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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29. 2024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질투심이 심한 건가요? (1)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0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08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한국의 유명한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가까운 사람이 성공하거나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로 인해 질투나 시기를 느끼는 인간 심리를 나타냅니다. 이 속담은 인간의 경쟁심과 비교심리를 드러내며,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러한 감정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질투심은 인간의 죄악을 7개로 규정한 데에도 들어가 있으니 어찌 보면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본능에 가까운 마음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인간의 질투심에 대한 부분은 여러 가지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영어에서는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 의미는 양동이에 담아 둔 게들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게는 양동이에 한 마리만 담아 두면 알아서 기어올라와 빠져나갈 수 있지만 여기 여러 마리의 게가 있으면 한 마리가 나가려고 할 때 다른 녀석들이 먼저 올라가려는 게를 잡고 끌어내려서 결국 모두가 못 나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상황을 빗대어 인간의 질투심을 풍자하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독일어의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 중에 하나인데요. 독일어로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입니다. 질투심에서 출발한 용어임에는 분명하게 이 명확하고도 묘한 심리를 표현하는 용어가 따로 없어 이게 딱이다 싶었는지 독일에서 유래된 용어임에도 다른 언어권에서 그대로 차용하여,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등에서는 독일어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한국어로 그 의미를 번역하자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놀부심보’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일본어의 속어 중에도 이런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로 ‘메시우마(メシウマ)’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남이 불행해지는 것을 보니) 밥맛이 좋다.’라는 의미로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꼴좋다.’라는 뉘앙스정도로 읽히는 말입니다.(한국어로 ‘꼴좋다’의 직역정도로 해석되는 ‘ざまあみろ’를 줄인 ‘ざまぁ’라는 일본어 표현도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불교에서는 반대 개념으로 그러한 질투심을 다스리라는 의미에서 산스크리트어 ‘무디타(Muditā ; मुदिता)’라는 용어도 사용하는데요, 타인의 기쁨이나 행복을 보고 기뻐함을 의미하는 말로 질투심으로 자신의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는 용어입니다.


  이처럼 인간 본연의 질투라는 감정에 대한 용어들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보입니다만, 굳이 한국인만이 도드라진다고 표현할 것까지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요. 한국인의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 공통적인 질투의 선을 넘어도 훌쩍 넘는 강력한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습니다. 뒤에 상세히 논할 기회가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다른 이의 사적인 영역에까지 강력한 관심을 보이며 오지랖을 넓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심리의 정보수집단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타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굳이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 서양인들의 기준이라던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거나 알려고 하는 것이 불쾌한 일이라고 여기는 일본이나 중국인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분명히 보편적인 도를 넘어선 것만은 분명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로 보더라도, 인간은 자신이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는 대상을 폄하하고,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볼 때, 아이러니하게도 칭찬을 들을 때와 같은 뇌의 부위가 자극을 받으며 더 강하고 짜릿한 쾌감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 삐뚤어진 질투심의 출발은 자신보다 잘난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 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끌어내려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이길 바라는 비뚤어진 평등 심리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도덕적 관념으로 사고한다면 자신이 그 사람을 본받아 노력해서 그 사람과 동등한 지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시작부터 그럴 수 없다고 여기거나 그럴 가능성 자체가 희박해 상대적 박탈감과 대상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며 자신이 심리적으로 손해를 입고 있다고 까지 여기게 되고 그 심리적 손해(상대적 박탈감)를 메우고 싶어 하는 마음과 ‘어떻게 해서든’ 평등한 위치에 서고자 하는 심리에 의해 상대방을 자신이 있는 위치로 끌어내리거나 자신보다 아래로 내팽개쳐야만 하는 사악한 마음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눈치채셨나요? 위 문단의 시작 문장에서 방점을 찍은 ‘곁에’라는 말이 바로 한국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키워드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인용한 속담에서 ‘사촌’이라고 사용된 용어는 다른 버전에서는 ‘사돈’이라고 변형되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거리가 가까운 사람을 지칭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의 연구를 다시 살펴볼까요? 앞에서 설명했던 독일개념인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의 원인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그것이 크게 인간의 세 가지 성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분석하게 됩니다. 공격성, 경쟁성, 공평성이 바로 그 세 가지 원인인데요. 


  최근 심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자부심’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자부심이 낮은 개인들은 샤덴프로이데를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반대로 높은 자부심을 지닌 개인은 샤덴프로이데를 덜 자주 그리고 감정적으로 덜 강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증명하게 됩니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과 공동체의 정체성과 자아를 정의하고 보호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통해 중개된다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자부심이 높은 사람일 경우, 다른 사람의 실패를 보는 것이 작은(사실상 무시해도 될 정도의) 자신감이 차오르게 되는데, 이는 관찰자의 높은 자부심이 실패한 인간이 본인의 지위나 정체성을 멈춘다는 위협을 상당하게 낮추기 때문입니다. 이 개인의 자신감 때문에,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성공과 실패는 그들의 지위나 상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른 사람의 상태에 감정적인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자아를 위협하고 이 ‘강력한’ 사람들의 실패와 좌절이 역으로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원천이 되는데 이는 그들은 그들의 내부나 공동체 내 입지에서 향상적인 관련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설명했던 인간의 질투를 기반으로 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대표로 전 세계 공통적인 이 못된(?) 감정들은, 공격성과 경쟁성, 공평성에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요. 그 조건은 바로 그룹 정체성에서 출발합니다. 앞서 게를 비유한 영어의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에서 드러나듯이 상대가 없이는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라는 의미입니다. 


  기묘한 집단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한국인들에게 이 보편적인 악한(?) 감정은 감성적으로 케미를 작용하면서 극대화됩니다. 친구나 동료보다 뛰어나고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싶어 하는 바람에서부터 유발되어, 다른 사람이 불행을 보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이전에 잘못된 것이 처벌받지 못했던 것을 받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만으로, 특히 그가 나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라면 더더욱 짜릿한 희열까지 느끼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공정’을 느끼는 것이죠.(그래서 한국에서는 위에 올라가려는 자들을 까발리는 인사청문회가 그렇게 재미있다고들 하는 거랍니다.)

  사촌이든 사돈이든 결국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고 가까운 사람에게서 유독 그런 기괴한(?) 희열을 찾으려는 한국인의 묘한 심리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겪어왔던 역사적인 측면과 사회적 분위기를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그 이면을 조금더 들여다보기로 할까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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