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들이 헤어짐을 결정할 때.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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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사업이 망해서 같이 망할 수는 없으니까, 돈을 더 이상 벌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나이가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이제까지 산 세월이 괜스레 저 인간 때문에 희생하고 다 망쳐버린 것 같으니까?
위의 마음으로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철부터 들 필요가 있겠다. 이혼도 결국 인생의 과정 중에 하나라는 견지에서 본다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제나 전제해야 하는 것이고, 자전거를 배우면서도 스케이트를 배우면서도 스키를 배우면서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최대한 안전하게 넘어지는 것과 넘어지고 난 뒤 일어나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당신이 ‘잘못’ 결정하고 선택한 결혼이라는 인생에서 결코 작지 않은 이벤트의 끝을 생각하면서 왜 그것을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은 고사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그 실수를 만회하고 인생이 최대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안일하게 고작 한다는 짓이 재산을 최대한 분할한다던지 상대방 때문에 인생이 망쳐졌으니 다른 멋진 사람만 만나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이 만회될 것이라는 정신 나간 망상을 하고 있단 말이다.
그것은 어른의 방식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왼손에 든 아이스크림과 오른손에 든 솜사탕을 들고 있다가 커다란 케이크를 받고 싶은데 손에 있는 것을 놓치기 싫어서 눈물을 쏟아내는 치기 어린 어린 아이만도 못한 아이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그나마 순수하기라도 한 어린 아이만도 못한 어른을 가장한 돈이나 욕정가은 본능에만 충실하게 되어버린 괴물일 뿐인 것이다.
가족이란,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하고 함께 행복을 나누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생이 마냥 그렇게 꽃길만 지속된 것이 아니기에 힘들고 어렵고 숨조차 쉬기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혼자서가 아니라는 믿음과 사랑을 통해 그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동지이자 소울파트너이다.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서로 간의 노력을 통해서도 도저히 그것을 극복하지 못할 때 헤어짐을 선택하더라도 그것이 최악의 상황일 때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가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도리인 것이다.
잘 나가던 사업을 말아먹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장이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짓 따위는 어른으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책임감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아동 살해 범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도대체 어떤 부모에게 하늘이, 사회가, 법이 자신이 부양할 수 없다는 핑계만으로 그 아이들의 생명을 거두어도 된다고 허락했다는 말인가?
당신의 헤어짐이 아이를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로 만드는 결과의 파장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하지 마라. 무엇보다 그놈의 돈 때문에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들 앞에서 부모라는 이들이 으르렁거리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최악인데, 그 결과로 이혼을 결정했다고 한다면,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고 자식이 아무리 말하더라도, 부모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다른다고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위로하는 듯 심드렁하게 말하더라도 그것은 진심이 아니라 처절한 피눈물이 녹아들어 간 절규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상적인 독해란 말이다.
원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턱턱 벌어오고 집에 돈이 쌓이면 집안에 행복이 넘칠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재벌들은 그 돈만은 셀레브들은 왜 그렇게 불행한 얼굴로 이혼하고 스스로 죽음까지 선택한다고 생각하나?
극단적인 예이긴 하겠으나 사업실패로 혹은 투자 실패로, 혹은 사기를 맞아서 혹은 빚보증을 잘못 서서 빚더미에 앉게 되는 집안은 그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결코 적지 않았고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이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으로 헤어지는 커플들을 보면, 그들은 빚이 없었거나 그 빚으로 인해 정말로 생계를 고민하고 다음날 먹을 것이 없어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라면을 살 돈이 없어서 눈물을 삼키는 상황인 경우가 거의 없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넉넉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혹은 맘껏 명품가방 하나 사서 해외여행을 편하게 다닐 정도로 넉넉하게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했다며 상대를 힐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혼을 청구한다.
한때, 아니 실제로는 지금도 유행하는 황혼이혼의 가장 큰 핵심은 아이들을 다 키워서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외벌이에 전업주부 형태의 부부가 남편에게서 퇴직금을 끝으로 더 이상 경제적인 수입이 들어오지 않게 되는 시점이 이혼을 결정하는 타이밍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말로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왜 고정적으로 돈이 들어올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퇴직금을 끝으로 더 이상 돈이 들어오지 않을 때 이제 남은 돈을 모두 총 결산하여 그것을 반으로 나눠서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 황혼이혼의 민낯이란다.
남편이 ATM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증하는 것인가? 황혼이혼이 아니라 하더라도 경제불황으로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자마자 들들 볶다 못해 본색을 드러내며 이제 그만 갈라서자는 말을 입에 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은 그 사람의 고정적인 수입이 가장 큰 전제였다는 의미였다는 것인가?
더 심한 경우, 사고로 혹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해 배우자가 드러눕는 경우, 부모도 병치레를 하는 효자가 없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거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혼도장을 찍자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것이 사람인가?
남편이 능력이 없다고 어린아이들을 집에 놔두고 야반도주를 하는 여자들이 그 옛날부터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그런 사람을 인간이라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 옛날에도 없었다.
당신은 스스로 인간이라 생각하나?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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