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면 차라리 리더가 없는 게 나을까

얻어터진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갈기는 법.

by 발검무적
子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랑캐에게도 군주가 있으니, 중국의 여러 제후국에 없는 것과는 같지 않다."

고문을 독학으로 배웠거나 한문 좀 한다고 깝작거리는 초심자들은 이 문장을 이렇게 번역한다.


"오랑캐들에게 군주가 있어도

제후에게 없는 것만 못하다."


배움이 얕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제대로 된 선생님을 찾아 공부하면 그뿐이다.

어디 가서 얕은 지식으로 나대면

정말 개망신당할 수 있다.

누차 연재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공자다.


공자는 중화주의에 젖어,

동북공정을 지휘하는 단순무지 짱꼴라가 아니다.

아니, 최소한 그런 수준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아무나 사람에게 '성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지 않는다.

부정어가 두 번 나오면,

고문이 아니라 어떤 언어든 해석이 꼬이기 쉽다.

위의 본문 해석의 마지막 문장처럼 '없는 것과는 같지 않다'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래서 이 장의 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이 오랑캐라는 말부터가 오해를 사기 쉽다.

오랑캐를 중원의 제후국과 비교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오랑캐라고 쓰는 단어를 미개한 수준의 집단으로 보는 것도 틀리지 않은 해석이다.


다만, 여기 함정이 있다.

그렇게 수준 낮은 미개한 오랑캐에게도 군주가 있다는 것까지는 해석도 쉽고 무슨 말인지 알겠다.

문제의 뒷 절.

중원 제후국에 없는 것과는 같지 않다?


윤 씨(尹氏)의 해석을 참고해보자.

"공자께서 당시의 어지러움을 서글퍼하시어 탄식하신 것이다.
없다는 것은, 실제로 없는 것이 아니고
비록 있더라도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할 뿐이다."

아! 그랬다.

팔일편은, 당시 노나라의 참람된 행위를 해대는 대부들을 꾸짖는 내용으로 시작하였다.

그들에게는 군주가 있었다.

군주가 실제로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을 돌려 돌려 후려친 것이다.


이 정도 되면,

후려쳐서 별이 번쩍하고 맞아 죽었는데

누가 나를 죽였는지도 모르고

한 방 제대로 맞은,

부지불식간에 한 마디로 사람을 저세상 보내는

암살급의 촌철살인이라 하겠다.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라면 없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그나마 리더라고 자리에 누군가 있는 것이 나을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겠으나

난세에는 군주가 있건 없건 체계와 상관없이

쿠데타와 배신, 배반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난세는, 말 그대로 세상이 안정되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이다.


자신들이 미개하다고 폄하하는 오랑캐에게도 존중하는 군주가 있는데

좀 더 배웠다고 있는 척하는 중원의 것들이

군주에게 참람된 짓을 거침없이 한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렇듯 공자의 화법은 제대로 행간을 읽어내지 못하면 표면의 의미조차 오독하기 일쑤이다.

그의 화법은 어중간한 식자의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그저 공자의 화법에만 감탄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시대가 그가 비난한 시대와 달리

나아졌는지 발전했는지 진화했는지를

반성하며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저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대는 인물들에 대한 뉴스가 TV만 켜면 나온다.

도덕적으로는 모르겠으나 행정적으로

대통령이 그 나라의 통수권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정자라는 뜻이다.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그 의미에 부합하는 대통령을 뽑아본 기억이 있는가?

아니, 대통령직을 곱게 마친 사람이 있긴 했던가?


미국에서 스탠딩 개그를 하는 한국계 교포가

했던 개그가 생각났다.

조카에게 꿈을 물으니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단다.

그래서 그가 놀라며 물었다고 한다.

"넌 정말로 장래희망이 감옥에 가고 싶은 거니?"


너무 기본적인 사실이라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이고

모든 국민이 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뜻을 대신해서 펼치라고

국회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뽑는다.


공자가 살던 세상은 그런 대의민주주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람된 행동을 하지 말라고

그런 행동을 하는 자는 결국 천륜을 거스르고

제대로 된 정치를 행하지 못할 자라고

공자는 역사의 경험을 근거로 경고하였다.


그런데 하물며,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국민들이 뽑아주지 않으면 위에 올라갈 수 없는데도, ',돼지'라고 생각하며 이용할 생각을

할 뿐 그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위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주인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공무원이랍시고 선출직이 아닌 자들이

그 밑에서 위정자들의 지휘를 받아 움직인다고 한다.

그들이 정말 지휘와 명령에 따라 움직일까?

아니다.

그들은 적당히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자신의 부와 지위를 어떤 식으로든 채우고

지 식구들 배를 불리는 것과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걸리지만 않는다면 어떤 짓이라고 감행한다.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함께 손가락질하며 성토하고 싶은가?

아니다.

지금 사무실에서 앉아 이 글을 읽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보고, 반성하란 말이다.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착각하지 마라.

결국 정치는 위의 몇몇이 나라를 말아먹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국민이 서슬 시퍼렇게 눈뜨고

밤낮으로 곁에서 감시하는데

개돼지라며 비아냥거리며

지만 배만 불리겠다고 궁리하는 놈들이

위정자의 위치에 오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놈들을 키워준 것은 결국

당신들의 안일함이었음을

나 역시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미하게 후려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