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이야기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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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벌벌 떨고 있었다.
병원 문을 열고 허겁지겁 응급실부터 찾아간 수은은 제대로 눈도 뜨지 못했다. 연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말을 계속 주문처럼 되뇌어주었다. 이름을 확인한다고 간호사가 체크하는 동안 응급실 입구에 잠시 앉아 있던 수은은 자꾸 눈물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겨우 수술실로 수은의 엄마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간호사에게 확인하고 돌아온 연미는 멍하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은을 일으켜 세웠다.
짝-
수은이 울음에 뒤범벅되어 패닉 상태로 벌벌 떨고 있는데 그녀의 뺨을 연미가 강하게 후려친 것이었다.
“수은 씨! 정신 차려요!”
수은이 퍼뜩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움츠렸던 어깨가 조금은 풀어지고 연미의 얼굴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동생들도 와 있을 텐데, 수은 씨가 이러면 동생들은 누굴 의지해요? 정신 차려요. 수은 씨가 언니잖아! 얼른 가서 찬물에 세수부터 하고 정신 차리고 와요.”
수은의 손을 이끌고 연미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뺨을 후려친 손이 어찌나 매웠던지 정신이 확 들었다.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억지로 하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세면대를 잡고 거울을 보았다. 젖어있는 머리를 흔들고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얼굴이 보였다. 옆에서 등을 계속 쓰다듬어주는 연미가 확실히 보였다. 연미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굉장히 수척해 있었다.
정신을 가까스로 챙기고 수술실 앞으로 달려갔을 때, 영은과 영준의 모습이 보였다.
“영은아! 영준아!”
“언니!”
“큰누나!”
그제사 자신을 보며 달려드는 동생들을 안고서 보듬었다. 연미의 말 그대로 동생들 앞에서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쓰러지셔?”
“연탄가스가 샜나 봐.”
영준이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눈치챈 수은은 영준도 영은도 함께 실려온 환자라는 걸 깨달았다.
“난 그나마 정신이 금방 들었는데 엄마하고 영준이는 몰랐나 봐. 영준이가 괜찮길래 엄마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엄마가 일어나질 못하잖아. 그래서…”
“괜찮아. 괜찮을 거야.”
울고 있는 동생들을 위로하고 있는데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집도의가 먼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수은의 엄마가 누워 산소호흡기를 단 채로 침대에 밀리듯 실려 나왔다.
“엄마!”
세 남매가 달려가 미끄러져 오는 침대에 매달렸다.
“선생님! 어떤가요? 지금 상태는?”
연미가 막 복도를 빠져나가려던 집도의를 붙잡고 물었다.
“긴급 수술을 했습니다만 경과를 봐야겠습니다. 일단 위기는 넘겼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신이 언제 돌아오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연미의 뒤에 서 있던 수은이 눈물을 꿀꺽 삼키며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꼬집고 있는 것이 보이자 연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가만히 안아 주는 품었다.
“괜찮으실 거예요. 곧 정신 차리실 거예요.”
수은의 엄마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날 정오를 넘어선 시각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못했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엄마의 몸 어느 한 곳도 마비 증세가 없다는 것과 다른 모든 기관들이 정상적이라는 검사 결과를 들었다. 수은은 엄마의 병실의 배정을 받으면서 그제서야 자신의 곁에 계속 함께해주던 연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병실이 배정됐으니까 올라가시면 됩니다. 준비하시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복실에서 병실로 올라가는데, 간호사는 그들을 1인 특별실로 안내했다.
“여긴 1인실이잖아, 언니?”
동생 영은이 누워있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수은에게 물었다. 수은이 특별실을 예약을 한 것인가를 묻는 눈치였다. 수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그럴 정신도 없었거니와 굳이 1인 특별실을 잡을 허세를 부릴 필요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저희들은 잘 모릅니다. 아까 과장님이 직접 지시하신 일이라서요.”
그녀였다.
수은은 그렇게 직감했다. 누군가 엄마를 1인 특별실로 모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밖에 없다고 수은은 생각했다.
“괜찮아요. 엄마. 여기서 지내도…”
엄마와 동생들을 엄마의 곁에 놔두고 과장을 한번 만나보겠다고 생각한 수은을 간호사가 먼저 찾았다.
“환자 보호자 되시죠? 과장님이 오시라는데요.”
“아! 정 수은 씨? 한 선생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어머니 차트는 봤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종합 검진하고 이것저것 검사를 좀 받으시고, 그러면 되겠군요. 한 선생님이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하두 당부를 하셔서… 허허!”
“한… 선생님이요?”
강 연미가 아니었다. 분명히 그는 한 선생님이라고 했다.
과장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한 선생이라는 사람이 이미 모든 병원비 일체를 부담했으니 아무런 걱정할 거 없이 푹 쉬시다가 나가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수은이 한 선생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는 오히려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한 선생님과 어떻게 되는 사이냐고. 그에게 한 선생이 누구냐고 더 묻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냥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갑자기 수은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누구지? 한 선생님은? 설마...?
회사에 전화를 해서 일단은 급한 대로 사정 얘기를 했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전화를 해서 송 팀장을 찾았다. 송 팀장은 예의 그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오늘 나오지 않아도 되니까 오늘은 충분히 정리하고 푹 쉬고 내일부터 나오도록 해요. 그리고 많이 놀랐겠지만 내일부터는 가능한 한 그런 생각들 다 떨쳐버리고 나올 수 있도록 하구요. 어머니, 쾌차하시길 바라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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