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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버튼을 누를 것인가? 안심버튼을 누를 것인가?

당신이 부부싸움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이유’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33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부부싸움은 굉장히 심각한 이유로 싸우지 않는다. 정말 나중에 따지고 나면 말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울 정도의 사소한 감정싸움이 대부분이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감정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자존심 싸움 때문에 싸움이 아닌 내용들이 악감정이 섞여 트리거가 되어 싸움으로 급발진(?)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그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싸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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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라고 하더라도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서로 사랑한다고 죽고 못 산다며 결혼까지 했는데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나중에는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그렇게 싸우고 심지어 이혼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일까?


최근 MZ 세대들의 이혼 원인 중에서는 ‘홧김에’가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MZ세대의 특성상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설득당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많이 하고 결코 논쟁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수긍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자신의 아집을 밀어붙여 결국에는 이혼을 하고 난 뒤에서야 그것을 후회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현장에 있는 변호사들의 증언이다.


물론 그 윗 세대들도 정도만 다를 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연애할 때부터 결혼을 해서도 정말로 박 터지게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가지고 싸우고 며칠을 말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집을 나가서 친정에서 버티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화해를 하는 등등의 삼류 드라마를 찍기 일쑤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상담을 통해 그들의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들이 있다. 그 두 사람들은 누구보다 상대의 발작 버튼과 안심 버튼의 포인트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두 가지 버튼은 이성적인 부분과는 연결고리가 매우 희미하거나 가늘게 이어져 있을 뿐이다. 두 버튼은 모두 감정적인 부분과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 그 센서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조금만의 터치만으로도 그 반응 정도가 매우 강하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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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 버튼은 말 그대로 이성적인 부분과 아무런 상관없이 특정 단어나 특정 대상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기분을 확 긁어버릴 수 있는 발화를 의미한다. 예컨대, 그 사람의 콤플렉스가 되는 부분이 그러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언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들이 그러하며 이전에 했던 실수나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로 하기로 했던 덮었던 부분들이 그에 해당한다.


반대로 안심 버튼은 어떤 감정의 폭풍우 속에서도 그 사람이 마음이 평온해지는 키워드나 장소 혹은 음악 등등을 매개로 한 발화를 의미한다. 예컨대. ‘괜찮아, 다 잘될 거야.’라는 평범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잘못했거나 일이 잘못되어서 걱정하고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꼬옥 잡아주면서 전하는 그 진심만으로 이전의 불안감이 해소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문제는 부부, 두 사람이 이 두 가지 버튼을 서로 간에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마음이 편안하고 좋을 때는 안심 버튼을 편하게 눌러주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싶으면 상대방의 상처를 다시 벌리고 소금을 붓는 심정으로 발작 버튼을 일부러 눌러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발작 버튼을 눌렀을 때 상대방이 발작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내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해도 그 의미가 전달되기도 전에 이미 분노 게이지가 꽉 차버려 귀가 꽉 막혀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서 그 버튼을 누르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는 많다. 마음만 열려 있다면 대화로 그 오해를 풀지 못할 이유는 한 가지도 없다. 그런데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그러한 플러스 마이너스가 산수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음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조물주가 세상에 음과 양을 만들고 남자와 여자를 만들 때 그것이 자연의 섭리에 부합하면서도 묘하게 산술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누가 잘못하고 잘하고를 따지는 것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화학작용을 부비트랩처럼 깔아 둔 것만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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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삼자가 들으면 누가 들어도 상대방이 잘못했고, 그 잘못에 대해서 지적하고 그것에 대해서 수정을 지시하는 것이 객관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볼 때 잘못된 부분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그것이 업무나 다른 사람과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원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잘잘못을 가리려는 것이 본래 의도했던 것이 아니라, 부부관계에 있어 서로 행복하고 기분 좋게 살자고 하는 목적을 논리와 합리를 따지며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하는 순간, 이혼법정의 전단계인 법원에서의 다툼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일이 바로 당신이 지금 헤어짐을 생각하게 만든 주요인 중의 하나이다.


잘못했다는 것을 상대에게 어렵게 말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려는데, 왜 그런 식으로 일을 매번 망치는 거냐고 발작버튼의 근처를 더듬는 대사가 약간의 높은 언성과 함께 튀어나오게 되면 본래 가지고 있던 미안한 마음이나 사과하려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리고 만다.


물론 상대의 잘못에 대해서 말할 때도 그것이 반복된 실수이거나 정말로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잦은 정도를 드러낸다면 좋은 의미에서라도 한 번쯤 바로잡자고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이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의 키는 나나 상대방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간의 관계라는 전혀 새로운 프레임 안에 있다. 즉 내 이야기를 상대방이 어떻게 듣고 느끼지에 대해 상호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좋은 이야기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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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본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연습을 충분하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이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로 안심버튼을 눌러주면서 행복으로 나아가는 데 익숙해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대상이 배우자라면, 당신은 다시 한번 당신이 왜 그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어 하는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당신이 발화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금은 더 차원 높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것이 공식적인 업무이거나 예의 없는 타인과의 사고처리 과정에서 이익까지 연루되어 있다면 분명히 법원까지 끌고 가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려서 당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받아 보상받고 사과받는 것이 옳다.


하지만, 당신의 배우자에게 그렇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잘잘못을 따져서 감정만 더 악화되고 더 당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당신은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다는 당신의 감정지수와 지성지수의 민낯을 드러내 보이고 만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싸우거나 자존심상 서로 밀리지 않겠다고 싸워서 결국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행복하다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도 지능을 약간이나마 경험적 측면에서 상승시키는 반복학습의 기초단계라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더 이상 유치원생이 아니고 심지어 두 사람 사이에 말귀를 알아듣는 자녀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당신 혼자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의 폭망을 당신의 아집으로 이끄는 최악의 결과를 시연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늘 불편한 마음으로 눈을 흘기고 서로 미워하는 시선을 던지며 한 집에서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발작 버튼까지 눌러가면서 스스로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지극히 머리가 나쁜 바보들이나 하는 짓임을 당신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는데, 알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싶은가? 아니, 당신은 분명히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신 배우자에 대한 안심 버튼을 자주 눌러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퇴근길에 배우자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어가는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하나? 당신과 관계는 없지만 밖에서 있었던 일을 짜증 내며 토로할 때, 솔로몬이 되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더 흥분해서 화를 내며 “어디 그런 게 다 있어? 그런 건 그냥 무시하고 인간취급도 하지 마!”라면서 감정이입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당신이 아주 작지만 매우 큰 파문으로 인해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어쩌면 똑같은 고민을 지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안심버튼을 눌러주게 되면 상대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열려 당신이 굳이 묻지 않아도 무엇이 그렇게 앙금이 되어 있었는지를 별 것 아닌 듯이 꺼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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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당신의 배우자가 그래주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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