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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3. 2021

위증죄로 처벌받게 된다면...

현직 목사 아동학대 사건 - 번외편

얼마 전 오랜만에 법원에 다녀왔다.

현직 목사 아동학대 사건 관련 명예훼손 사건의

증인 심문이 있다고 해서 참관을 하고 왔다.


해당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자세히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람.

https://brunch.co.kr/@ahura/14

말도 안 되는 기소를 한 경찰과 검찰도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 생각 없는 어린 공판 검사와 그에 못지않게 어리지만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판사.

그리고 자신이 10년 차 법조인이라며 대접받고 싶어 하는 여자 변호사

한 자리에 늘 그렇듯 '법조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이 모두 모였다.


이 날은 증인 심문 공판일이자, 종결일이었다.

대단할 것도 없는, 명예훼손을 했다고 우기는 현직 목사와 그가 벌인 사건을 교단에 알리고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면 면직처분을 할 수 있냐고 문의했던 피고인에 대해 연락했던 두 목사가 명예훼손을 증명하겠다며 버젓이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하겠다고 한 날이었다.


일단, 명예훼손 거리도 안된다고 자기들끼리 직접 말한 대화록까지 그대로 녹취를 낸 고소인 현직 목사와 그에 부화뇌동하여 그걸 편들어주겠다고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끌려 나온 목사들의 얼굴이 가관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정작 증인 심문이 들어가자 그들은 가공할만한 말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피고인이 저주의 기도를 하고 말다툼을 하다가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자기 아기를 무기처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한 행위 때문에 교단에 연락을 했고

정식 교단에서는 이단을 담당하는 부서 담당자가

그런 사이비 목사는 우리 교단에 없다고 우겼고

노회라는 지역 시찰에 회비만 받고 그저 회원으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세를 활용하게 하였다고 인정하며 그 노회와 시찰의 서기 목사들에게 연락을 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처음 등장한 서기 목사 A는 피고의 눈치를 살피며 비열한 미소마저 마스크 사이로 보이며 말했다.

"어차피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이고 우리 노회에서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이 정도의 일로 회의에 회부하고 면직하는 일이 없죠."


변호사가 반대심문에서 물었다.

"현직 목사가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 같은 걸 했다는 행위를 해도 속해 있는 교단에서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건가요?"

"물론이죠!"

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피고인이, '무조건 면직 처분을 할 사기꾼이다.'라고 했습니까?

아니면, '이런 행동에 대해 조사를 해서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면직처분을 할 수 있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했습니까?'"

그가 주춤했다. 그리고 판사의 눈치를 보고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피고인의 얼굴을 힐끗 보며 대답했다.

"무조건 그래 달라고 한 건 아니었고요. 조사를 해달라고 했죠.1년이 넘게 지나서 제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요. 그런 취지로 말했던 것 같습니다."


고소인 현직 목사가 증인으로 등장했다.

눈치를 살피며 증인선서를 한 그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저주의 기도를 했다구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통성기도를 한 거예요."

"아이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했다고요? 무슨 그런 말이 있습니까?제가 피고인의 집에 있던 고급 마블 대리석을 그냥 야산에 가져다 버렸습니다. 그거 인정하고, 내가 나중에라도 찾아다주겠다라고

얘기가 다 끝난 것을, 저 사람이 정식으로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종용하길래 화가 나서 통성 기도하고 그랬더니, 저 사람이 나를 때리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안으로 들어가서 아기를 들고 나와

들이대면서 '니가 그렇게 잘 치면 쳐봐라'라고 한 거죠."


그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들 심각한 얼굴들로 지루해하던 차에

나만 빵 터져버렸다.

여자 변호사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보호처분받고 가정법원에 회부되었잖아요?"

그가 놀란 토끼눈으로 눈을 빙글거리고 돌리며 말도 돌렸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다 이렇게 얘기해서 무혐의로 그렇게 다 처분이 났어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회의 서기 목사 B는 심지어 고소인 목사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고 했다.

자기네 노회에 회원이 200여 명이라 모른다고 했다.


그 말부터도 이해가 안 되었다.

목사가 회원인 모임에 행정을 총괄하는 서기 목사라는 자가,

자기네 회원을 모른다고?

그는 철저하게 이 일에 결탁되고 싶지 않다는 티를 냈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의 싸움인데 왜 노회가 낍니까?

제가 누차 저 목사님에게도 말했습니다. 절대 우리 노회가 우리 교단이 이 일에 얽히지 않게 주의하라고. 그런데 오늘 이렇게 증인까지 끌려 나오고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자 변호사가 얼루듯 물었다.

"어찌 되었든 그쪽 노회에 속해있는 목사가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를 했다고 토로했고, 그 사안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되었든 개인 간의 다툼이잖아요. 그리고 내가 파일을 달라고 해서 받아보니까 라틴어도 아니고 히브리어도 아니고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뜻 모를 단어들이었어요."

"그러니까 저주의 기도라고 한 내용은 들은 기억을 하시네요?

그러면 노회의 행정을 총괄하는 서기 목사가 그런 일종의 신고를 받은 셈인데 왜 조사를 하지 않죠?"

그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건 개인적인 다툼이잖아요."

"그럼 교회 내에서 벌어진 일이면 상관이 있나요?"

"아니죠. 결국 그 목사 개인이 벌인 일을 왜 노회에서 책임을 집니까?"


