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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집은 왜 겨울에 바닥이 따뜻한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75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76


최근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이상기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겨울에 북극의 한파가 내려왔다거나 눈이 생전 그렇게 쌓여본 적이 없는 지역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이상하지도 않은 불안한(?) 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


북극의 한파까지는 아니더라도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철이 되면 북미나 유럽은 물론이거니와 중국, 일본, 한국도 난방을 찾기 마련이죠. 전 세계의 난방 문화도 저마다 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이것은 그 나라의 환경적 특징에 맞게 적응하면서 진화(?)했다고 설명할 수 있는데, 겨울철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호텔이 아닌 한국의 가정을 찾은 경우, 혹은 한옥식 숙소를 찾았을 경우, 깜짝 놀라는 난방 문화가 있습니다.


네. 바로 온돌문화(溫突文化)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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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온돌방은 중국 및 만주지방의 바닥난방 방식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한민족의 고유한 주거기술 및 주생활 문화유산인데요.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온돌로 대표되는 바닥난방은, 2018년 4월 30일, 대한민국의 국가무형문화재 제135호로 지정될 정도로 독보적인 난방방식입니다. 이제는 그 유효성이 전 세계에 한류의 흐름과 함께 파급력이 확대되면서 같은 동양인 일본이나 중국에도, 서양인 북미나 동유럽에까지도 전파되어 한국식 온돌 보일러 바닥난방 설비가 너무도 자연스러워진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겨울의 실내에서 전형적인 복장을 보여줍니다. 주로 목조형식으로 지어진 미국의 목조주택은 사람들이 난방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이면 잠옷 위에 다시 두꺼운 가운을 걸치고, 털로 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거죠. 실내에 돌로 잘 다져진 벽난로에 장작을 태우며 그 앞에 앉아 와인을 한 잔 하는 모습도 운치 있어 보이긴 하지만, 결국 겨울철 실내난방으로 그것 이외의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전원주택에서 그것을 흉내 내본 사람들이라면 그 장작에서 나오는 연기가 굴뚝으로 자연스럽게 나가기만 하지 않는다는 현타를 겪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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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온돌은 서양 벽난로와 다르게 연기를 높은 굴뚝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불을 눕혀 기어가게 만들어서, 불의 윗부분을 깔고 앉아 사용하는 탈화좌식(脫靴坐式) 바닥난방을 특징으로 하는데요. 방내부에 연기를 발생시키지 않고 오래 난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돌문화는 한국인의 한옥 주거 문화를 대표하는 난방시스템의 하나로, 단순히 겨울철 난방 시스템만이 아닌, 주방의 조리 시스템과도 연동이 되어 있는 총체적인 주거문화입니다. 이는 바닥난방 및 생태환경 활용 기술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관습과 규범까지도 형성하게 됩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더 따뜻한 아랫목을 약자나 어른의 잠자리로 보고, 윗목이 더 어린 사람로 위치시키는 것도 그러하고, 따로 온창고가 없는 겨울에 해놓은 밥을 아랫목의 이불에 묻어두는 정겨운 문화들도 그것을 활용하는 것에서 나온 것이죠. 앞서 살펴보았던 한국의 특징이랄 수 있는 ‘방’ 문화에서 ‘온돌방’은 아주 큰 몫을 차지합니다.


서구의 방식이 공기를 덥히는 방식으로 발전한 반면, 한국의 온돌문화 역시 이른바 ‘우풍’이라 불리는 겨울철의 차가운 실내 공기를 덥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바닥은 눌어붙어 다 들어가고 잠을 잘 때는 뜨겁지만 정작 이불 밖에 내놓은 얼굴에서는 한기가 도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죠. 시대를 거듭하면서 한국의 온돌문화는 현대식 보일러 바닥난방으로 개선이 되었고, 바닥난방과 단열의 발달로 인해 자연스럽게 바닥난방으로 대류현상을 통해 실내 온도까지 높이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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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온돌과 같은 방식이 서양이나 다른 나라에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가에 대해 시비를 걸 몇몇 나라들도 있어 보이긴 합니다. 한국의 온돌과 비슷한 개념의 서구의 대표적인 바닥 난방장치로는 불목이나 개자리가 없는 원시적인 형식의 (아궁이와 고래만으로 구성된) 로마 시대 대형 목욕탕 온수 공급 방법인 히포카우스툼(hypocaustum)이 있는데요. 이 히포코스타에서 응용되어 중세 유럽시대에 지어진 성의 난방 장치로 쓰인 글로리아(gloria)도 온돌의 기본원리와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도 온돌을 흉내(?) 내어 바닥 전체에 설치한 강의 일종인 디강(地炕)이라는 난방방식이 있긴 합니다.


