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결혼에 실패하였는가?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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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인생에서 실패를 의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말은 앞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혼이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과 결혼에 실패한 것이 이혼이라는 것의 명제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이혼을 했다는 것은 명확하게 결혼에는 실패한 것이고, 그것이 실패가 아니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었다는 둥, 자신의 인생에서 내린 가장 훌륭한 결정이라는 둥의 온갖 변명과 미사여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에 실패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결혼은 성인인 두 사람이 단순히 동거가 아닌 법적으로 가족, 친지들에게 자신들이 한 가정을 이루고 전혀 다른 삶이 아닌 두 사람만의 하나의 삶을 살겠다고 성혼선언문을 공언한 후 법적으로 신고를 통해 부부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한 것이기에 법적으로 다시 온전한 각자가 되었다고 신고를 하고 완벽하게 갈라서는 헤어짐을 선택한 것은 결혼이라는 제도에는 분명히 실패한 것이다.
결혼과 동거의 의미나 결혼 전 동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논할 것이니 여기서는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
결혼에 실패한 것이 인생에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실패란 동일한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경우라도 겹쳐지거나 자주 하게 되면 인생을 망치게 되기 마련이다. 성공을 하기 위해 실패를 하는 것이 창피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온전하고 행복한 결혼의 성공을 위해 이혼을 여러 번 하면서 성공을 위한 실패를 거듭했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아무렇게나 탕진하고 자신이 얼마나 가볍게 인생의 중대 결정을 소모하고 있는지를 자백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오늘은 헤어짐을 생각하는 당신을 위해, 미리 그 실패를 겪은 이들이 도대체 왜 그런 실패를 겪었는지 그리고 그 실패를 겪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특징이 있음을 분석함으로써 당신이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도드라지는 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분명히 앞에서는 헤어짐에 앞서 가장 먼저 기준으로 두어야 하는 것이 자신이라고 해놓고 왜 자신을 그렇게 아끼는 이기주의가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의 특징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결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이 모두 이기적이고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결혼하고 나서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자체가 성사되기가 어렵다. 사업상의 계약에서도 두 사람이 모두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로 추구하려고 할 때는 성사되기 어렵다. 두 사람 중에서 어느 한쪽의 니즈가 더 크거나 어느 한쪽이 시너지를 생각하고 양보하는 형태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을 때만이 그 계약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쾌락을 극대로 여기고 연애하고 결혼할 때까지는 다른 이들로부터 상대를 가져와 독점하고 싶었는데,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쾌락의 수치가 떨어졌다고 금세 다른 쾌락의 상대를 찾는 자는 누가 봐도 이기주의의 극치를 달리는 성향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인간 이하의 짐승은 본능만에 충실한다. 그런 자에게 있어 결혼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불행한 것은 그럼 짐승이 자신에게 대해주는 것이 진심이라고 착각하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결혼에 동의한 상대방에게 있다.
즉,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한 짐승 같은 자는 이기주의도 아닌 그저 짐승의 본능에 따라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기에 그뿐이겠으나, 마치 자신이 피해자라고 설명하며 변호사를 찾아가 자신의 결혼이 그런 짐승 때문에 망쳐졌고, 그 인생의 손해를 금전적인 것으로 보상받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자가 바로 이기주의의 기본적인 표본인 셈이다.
그게 뭔 놈의 이기주의냐고?
생각해 보라. 자신만을 위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이전에 그런 희생적인 사람이 없었다고 자신을 위해 죽을 수도 있을 것처럼 눈물을 흘리고 희생적이고 매일 도시락을 챙겨주고 손과 발이 되어주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기에 현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현실을 알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다.
작정하고 남을 속여 등을 처먹으려는 프로 사기꾼을 막는 것은 검사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라고 들 한다. 하물며 눈에 콩깍지가 씌었을 때는 부모가 의절을 하자고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처럼 이 사랑이 아니고는 죽을 것 같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사랑이 그 순간 어떤 목적을 노리고 사기를 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대개의 일반적인 연애와 결혼에서는 그것이 사기가 아닌 진심인 경우가 많다.
너무나 불행하게도 그 진심은 진리가 아닌 터라 영원하지 않았을 뿐이다. 바람둥이가 동시에 양다리에 문어다리가 되도록 여러 상대와 바람을 피우고 어장관리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할지 모르겠으나 단 사람과 정말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그 사랑이 식어버려 다음 사랑을 찾아 다시 온 진심을 다한다면, 그것은 전자의 바람둥이와 같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영원한 사랑이란 현실에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결혼생활을 꽤 해온, 아니 이제 서른이나 마흔이 좀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결혼의 제도 안에 들어가지 않은 많은 이들은 그런 것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에 분명히 존재한다. 없지 않다, 드물 뿐이다. 소중한 것은 흔치 않다. 그리고 그것을 일궈내는 것은 끊임없이 눈에서 나오는 하트가 아니라 의지이고 희생이며, 배려이고 진정한 사랑이다.
자기 배가 아파한 생명을 세상에 내놓고서도 그 생명을 학대해서 죽이는 짐승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런데 서른이 넘도록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에게 맛있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서 같이 먹고 싶어 얼른 전화하고 챙기고 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결혼에 실패한 이들의 수많은 공통적인 특징 중에서 이기주의적 성향이 강한다는 설명이, 당신이 얼핏 이해한 자신만을 챙기는 의미가 아님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신이 편한 대로 이해하려는 그 이상한 이기주의적 성향은 그들이 결혼에 앞서 냉철한 분석을 통해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 물론 사랑과 연애에 이은 결혼이 이성적인 영역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은 이들은 현실적인 타협안을 스스로에게 내밀며 결혼을 결정하고 결혼생활에서 헤어짐을 생각할 위기가 오더라도 그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결혼 전에는, 연애할 때는, 간도 쓸개도 다 내줄 거라고 하더니 내가 알던 그 사랑이 아니라며 아무리 타령해도 그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정해놓은 그 형태로 결혼생활이 그려지지 않으면 이 이기주의적인 성향은 스멀거리며 그들에게 주판을 슬그머니 내놓는다. 주판알을 두들기며 손익을 계산하고 이 결혼생활이 자신에게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설명을 하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를 수도 있겠다.
결혼생활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대로 결혼생활이 가지 않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배려를 착각하여 또 다른 이혼의 늪에 걸어 들어가는 실수를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 간의 법적 계약(결혼은 분명한 계약이다.)이 성사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어느 한쪽의 혹은 양쪽의 양해와 양보가 필수적이다.
결혼에 실패한 이들의 헤어짐 전의 균열을, 상담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대개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예컨대, “내 사정 뻔히 알면서 이걸 이해 못 해줘?”라던가 “내가 그렇게 하는 거 싫다고 했지? 굳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식의 칼과 창에 심장이 난도질당했음을 토로한다.
결혼에 실패한 이들의 이기주의적 성향은 내가 상대방에게 뭘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끼기 이전에,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상대가 나에게 그만큼 해주지 않았다던가 연애할 때나 결혼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사람이 바뀌어서 그렇다던가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그 모든 것을 상대가 맞추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우선된다.
조금 극단적인 예가 될 수는 있겠으나 어떤 힘든 이유로든 세상을 등지고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겠다고 하는 이가 가족들에게 남기는 유서는 하나같이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남은 이들에 대해 더 잘해주지 못하고 자신이 먼저 떠나 힘들게 만든 것에 대한 미안함을 보인다. 인간이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릴 때, 함께 했던 가족에게 느끼는 하나의 감정은 ‘미안함’이란 말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기적인 자들이 한 번쯤 곱씹어보길 바란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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