그 대목에서 다시 한번 나 혼자 "풋!"하고 빵 터졌다.

나만 이 블랙 코미디가 재미있나?

판사부터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몇 안 되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나는 목사라고 하는 저 작자들의 멘트가

빵빵 터질 정도로 웃긴데 주변 사람들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법정 관람기를 중계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이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듣고 봤겠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들어본 이들이 손에 꼽을 정도이지 않겠나 싶어, 뜬금없는 형사소송 관련 강의를 조금 해볼까 한다.

워낙 재미있는 사례였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 사람의 목사는 위증을 할 경우, 위증죄에 따른 처벌을 받겠다는 각서를 낭독하고 그 자리에 섰다.

서기 목사들은 전화를 받은 것이 다그건 차치하더라도, 정작 고소를 한 현직 목사는 뻔뻔한 얼굴을 하고서 이 명예훼손이 성립되어 상대방이 유죄를 받아 70만 원의 벌금을 꼭 내게 해야 한다는 의지에 눈이 불타올랐다.

그런 나머지 그는 위증을 하고야 말았다.


목사의 증언 ;

고급 마블 대리석을 야산에 그냥 가져다 버렸고, 배상을 요구했지만 자신이 나중에 버린 야산 어딘가 인지 뒤져서 다시 찾아주겠고 얘기가 다 끝났는데 자신을 괴롭히고 압박했다.


사실관계 ;

당일 500여만 원의 고급 마블 대리석을 임의로 가져다 버렸으니 형사고소를 하지 말아 달라며 300만 원에 합의하고 보상하겠다고 했다가 임대 보증금을 이미 송금받았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저주의 기도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위증죄는 어떤 죄이며 어떻게 성립되는가?

어렵게 위증죄의 정의부터 설명하는 것은 생략한다.(형법 제152, 154조).

첫 번째 조건은 민형사상 소환받은 증인이 선서를 해야만 한다.


즉,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僞證)의 벌을 받기로 맹서 합니다.'라고 기재된 선서서를 낭독하고 서명 날인한다(형사소송법 제157조).


두 번째 조건은, 이 선서를 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 즉, 자기의 견문 경험 등에 의한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증언하는 범죄이다(형법 제152조).

이게 좀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예컨대, '허위의 진술'이란, 자기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을 말하며,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더라도 자기의 기억에 반한 진술은 허위의 진술이 된다.


이 사건을 토대로 설명하자면, 목사의 위증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조건은 통과~


두 번째 조건은, 목사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그의 증언에 반하는 사실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관계라고 위에 적은 것만으로는 그가 "저는 그렇게 기억하는데요."라고 해버리는 순간

그냥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위증죄는 형사재판에서 특히, 공판검사들이 괘씸죄로 증인들을 압박하거나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반대로 말하자면,

일반인들이 위증죄로 고소하거나 공격했을 경우,

검사의 마음대로 그냥 죄가 안된다고 해버릴 수 있는 여지가 큰 우스꽝스러운 죄인 것이다.

그런데, 목사가 300만 원에 합의해달라고,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이나 재물손괴죄로 형사 고소하지 말아 달라며 이야기 나눈, 심지어 그 뒤에 저주의 기도를 하고 아이를 던지려고 한 당시 상황이 모두 녹취가 되어 있다.


즉, 목사가 그렇게 말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봐요'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봉쇄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위증죄가 성립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곧 연재할 예정인 내 논픽션 소설이 있다.

아주 유명한 충주에서 벌어진 경찰 조작 사건이다.

그 사건에서 피해자 부부는 불심검문으로 경찰과 시비가 붙어 술을 마셨던 남편이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의 팔을 잡아 꺾어 공무집행 방해를 했다며 남자를 고소한 사건이다.

그 사건에서 남자의 아내는 증언대에 올라

남편이 팔을 꺾지 않았다는 말을 했고

공판검사는 괘씸하다며 그녀를 위증죄로 고소하여

집행유예까지 받게 하였다.

그 결과 그녀는 수십 년을 일하던 유치원에서

해고되어야만 했다.


형법 교과서에 나온 위증죄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중요한 것은, 이 허위의 증언이 재판상 사실의 판단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더라도 자기의 기억에 반한 사실의 진술이 있으면

위증죄는 성립한다.

다만 위증한 자가 그 진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할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제153조)는 조항이 있다.


죄가 되지도 않는데, 경찰에 약을 치고 검찰까지 밀어붙여 겨우 70만 원 약식기소의 명예훼손 건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고 키득거리는 현직 목사가

지금 이 사실을 깨닫고 자백이나 자수를 할 것 같은가?


위증죄가 성립되지 않냐고 묻는 피고인에게

여자 변호사는 이 명예훼손 건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쓸데없는 오버 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나쁜 놈은 반드시 나쁜 결과를 맞아야 한다.

현직 목사는 집주인 부부를

무고와 협박죄로 형사 고소하고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이다.

이런 놈은 제대로 걸려서

혼나지 않으면 절대 자신의 잘못을 평생 인정하지 않는다.


'위증죄'는 검사가 일반인을 겁박하는 데 쓰라고 만들어준 칼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무고하려고

'위증'하는 쓰레기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다.


육법전서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법은 애초에 만들어진 취지와는 아주 많이 다르게 악용되고 법비들에게 활용되곤 한다.


그 꼴이 나는 너무너무 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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