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당신과 같은 사람들뿐이란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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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생각하고 이혼을 생각하는 이유를 상대방에게서 문제를 찾는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는 그 상대만 바꾸면 자신이 다시 게임을 리셋하듯이 재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짜잔~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자신이 정말로 예쁘고 모아둔 돈도 꽤 있는 셀레브가 돈은 자신에게도 많이 있으니 진정한 사랑을 찾아 사랑하겠다고 이른 결혼을 할 경우가 있었다. 그녀는 어마어마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통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사랑하며 알콩달콩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결정했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미고 싶어 했다.
나중에 호된 현타를 맞게 되지만, 그녀가 부족한 것은 늘 사랑받는 셀레브로 살아오다 보니 다른 사람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눈이 부족했다. 초고속으로 그녀는 알콩달콩한 가정을 그 쓰레기가 함께 만들 의사를 확인하고 이혼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결정한 것은 이제 정말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돈으로 누릴 수 있는, 말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삶을 원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예쁘고 늘씬 쭉쭉 빵빵한 셀레브였기에 그렇게 못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머릿속엔 자신보다 더 못 생기고 능력 없고 돈도 없는 일반 여성들도 돈 많고 여유 있는 남편을 만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데 자신이 그녀들보다 못할 리가 없다는 근자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에게 너무도 젠틀하게 접근해서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은 능력남을 만나 재혼을 결정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던 날 그가 빈털터리 수준이 아니라 빚더미에 앉아 있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녀의 기구한 팔자에 의한 특이한 사례라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녀는 아주 독특하고 특이한 사례자가 아니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는 이혼사례들을 관찰해 보고, 방송을 통해서 이혼을 생각하거나 이혼한 돌싱들, 심지어는 혼인신고만 안 했지만, 나름 결혼을 하지도 못하고 나이만 들어가는 이들의 다양한 케이스를 확인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는 잘못된 인식이고 착각인지를 아주 쉽게 목도하게 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혼을 하게 된 이유는, 결코 당신의 상대방이 문제적 인간이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왜냐면 이러한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당신은 헤어짐을 고민하는 지금이나 이혼을 결정하고 가정법원을 가면서도 속으로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이제 상대만 갈아타면 당신의 삶이 산뜻한 재혼으로 바뀔 것이라는 착각을 지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으면 더 하겠지만, 자녀가 없더라도 두 사람 간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고, 가족이라는 개념이 삶의 목적으로 굳어져간 ‘정상적인’ 상태라면 대부분은 이혼이 단순한 헤어짐이 아니라 가족을, 가정이라는 것을 깨뜨리는 행위임에 주춤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기존의 전통적인 전업주부였던 우리네 어머니가 이혼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라 여겼던 인식과 맞닿아 있다.
가족이 전부라고 여기며 자신의 삶을 일상에 갈아 넣는 사람은 결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자신의 그 헛된 동물적인 본능이 얼마나 큰 파국을 몰고 올 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상간자 소송이 이혼소송만큼이나 늘어나서 변호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상황은, 가족이 자신의 인생 목표의 최고 가치가 아닌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려 20년도 훌쩍 넘어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그 오래된 영화, <해피엔드>에서 여주인공인 전도연은 바람나서 애인과 뒹굴기 위해 이제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분유에 수면제를 타서 먹이는 기행까지 벌인다. 당시에도 그런 짐승들은 있었고, 경악스러운 장면이라며 회자되었지만,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런 짐승들이 여기저기 출몰하는 기이한 사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내 자식의 일이라면 회사의 일을 내던지고서라도 득달같이 달려오고, 밤을 새워가며 온몸의 열을 식혀주겠다고 옆에 끼고 차가운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는 정상적인 부모가 더 많다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나와 함께 하는 배우자와 자녀의 행복한 미소를 보기 위해 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정상적인 이들 속에서도 당신이 헤어짐을 생각하고, 이혼도 하기 전에 당신의 재혼을 꿈꾸고 심지어 재혼 전문 소개회사 사이트를 기웃거린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할 수도 있다.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할 상상을 하는 것까지 도덕적인 잣대를 내세워 당신을 불온하다고 비난할 의향은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 실제로 이혼을 한 그 수많은 돌싱들 중에서 돌싱 동호회니 새로운 모임이니 기웃거리며 새로운 만남을 꿈꾸고 새로운 대상만 만나면 당신의 인생이 리셋되어 멋진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그야말로 착각 그 자체임을 현실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결혼정보 회사의 대표가 회원들을 '결혼압박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상담하는 기묘한(?) 유튜브를 접하고서는 참으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콘텐츠까지 나오는구나 싶어 살펴본 일이 있다. 거의 결혼압박 면담을 신청한 이들은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여자 대표는 그녀들에게 참 교육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대기업의 부장이라고 나이가 좀 차긴 했지만, 관리도 꾸준히 해왔고, 외모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헛소리를 해대자, 대표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본인이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연봉이 1억이고, 학벌도 괜찮고 외모도 괜찮다고 착각하시죠? 그런데 강남에 30억짜리 집을 가지고 있고, 본인보다 학벌이 좋은 남자가 굳이 본인을 택할까요? 아니면 30세 전후의 결혼적령기의 괜찮은 여자를 만날까요?”
대표의 돌직구에 그녀들은 대부분은 ‘저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를 전하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현타에 어질어질해했다.
이혼전문변호사로 10년이 넘게 그쪽일을 하며 그런 정신 못 차리는 돌싱 케이스를 수백 건 본 여자가 이렇게 말하더라.
“이혼하고 재혼하겠다고 상대만 바꾸면 될 거라며 기댈 상대를 찾는 이들에게 꼬이는 건 결국 쉬운 이혼녀를 뜯어먹겠다는 쓰레기들뿐이더라. 그나마 분할받은 재산 다 털리고 거지꼴 나는 케이스를 내가 한둘 본 게 아니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 내 인생이 꼬였고, 상대만 바꾸면 화려한 재혼을 통해 새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결국 당신의 인생을 저 바닥으로 패대기 칠 거라는 현실을 잊지 마라. 당신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현실엔 온통 당신 같은 이들뿐이라 생각하면 결과가 더 또렷이 쉽게 보일 것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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