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절 사용하면 언젠간 고장 날 수밖에...

비문증을 맞이한 2025년 그 어느 여름날...

by 발검무적

지난 주의 일이었다.

아들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난 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로션을 바르고 거울을 보는데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 매직으로 장난질을 해놓은 듯, 눈썹에 실타래가 얹힌 듯 이상한 것이 시선을 혼란스럽게 뒤흔들었다.


처음엔, 그저 눈썹 위에 먼지 같은 것이 내려앉아 붙어 동공의 바로 앞이라 큼직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눈을 다시 닦고 이리저리 수정체를 굴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전에 내 뇌에 지나듯 담아두었던 '비문증(飛蚊症; muscae volitantes)'이라는 단어가 툭하고 떠올랐다. 오히려 아들이 놀란 눈으로 눈에 문제가 생겼으면 바로 안과부터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할 것 아니냐고 난리를 쳤지만, 천천히 증상을 살펴보니, 왼쪽눈을 감으면 아주 깨끗하게 보이는 것이, 왼쪽눈에만 이상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고, 증상 역시 전형적인 비문증의 증상이었다.


아직 비문증의 증상을 경험하지 못하였거나 처음 경험하고 다시 검색하여 이 글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될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의학적으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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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증은 실 같은 검은 점, 떠다니는 거미줄, 그림자 또는 검은 구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시신경유두부에 유착되어 있던 신경교조직이나 농축된 유리체 또는 동반된 유리체출혈이 후유리체박리로 인해 자유로이 유리체강내에 떠다니고 환자가 이를 자각하는 것이다.

후유리체 박리는 유리체 피질과 망막 내경계막이 분리되는 것을 지칭하며 중심와 주변 후극부에서부터 시작된다. 후유리체박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고 간주될 수도 있지만, 노인에서의 유리체-망막유착에 따른 합병증 발생 위험을 경감시키는 예정된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의학적인 용어로 좀 어려워 보이게 쓰는 것과는 별개로, 일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사실 지천명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찾아온 노안을 경험하면서도 이번처럼 그렇게 놀라거나 허탈해하지는 않았었다. 노안은 어찌 보면 매우 일반적인 병증의 하나이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일반화될 정도로 겪고 있는 일일뿐더러, 12살부터 껴온 안경잡이가 쉰이 넘을 때까지 노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눈의 건강 관리를 잘해왔다고 자위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물론 머릿속으로 비문증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일단 내 주변에 비문증을 경험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리 일반적인 병증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을뿐더러, 가장 핵심적인 걱정은 비문증의 경우 따로 안과에서 무언가 치료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병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주 토요일 찾아가는 한의원 주치의는 마침 자신이 침술로 비문증을 개선해 본 여러 사례가 있다며 노안만큼이나 아주 일반적인 증상이고 개선하는 것도 자신이 있으니 매주 1회 진료를 받을 때 왼쪽 눈가 주위를 침술로 다스려보자고 선선히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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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옮길 때, 운전할 때, 자전거를 탈 때, 무엇보다 하얀 화면 위에 매일같이 글을 쓰고 글을 읽는 작업에 이 묘한 거슬림은,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니면서 수정체에 부유하는 찌꺼기가 여전히 배출되거나 청소되지 않고 시선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선사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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