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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는 헛소리에 대해

결혼을 하고서 딴 눈을 팔 거면 왜 결혼을 할까?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31


앞서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문제 될 부분이 없다. 문제는 이미 사랑한다고, 평생을 그 사람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맹세를 하고 살고 있던 유부남이 그따위 절규를 내뱉으며 상대를 기만하고 다른 이성과 몸을 섞고서 버젓이 부부의 침대에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혼이 어느 사이엔가 사회적 유행처럼 많아지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불륜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필드에서 일하는 이혼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동의한다고 한다.


최근 변호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어준 상간남&상간녀 소송의 증가가 그 반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 가지 신기한 부분은, 간통죄가 유효하던 시기에야 간통죄라는 형사처벌을 먹이는 순간 자동 이혼이 되었지만, 이제는 강간남&상간녀 소송이 자동이혼의 트리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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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자면, 상간남&상간녀 소송은 자신의 배우자와 불륜을 벌인 상대에게 금융치료(고작 최대금액이 3천만 원도 되지 않지만)를 하는 것과 동시에 뻔뻔하게 불륜을 벌이고서도 자기의 상간남이나 상간녀만큼은 건드리지 말라는 헛소리를 하는 배우자에게 파탄 원인제공이라는 낙인을 찍어 그들이 원하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게 만드는 자물쇠(?)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등산을 하겠다며 뜬금없이 산악회를 나간다고 하고 갑자기 수십 년이 지나 얼굴도 기억나지 않은 동창들과 동창회를 하겠다며 우정을 다진다더니 몸을 섞어 끈끈한 사이가 되어 돌아오는 짓거리는 이제 무슨 공식처럼 퍼져 버렸다.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불륜 대상자들과의 미팅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의 동호회는 더 이상 취미를 공유한다는 좋은 의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돌싱이거나 미혼인 이들이 서로 짝을 찾겠다고 동호회든 산악회든 찾는 것이야 누가 뭐랄 것이 있겠는가마는 굳이 배우자가 있는 유부남 유부녀가 ‘우리는 거의 형제 수준이야. 부부가 아니야.’라던가 ‘어차피 내가 여기서 이러는 거 남편도 다 알아, 남편도 딴 데 가서 젊은 년 부둥켜안고 이러고 지내는 거 서로 다 알고 용인하는 사이야.’ 따위의 짐승만도 못한 말을 내뱉으며 ‘우리 부부는 거의 이혼직전 단계라고도 할 수 있죠.’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으며 자신들의 불륜을 공식화한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왜 그럴 거면 결혼을 하고 배우자를 만들고 자식을 만들고 그렇게 가정을 만들어 놓고 다시 밖으로 시선을 두고 몸을 여기저기 막 굴리고 다니는가 하는 점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로 불륜 케이스를 전문적으로 다룬 이혼 변호사들은 그들에게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다시 사랑을 꿈꾼다는 것은 죄악이나 배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취미생활 같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배우자를 너무너무 싫어서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진 배우자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면서도 이혼하고 나서 진정한 혼자가 되고 돌싱의 삶을 즐겨야겠다는 결심과 집행이 아닌, ‘집에서 밥을 먹는다고 외식을 하지 않냐?’ 따위의 짐승 같은 헛소리를 변명이라며 꺼내놓는 것은 그가 결혼이라는 것을 감히 해서는 안되었을 존재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이다.


불륜이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사회적인 시각, 즉,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 의해 그렇게 평가(?)되는 것일 뿐, 정작 두 사람 부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 간의 동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관계에 있어 자신이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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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저지른 이들이 떠벌이는 수많은 변명들의 공통점은 그 이유를 대개 배우자의 탓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이미 정나미가 떨어져서 마음이 떠났는데 몸이 갈 리가 있느냐는 헛소리에서 시작해서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젊고 탱탱한 자신의 사랑을 어딘가에는 해소(?) 해야 하는데 그 대상이 더 매력적인 상대에게 향하는 것이 죄는 아니지 않느냐는 식의 궤변이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그것은 내가 궤변이라 하고, 불륜을 짐승들이나 할 짓이라고 하는 데에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이 법원이나 정신과에 부부상담을 와서 하는 짓을 보게 되면 상대방이 불륜을 저질렀거나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말도 안 된다며 흥분하고 육두문자를 내뱉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말처럼, 그들의 불륜이 미화되고 용서될 수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배우자도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넓은(?) 아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불륜 적발에 대해서는 한없이 느기작거리던 그들이 배우자가 그런 일을 벌였거나 그와 비슷한 미수 사건이라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으르렁거리며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고성을 남발한다.


