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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에서 시작해서 국가기강문란의 사태로까지 번졌네?

그 살생부 목록에 대한 호명에 앞서...

by 발검무적

외교부의 돈주머니라 불리며 연간 예산을 2000억이 넘게 써대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라는 곳이 있다.


한류로 시작되어 K-POP이 완성을 이루는 20여 년의 세월 동안 한국어(한국학) 객원교수라는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간략히 말하자면, 한국어(한국학) 교수가 필요한 세계 각지의 대학에 지원요청을 받아 객원교수를 선발하여 100% 국민혈세로 그들의 비행기값에서부터 동반하는 배우자의 비행기값은 물론이고 생활비에서 보험료까지 100% 지원해 주는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객원교수라고는 하지만, 명색이 교수이고, 무엇보다 외교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산하기관인 공공기관이니 십수 년간 진행되었던 객원교수 공모공고는 아직도 인터넷에 버젓이 떠 있다.


박사가 발에 차이는 시대, 100% 국민혈세로 배우자의 비행기값에 보험료까지 모두 내주는 사업인데 당연히 박사학위를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석사학위도 받는다는 둥 이상한 내용들이 슬슬 사람들의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외교부에서 100% 국민혈세로 지원하니 당연히 한국어(한국학)의 전문가가 뽑여야 하기에, 교수 모집 공고에 전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수 년간 이 공고의 교수 지원 자격은 달라진 적이 없다.


1. 국어국문학, 국어교육학의 박사

2.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박사.

3. 석사인 경우, 석사학위 수여 후 3년 이상의 대학이상의 교육기관에서 강의경력이 있는 자.


그런데, 북한학, 영화학, 페르시아문학, 경제학 등등 말도 안 되는 허접한 자들이 현지에서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혹은 누군가의 뒷배가 있다는 이유로 그 국민의 눈먼 돈으로 교수 대접을 받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외국학생들이 뭔가 물어도 학술적으로 제대로 된 답변이 오기는커녕, 수업이 체계가 없어 한국학 강좌가 없어지거나 다른 중국어나 일어에 비해 수준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현지 대학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년으로 계약기간을 짧게 규정했음에도, 현지 대학에서 원할 경우에 한하여 2년을 한 번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다.


이 규정이 생긴 이유는, 한 가지였다.

4년 넘게, 혹은 8년 넘게, 혹은 10년 넘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교수 행세를 외교부의 돈을 받아가며 하고 있다는 현지의 불만과 지적이 뒤를 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규정이 생긴 이후에도 8년이 넘도록, 10년이 넘도록 이 지원사업과 역사를 같이 한 자도 있다는 사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참다못해 재단 홈페이지에 이 점을 지적한 현지의 한 양식 있는 젊은이의 지적에 대해 재단에서 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학 부장이라는 자가 당당하게 답변을 달았다.(이 내용은 현재도 검색하면 확인된다.)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해당 대학에서 원한다고 해서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백의종군의 입장에서 다시 선발절차에 응시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객원교수직을 꿀보직이라며 빌어먹는 자들을 재단이 옹호한다는 사실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도저히 양식 있는 학자로서 눈뜨고 봐줄 수 없어, 관련 자료들과 제보들을 모두 정리하여 해당 재단에 감사실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공공기관의 감사실장을 맡고 있던 여자는 10여 년 전에 문제의 지원사업 한국학 부장으로 불미스러운 일로 내게 지적을 받았던 여자였다. 그 악연을 그녀 역시 확연히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조곤조곤 내가 모은 자료와 근거를 제시했다. 그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당당히 녹취 중인 전화기에 겁도 없이 떠들어댔다. 그만큼 그녀와 그 뒷배인 재단은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내가 오히려 사정하듯 마지막으로 말했더랬다.


"나는 이 일로 누군가가 다치거나 그간 쌓아온 경력이나 인사고과의 피해를 받길 원하지 않습니다. 외부에 알려 일이 더 커져 수습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내부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자는 겁니다."


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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