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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y 20. 2024

한국사회에서 이혼은 왜 갑자기 줄어든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7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17          


  일반적인 사회학, 심리학적 이론과 관점에 의거하자면,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가 윤택해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이혼율은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시리즈에서 계속 다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혼율 역시 그러한 사회학과 심리학의 궤적을 따라가야 맞을 텐데, 한국의 이혼율은 세계 최고의 미국과 견주던 10여 년 전에 비해서 훨씬(?) 줄어들어 현재 OECD회원국을 기준으로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9위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이혼율이 낮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OECD평균치를 밑도는 일본보다는 훨씬 더 높은 게 사실이니까요.(물론 이것은 일본 사회의 특성을 감안해서 비교분석해야 하는데요, 그 부분은 나중에 한중일 비교 시리즈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죠.) 중국은 평균치를 웃도는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하며 아시아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치만을 본다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이혼율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이혼율이 그 가파른 곡선을 꺾고 내림세를 나타냈고, 다른 나라와의 비교에서도 1위에서 한참 밑으로 내려온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이른바, 이혼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서 1년간에 발생한 총 이혼건수를 당해연도의 총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 분비로 나타낸 것으로 인구 1000명 당 이혼건수를 의미한다는 조이혼율(CDR)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천명당 건수가 2014년 2.20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를 보이다가 2023년에는 1.80명으로 2022년부터 정체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여기에는 데이터의 착시현상이 있습니다. ‘이혼율’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백분율이고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결혼을 하는 성혼율이 출산율만큼이나 엄청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잡히는 법적인 결혼의 형태가 아닌 동거나 법적 등록이 되지 않는 결혼의 형태가 많아진 것도 감안해야 할 부분임에도 이런 부분들은 통계에 반영이 되지 않거든요.) 게다가 1990년 1.1이었던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한다면 불과 15년 사이에 2배 이상의 이혼율을 달성(?) 한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그 모든 부분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10여 년 전 1위를 미국과 다투던 그 시절에도 한국은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으면서도 이혼율이 매우 높은 특이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사실들을 감안해 보면, 한국의 이혼은 사실 한국인들이 직접 체감하는 온도면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우리에게는 이미 친숙해져 버린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이혼을 한 사람들은 집안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흠집이 가버린 사람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던 폐쇄성 강한 한국의 사회가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물론, 예능프로그램에 대놓고 돌싱들끼리의 만남을 소재로 삼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으니 실제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이혼 경험자가 있는지는 굳이 통계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입이 늘어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하게 되고 여성인권이 더더욱 신장하는 등의 요소들은 이혼의 전체적인 증가세에 일조하는 것이 맞긴 합니다. 한국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의 끝자락에 매달리려고 간당거리면서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구요. 그런데 나라별로 이혼의 사유는 같지만 또 완전히 같지만은 않은 묘한 특유의 문화들을 짙게 배어 나오게 합니다.


  먼저, 가장 많은 사유로 꼽히는 성격차이에 대한 것만 하더라도 그 행간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해서 다양한 차이가 드러날 수 있는데요. 성격차이야 성인이 되고 나서도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전혀 다른 가정에서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던 사람들이 만나서 결혼하는데 성격이 꼭 맞아서 살 리가 없다는 단순한 과학 논리만 보더라도 그 부분이 얼마나 허술한 논리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이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돈, 바로 경제적인 이유였습니다. 굳이 과거형을 쓴 이유는 이것이 최근에 갑자기 상승한 요소가 아니라 아주 옛날부터 지속되어 온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보복성(?) 이혼에 해당하여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던 황혼이혼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 사례인데요. 아이들을 키우고 경제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사람들은 이혼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나이가 들어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노년을 맞이하면서 이제까지 참고 살았으니 이혼을 해달라고 아내 측에서 남편에게 당당히(?) 소장을 날리는 경우가 바로 보복성 황혼이혼의 루틴입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황혼에 이혼을 하자고 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이는 일본에서도 역시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는 일반적인 이혼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는데요. 주로 전업주부의 형태로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남편의 외벌이 수업에 의존한 경우에 이 패턴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고서는 굳이 함께 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큰 사유일 텐데요. 이것은 반드시 경제적인 의미에서 굳이 이혼을 택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동양적인 정서에서 시작된(?) ‘졸혼(卒婚:そつこん)’이라는 개념으로도 설명되곤 합니다.

재혼을 하려면 이혼부터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보면 이 그래프는 웃픈 상황.

  가부장제로 설명되는 과거 한국의 가정문화는 경제권을 일방적으로 휘두르던 외벌이 남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가정폭력이나 남편의 외도 등 다양한 이유가 불거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혼을 선택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아내의 경제력이 남편과 대등하거나 월등한 경우, 오히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혼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경우는 줄어들거나 중요한 사유의 위치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한때 한국에서 여성이 제대로 여권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극성을 피운 적이 있긴 했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굳이 2010년 즈음의 대한민국에 갑작스러운 페미니즘 광풍이 불었다거나 어떤 특별한 여권신장의 이슈가 발생하여 계속해서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은 어떤 연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한국에서 이혼전문 변호사들이 대놓고 광고를 하고, 전업주부여도 혼인기간에 따라 재산의 절반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식의 이혼공식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기까지의 기간은 간통죄가 없어지면서 그 사회적 흐름을 바꿔놓게 됩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이혼을 한 이들에게 전 배우자를 대했던 방식 중에서 가장 후회되는 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여성 응답 중 34%나 되는 이들이, ‘남편에게 불평을 덜 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라고 답한 것이나 28%나 되는 여성들이 ‘내가 너무 부정적이었다.’고 인정(?) 한 것만 보더라도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되었음에도 뭔가 엇나간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혼한 남성의 경우 가장 많은 이들의 답변이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였는데 그것이 고작 1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남성들이 아직까지도 자신이나 부부 상호관계에 대해 제대로 된 파악을 하고 있지 않은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여성들의 답변에서 한국 여성들이 왜 그렇게 남편에게 불평했는지 그리고 그 불평의 내용들 대부분이 왜 다른 이들 혹은 다른 상황과의 비교였는지를 감안한다면 한국인의 기묘한 집단주의와 남을 그렇게 의식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한국 여성만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연구해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혼의 원인에 대해서도 한국남성들은 30%나 자신이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반성(?)한 반면, 32%의 여성들은 결혼 전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다고 한 것이나 20%나 되는 여성들이 너무 결혼을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하는 것 등등이 한국남성은 문제의 근본을 파악하지 못하고, 가까운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한국 여성은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숙고하는 것보다 먼저였다고 자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겼는지 왜 한국의 남성과 여성은 또 다른 모습들로 정형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성별을 나누어 좀 더 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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