에 가더라도 한국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특징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대표적인 특성 중에 하나가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인 ‘다 내가 해줄게.’입니다.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특징에 열광하는 다른 나라의 여자들 중에서 일본 여자들은 한국남자의 이런 다소 마초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데이트를 나가서 여자에게 돈을 쓰게 하지 않는 남자, 고깃집을 가서 절대 여자가 고기를 굽게 하지 않게 하는 남자, 결혼을 했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며 자신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송금하는 남자. 이러한 한국 남자의 특성은 이른바 초식남으로 가득한 일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인지 일본 여성들의 경우 한국 남자의 이런 모습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라 그게 뭐 대단한 것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일본여성들에게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남성성이 강한 모습인 것처럼, 레이디 퍼스트로 신사적일 것만 같은 서양여성들에게도 한국 남성의 그러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던 남성상임을 다시금 상기하게 해 줍니다.


  한국남성이 이런 성향을 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가부장제(家父長制)’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앞에서 누차 설명한 바 있지만, 한국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위정자들이 도구로 사용되었던 성리학은 전통 원시유학의 본류와는 달리 의례를 강조하고 신분차를 더욱 확고히 하는 방식으로 악용(?)되어 왔습니다.   

  가부장제 이론 자체는 초기 급진 페미니스트 중심으로, 여성 억압의 원인을 밝히고 이에 대한 독자적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급진 페미니즘의 목표 때문에 나온 개념인데요. 이 개념은 결국 역사적 연원을 따지자면 조선시대 봉건주의적인 정치도구로 왕과 스승과 부모(특히, 아버지)는 하나라는 통치개념이 녹아들아간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좁은 의미로 가부장제란, 가정의 대표자인 가장(家長)으로 지칭되는 남성의 지배를 지지하는 체제를 말합니다. 즉, 가족 구성원 간의 위계 관계를 남성 중심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말하죠. 또 다른 넓은 의미로는, 집단으로서의 남성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부권(父權)을 통해 개별 가족 구성원뿐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여성, 연소자를 지배하는 것을 지지하고 구조화하는 체제라고 설명됩니다. 이러한 가부장제는 위에 설명한 위계가 사회 일반의 조직 원리로 확대되도록 만드는 이데올로기를 포함하게 되면서 사회·정치·경제 전반의 모든 주요 권력을 남성이 독점하게 되는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가부장제가 한국의 조선시대로부터 기원한 것이 아니라, 고대 로마에서의 가족형태가 가부장제로서의 최초 형태로 언급된다는 것입니다. 17세기의 영국의 가부장제는 복종을 요구하고 불복종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아버지의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된 의미에서의 가부장제였습니다. 비록 자신의 부인을 벌할 수 있는 가장의 권리가 영국, 미국에서 폐지되기는 했지만, 부인 쪽을 위한 법적인 개입장치의 부족은 가족제도가 여전히 가장을 위한 가부장적 권리를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사회학적으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성차별의 역사에서 투쟁한 여성들의 묘비를 그린 옌뉘 요르달의 그림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인들마저도 가부장제를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그것을 만들고 지켜나가는데 동의하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이후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낸 개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명백한 사실이고 심지어 아주 가까운 과거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현상이 한국 사회를 절대적으로 지배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가부장제가 한국 사회의 대세로 확고히 그 흐름을 장악하지 않고 흐려지는 이 와중에도 그 역사적 DNA는 아주 강력하게 남아 한국 남성에게 명명론(名名論)의 형태로 남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요하게 됩니다. 즉, 남자는 울면 안 되고 남자는 여자를 지켜줘야만 하고 남자는 가정을 건사해야 하고, 무조건 아침에 나가서 밤이 되어서 들어와야 하고, 부엌에 들어가 여자들이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등등의 형태로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족쇄가 되어 한국남성의 껍데기(?)를 만들어 나간 것입니다.


  어찌 보면 한국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은, 사회적 제약보다 더 강한 가정적 제약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맞벌이하는 상황에서 아내가 더 능력이 있어도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여자처럼 약하게 힘들다는 소리를 내도 안되며, 어지간한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여서도 안되며, 무엇보다 여성을 포함하여 자신이 돌봐야 할 가족들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결코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요에 가까운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그래서 가부장제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페미니즘을 외치는 여성 페미니스트들 중에서는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 없어도, 한국 남성들은 너무도 당연히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야 하는 군대를 가는 것이고, 집에서 이사를 하며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화분을 옮길 때도 운동을 해서 자신보다 훨씬 더 건장한 누나나 여동생이 있어도 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야 합니다. 처음 만난 여성과의 데이트에서 쪼잔스럽게 더치페이를 하자고 하는 것은 상대방에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 그 판을 깨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고 강요받고, 똑같이 힘들어 죽겠어도 빈자리가 한 자리 나면 여성이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배우고 자라 그렇게 행동해야만 합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도 그렇게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도 않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한국사회에서의 남성은 그렇게 합니다. 실제로 사회학에서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권력은 소수의 남성들이 독점할 뿐, 그 밖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 권력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석을 마친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여성은 권력을 가질 기회가 없다는 이유로 유리천장을 언급하며 자신의 처지를 가부장적 사회의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그나마 대다수 권력에서 밀려난 남성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탓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느끼는 이들이 더 많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남성이 터프하기 그지없는 마초적인 성향이 강해서가 아닌 역사적, 사회적 흐름을 거치며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만들어져 온 사회적 역할이 고착화되어 한국 남성들이 어려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족쇄처럼 따라다니면서 힘겹게 그들을 잡아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들게 만듭니다.

  한국 남자만큼 불쌍한 사람들도 없거든요. 한국의 여성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금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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