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누구도 당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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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말은 너무도 쉽게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그것은 자신만의 잣대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우리 모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람마다 최선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정말로 끝까지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그 끝을 알 수 있을 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생활에 있어 당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겠으나, 그 보다 더 위험하고 오만한 것은 상대방에게 ‘당신은 충분히 최선을 다했고, 당신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 내가 당신과의 결혼을 끝내려는 것이다.’라는 건방진 통첩을 건네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상대방을 기다려줬다고 착각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뱉은 말처럼 그 사람의 깜냥이 당신이 평생을 기다려주더라도 고작(?) 그것밖에 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서 당신의 기대와 달라서 그냥 손절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당신과 살을 맞대고 살며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을 돌보았던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주일정도 혹은 한 달 정도 인턴사원에 대해, 당신을 잠깐 써보았는데 도저히 믿고 쓸만한 사람이 되지 못하니 정리하겠다고 하는 것만도 못한 짓을 하는 셈이다.
아무리 결혼생활을 끝내는 자들이, 아름다운 이별 따위는 없다며 지저분한 끝에 끝을 보여준다고들 하지만, 스스로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도리마저 무너뜨리면서 당신의 인생만 산뜻하게 새로운 출발을 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모순을 넘어 스스로 갈 길 앞에 재를 뿌리는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다.
당신이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제까지 당신을 사랑해 주었고 당신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의 최선이 거기까지라며 선을 그어버린단 말인가? 무엇보다 그런 사람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선택했고 결정하여 결혼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수십 년, 아니 고작 몇 년 살아봤다고 그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폄하할 수 있단 말인가?
앞에서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한 나라의 재상을 넘어 나라의 으뜸가는 자가 되었던 강태공의 아내가 그런 건방진 실수를 하고 나서 바로 남편의 가치를 알아본 천하의 앞에서 엎드려 자신을 다시 받아들여달라며 뻔뻔한 얼굴을 치댄 바 있고, 남편이 무능하다며 내쫓아 결국 조선 제일의 재벌이 고개를 숙이는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허생의 아내가 그와 같은 우를 범한 바 있다.
굳이 고전에서 그 비근한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그 흔한 삼류 드라마에서도 변변치 못하다는 이유로 버렸다가 상대가 어마어마한 인물이 되어 돌아와 피눈물을 쏟는 빌런들은 비일비재하게 사용하여 클리쉐라고 불릴 정도도 못될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상대가 당신과 헤어져 버림(?) 받고나서,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잭팟을 터트린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아무런 후회하고 거리낄 것이 없다며, 그냥 지금 그대로 당신의 실망감만을 상대에게 들이붓고서 헤어져도 아무런 상관없다고 세상 쿨한 사람처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당장 정말로 당신이 버린 물건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골동품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는 정도의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 정말로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한 번의 작업만으로도 수억씩을 받을 수 있는 능력자인 경우라도 당신의 곁에서 당신이 그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당신의 곁에 있던 사람이었음을 당신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장 당신이 하기 싫은 설거지를 대신해주고, 지저분해서 언젠가 치워야지 했던 공간들을 깨끗하게 치워주고, 추운 날씨에 버리기 싫었던 쓰레기 분리수거를 묵묵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얼마나 그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무시하고 살았는지를 당신은 헤어지고 나서, 한참이 지나 쓰레기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 뒹굴면서야 깨달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둘러봐야만 눈에 들어오는 사소했던 것들보다 더 큰 것들이 있다. 당신이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그냥 곁에서 어깨에 살포시 올리는 손만으로도 당신의 영혼이 위로받았던 그 날들, 그리고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당신을 위해 이루어졌을 그 많은 기도와 소원들, 그리고 말없이 이루어진 희생과 배려들이 이제까지 당신이 엄청나게 유명하게 되도록 만들지는 못했더라도 당신이 더 힘들지 않게 지금까지 평안한 일상을 지낼 수 있게 해왔음을 당신은 헤어짐을 고민하는 지금이라도 다시 되새겨야 기억해내야만 한다.
열 달 동안 당신을 배에 넣고 당신을 세상에 내어준 부모님이 아닌 다음에야 성인이 되어서 만난 당신을 위해 아무런 피도 섞이지 않은 남남의 신분에서 당신에게 그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행여 당신이 무슨 대단한 착각을 하여 지금의 그 소중한 사람을 버리고서도 당신을 끔찍한 존재로 여겨 받들어 모시고 살아줄 멀쩡한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이 막연히 부러워했던, 지긋지긋한 상대와 헤어지고 나서 꿈에서나 나타날 것 같은 돈 많고 잘생기고 예쁘며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상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상대가 뭐가 아쉬워 당신에게 목을 매고 다 늙어 한 번 다녀온 당신에게 혼신을 다 바칠 거라 생각하는지 나는 오히려 당신의 그 황당하기 그지없는 망상 상태가 어이가 없다 못해 궁금하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지겨운 날들로 충분하다고? 이제까지 충분히 기대하며 살아왔는데 아무것도 일어나 주지 못했으니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고 기다리면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사기에 가까운 이 희망고문을 그만하겠노라며 쿨내 뿜뿜 풍기며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그 어떤 미련도 기대도 남아있지 않다고 할 셈인가?
정말로 최선을 다한 자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기력이 없단다. 당신이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고 한다면, 달리고 난 뒤에 당신의 기록이 왜 그리 형편없는지 주저리주저리 나불거릴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야만 한다.
당신이 멋진(?) 이혼을 했다며 어디 가서 떠들어대고 글로 그것을 풀어나가며 지금 당신이 행복하다는 둥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는 둥 하는 말하는 것은 자유일는지 모르겠으나 당신이 그 이전의 결혼에서 당신의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했노라라는 뻔뻔한 변명은 결코 늘어놓지 않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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