굳이 공자님의 말씀까지 끌어오지 않더라도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상대방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그들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 인간적인 도리라고는 존재하지도 않는 듯한 그 찐따들이 남의 가슴을 칼로 몇 번을 난도질하면서도 커터칼에 손끝 조금 베인 것 가지고서는 응급실을 가야 하니 119를 불러야 한다고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곤 한다.


아무리 그들이 마음의 병을 가진 환자라고 양해주려 노력하더라도 자기 입으로 사랑을 올리고 그렇게 자식까지 낳아놓고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이성과 몸을 섞고 들어와 밝은 미소를 띠며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평상시와 똑같이 사랑한다고 짹짹거리는 것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말로 배우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면서도 자식들을 잘 챙기고 살림을 잘하며 돈을 잘 벌어다 주기 때문에 그것은 그것대로 챙기고 자신의 욕정은 또 욕정대로 챙기겠다는 것들을 어떻게 인간이라고 봐줄 수 있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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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니까 욕정이 언제 어느 때고 이성을 덮을 수도 있겠다 생각해주고 싶지만, 정 그런 욕정이 생기거나 만들고 싶은 요량이라면, 가정이니 부부니 하는 묶여 있는 울타리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정상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 아니, 최소한 새로운 사랑이라는 것이 생겼다면 기존의 사랑이라 믿었던 존재에게 양해를 구하고 솔직한 마음을 말하고 자신이 보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보상하고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그것은 기존의 상대인 배우자에게도 예의가 아니지만,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대상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물론 그것이 사랑인 경우에 한해서 설명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차피 뒤에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책임감도 없이 그저 욕정만을 서로 풀겠다고 짐승처럼 엉기는 것들에 대해서는 굳이 더 설명할 것도 없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다.


당신이 새로운 사랑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손 치더라도 절대 그것을 지금 배우자의 문제 때문에 도피처로 찾았다거나 배우자의 결핍에서 오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기대는 식의 불륜을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얼마 전 내게 상담요청이 왔던 결혼 30년 차의 여성은, 남편의 불륜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상간녀에 대해 ‘돈을 많이 벌어다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 남편을 버리다시피 이혼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자신의 남편을 꼬인 여자’라고 표현했었다. 물론 그녀의 설명만으로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규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게 도움을 요청했던 그녀가 느끼고 판단했던 그대로를 일단 인정해야 그녀의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기에 그녀의 말을 경청했더랬다.


그녀의 전제가 맞다면, 그녀의 남편은 경제적으로 호구가 되었고, 문제의 상간녀는 기존에 자신이 갖지 못했던 풍족한 경제적 상황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대로 유부남이라도 물었을 수 있겠다. 그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나는 아주 당연한,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뚱맞는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남자는 그럼 도대체 왜 바람을 피웠던 것일까? 물론 그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은 내게 정보를 제공하는 여성이 굳이 구체적으로 논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잘 몰랐기 때문에 일 수도 있으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언급을 회피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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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앞서도 말했지만, 일단 현재 배우자인 여성이 느끼는 배신감과 환멸이다. 남자는 버젓이 자신이 상간녀와 오랜 불륜관계였음을 들켰고, 이혼을 해달라고까지 강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적인 배우자이자 아이엄마인 여성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 현 상황이었다.


불륜을 저지른 상대와 절대 다시 못 산다고 칼 같이 이혼하는 사람들도 살고, 한번 실수로 가정을 깨뜨릴 수는 없다며 고쳐서 살아보겠다는 사람들도 산다. 결혼생활에 한 가지 답만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판단과 결정은 그들의 몫이라고 나는 늘 강조해 준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될 주요한 사실은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끝낼 때 어른의 방식으로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고 내 욕정만을 채우겠다는 사람의 끝이 행복할 리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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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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