서양의 벽난로나 일본의 이로리 등은 열원을 직접 이용하는 난방 장치에 비해, 온돌은 열기로 구들장과 구들장 아래의 고래를 데워 발생하는 '간접 복사열'을 난방에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제대로 잘 만들어진 구들장에서는, 아궁이에서 직접적인 열원을 제거한 이후에도 구들장의 열기가 비교적 장시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구들의 조건은 이 '잔류 온기'가 얼마나 오래 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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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한 바와 같이, 원래 온돌은 가정과 요리를 위한 난방을 제공하는 용도와 연동되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를 통해 장작의 불을 붙였을 때 연도 입구가 아궁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불꽃이 수평으로 확장되었으며, 이 배열은 연기가 위쪽으로 이동하여 불꽃이 너무 빨리 꺼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장치가 필수적이었거든요. 식사를 준비하는 용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대의 온수 방식처럼 가마솥에 물을 끓여 온수로 씻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온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호사였습니다.


그래서 온돌은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문화에 녹아들어 가 생활패턴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예컨대, 여름에 아이를 출산하더라도 산후조리를 위해 함부로 바깥 찬공기를 쐬지 않아야 하는 산후조리에도 뜨끈한 온돌은 매우 유용했고, 바닥의 뜨거움을 그대로 전달하게 되면 화상의 위험이 있어 겨울철용 보료 이불은 매우 두꺼웠으며,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은 두께나 마감 방식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온돌이 한국인의 생활방식의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에 ‘방바닥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움직임이 실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환경 하에서 온돌은 한국인들이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 되었던 것이죠. 바닥에 앉아서 상을 들여와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이나 공부를 할 때도 앉은뱅이책상을 가지고 바짝 당겨 앉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것 또한 이 바닥문화에 기반한 것들입니다. 심지어 실내에서 사용했던 가구들 마저도 입식문화에 맞춰 높은 것이 아닌 온돌의 영향으로 인한 바닥문화는 가구의 크기나 가구에 달린 문과 손잡이의 위치도 앉아서 생활하는 데 알맞게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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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침대 문화가 입식 생활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면, 한국인들의 주거문화가 바닥문화에 기반하여 방바닥에 앉아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이 온돌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 역시 바닥난방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인지라 침상 문화로 입식문화를 이어오게 되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왜 한국인들이 집안에 들어오게 되면 신발을 반드시 벗고, 손님을 맞을 때 손님을 집안의 아랫목에 해당하는 안쪽을 상석으로 인식하게 되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온돌문화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연탄의 방식으로 장작을 대시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구들과 방바닥이 갈라지거나 깨지면 연기가 올라와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다가 사람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개선된 부분이 현대의 온수 순환방식의 보일러입니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실내난방이 충분히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침대의 매트리스 위에 전기장판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오래된 한국인들의 온돌문화가 남긴 DNA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나이가 들면서 허리 등 관절이 아픈 이들에게도 과학적인 물리치료에서 의미하는 온열치료가 자연스럽게 온돌방에서 몸을 지지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찜질방 문화도 결국은 몸이 안 좋을 때, 뜨끈한 방바닥에 몸을 지지던 방식의 온열치료와 땀을 낸다는 서구의 사우나 방식의 원류와도 그 목적은 맞닿아 있다고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은 따뜻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머리는 차갑더라도 발은 따뜻해야 한다는 전통 한의학적 원리에 맞춰 한국의 온돌문화는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환경과 체질에 맞춰 개발되었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처음부터 온돌문화를 겪어보지 않은 현대인들에게도 찜질방의 문화나 침대 위에 전기장판을 깔고 뜨끈하게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린다는 인식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한국인이기에 갖게 되는 문화적 DNA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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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그렇게 어려워한다는 이른바 ‘양반다리’를 쇼파위에서도 자연스럽게 하는 한국인 문화는 결국 온돌문화와 융화된 환경친화적인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는 것도 이렇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로 ‘부엌’이라고 하는 공간의 인식이나 활용이 서구의 ‘주방’이라는 개념과 함께 집안으로 함께 공존하지 않는 이유 역시 아궁이와 온돌의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충분히 납득이 가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뜨거운 아랫목에서 화상을 입을 듯이 몸을 지지면서 ‘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한국인들의 경악할만한(?) 표현방식과 인식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의 목욕문화와 관련하여 뒤에 다시 자세히 서술하기로 하죠.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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