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2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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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여럿이 모인 장소에서 정치적 성향이나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사교에 있어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서양에서는 교육을 받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다소 있기는 하겠지만 정치나 종교는 사교적인 모임에서 공통적인 이슈로 꺼내서 본전도 못 건지고 사람들이 싸움이 일어나기에 딱 좋은 대화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답정너인 몇 가지들이 있습니다. 김치 없이 라면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사소하지만 국룰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면, 모든 스포츠에서 상대가 일본일 경우에는 결코 질 수 없다는 묘한 심리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설령 다른 나라에게는 질지라도 일본에게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가 한국인들의 DNA에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적대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가 느껴지곤 한다고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읍니다.
세계의 현대사에 있어, 어느 나라를 식민지로 삼고 그 나라의 정신까지 말살하겠다며 각종 만행을 서슴지 않았던 나라에 대해 피해를 입었던 나라의 국민들, 특히나 당시의 생존자가 아버지나 할아버지로 생존하셨던 세대들에게 있어 그것은 어찌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라고 가볍게 인정하고 말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단순히 적대감이라던가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몹쓸 짓을 행했던,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 몹쓸 짓을 행했던 나라이기 때문에 원수라고 여기기엔 98% 정도의 논리적 부족함이 있습니다. 아, 물론 한국인들에게 있어 반일감정은 논리로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한국인들이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서 왜 그런 감정과 대응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예외이긴 하지만, 식민지 시기나 전쟁을 통해 자신의 나라와 국민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면서 반일 감정을 가진 한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도 있지만, 같은 시기, 동일한 상황에서 식민지 치하에서 같은 폭압을 당했음에도,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오히려 일본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차이니즈 타이베이 같은 이들도 있으니까요.(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나라도 아닌 곳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과 중국 대륙인들에게 더 핍박을 받았다는 식의 그들의 피해의식구조에 원인이 있어 별개로 보아야 한다는 역사적 견해가 지배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일본의 잔재라면서 식민지 시기에 제작된 건축물이나 가옥등에 대해 대대적인 철거가 이루어졌지만, 차이니즈 타이베이에서는 그들의 인프라를 구축해 준 문화재라면서 그대로 사용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전술한 바와 같이 불행했던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말해주듯 한국인들이 잔인하리만치 혹독했던 식민지 치하의 굴욕과 폭압들에 대한 기억이 아직 수십 년 전의 지워진 역사의 기록이 되기엔 아직 그리 오래지 않았던 탓에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고통에 대한 증오대상으로 인식된 것도 사실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원폭투하로 천황의 떨리는 항복선언이 있고 나서 쑥대밭이 되었던 일본이 다시 부국으로 다시 일어서는 과정 동안 한국 역시 6.25 전쟁을 겪으며 다시 경제대국의 길로 들어서서 이제는 그 악연의 과거를 잊고 새로운 역사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법할 듯도 한데,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악감정(?)이라던가 일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의식들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깔려 있는 것은 제삼자인 서양인들이나 다른 외국인들이 보기에 신기하리만큼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때 와타나베 부인들로 대비되는 해외 투자자본세력들까지 두루 섭렵해 가며 미국을 위협하던 시기의 경제대국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이후, 차츰 세계 강대국의 대열에서 밀려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롤러코스터와 같은 기복과는 무관하게, 한국인들은 일본을 인정하기는 고사하고, 언제나 일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이른바 ‘쪽발이’라는 멸칭을 써가면서 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제나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혹은 언젠가는 바닷물에 잠겨 없어질 나라라는 조금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자신감으로 대해왔습니다.
스포츠에서도 그러한 의식들은 그대로 드러나기 일쑤였습니다. 야구나 축구만 보더라도 한국은 단 한 번도 객관적인 세계 랭킹의 평가에서 일본은 앞선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전에서 한국은 신기하리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일본은 이겨왔고 한국인들 또한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듯한 모습으로 가열차게(?)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왔습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어느 한 가지 이유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인 원인들로 믹스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컨대, 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이웃이자 자신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서도 이제까지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심리적 반발과 옆집이 나보다 더 잘 살거나 더 나은 것을 도저히 용납하지 않고 그들을 따라잡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생적 경쟁심리에, 한때는 그들이 우위에 있어 베끼거나 비슷하게 따라가는 입장이었던 것에서 역전이 이루어졌을 때의 쾌감에 이른 그 우월감을 존속하고 싶어 하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모두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증오하거나 미워하거나 질시했다면 굳이 일본문화를 정식으로 개방한다고 했을 때, 문화예술인이라고 하는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밀고 반일정서를 자극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개방하기 전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보던 잡지 NONNO나 일본 OVA는 지금은 인터넷에 깔려 있어도 오타쿠들이나 탐닉하는 변경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개방하고 나서 일본문화에 대한 경도가 줄어든 것은 단순히 개방이나 통제냐의 차이라기보다는 문화적 대세 흐름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차이일 뿐임을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니까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면, 한국인에게 있어 반일감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단골소재로 등장하다시피 역사적인 배경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발견되는 아주 독특한 점은 한국인들의 감정 속에는 일본인들보다 일본인들에게 편승하여 같은 민족을 학대하고 괴롭히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긴 친일파에게 더 날카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역사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나쁜 놈보다는 내 편인 줄 알았던 놈이 나쁜 놈에게 편승하여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것에 더 분노하기 때문에 단순히 식민지 역사가 반일감정의 모태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현대의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적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보상하지 않는 것에 대한 논리적인 반발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큰 반발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묘한 대립감정은 정치인들과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감정을 공유하게 하려는 바람잡이들이 더욱 부추겨서 만든 본질로부터 많이 동떨어진 전혀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과 교류하는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은 그들과 교류하면서 전혀 이와 같은 감정적 부대낌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털어놓거든요. 다시 말해,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서 단순히, 무조건적으로 싫어한다는 식의 구도는 해묵은 민족주의적 관점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인들만의 묘한 특성은 여전히 일본에 대해서 그리 우호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일본에게만큼은 결코 질 수 없고 일본을 인정하는 것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이유에 대해서 이제 단순히 해묵은 현대사의 원인 말고 한국사회에서의 암묵적 교육 분위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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