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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3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9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85


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9 -



“아니 뭐가 이상한 게 있으세요?”


뭔가 아는 듯 말을 더듬는 남자가 교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 지하수 탱크 위에 올려두었던 마블 대리석이 없어졌어요.”


교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지하수 탱크 위를 가리켰다. 실제로 우물처럼 생겨 뚜껑이 철로 만들어져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뚜껑에는 마치 무언가 정확하게 사각형으로 된 물건을 올려두어 그 물건이 올려둔 지 오래되었는지 그 사각형 외곽만 빗물에 녹이 슬어 정확하게 가운데 사각형 모형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게 뭔데, 없어요?”


늙은 남자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다시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가 한숨을 쉬고 나서 다시 찬찬히 숨을 들이마시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탈리아 성당 같은 곳에 가면 바닥에 마블 대리석으로 모자이크처럼 대리석이 타일처럼 되어 있는 거 아시죠? 신학대 학장이시니까.”


“아! 알죠, 알죠. 그런데요?”


“그 마블 대리석을 이전에 대리석을 수입하는 친구가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다른 별장을 또 구매하게 되면 현관을 예쁘게 꾸미라면서 6장 정도를 선물로 줬어요. 한 장에 몇백은 하는 거라면서 가져다줬어요.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이즈가 가로 x 세로 1미터 이상이나 되고 두께도 코팅이 다 되어 있는 3센티 이상되는 묵직한, 말 그대로 돌 덩어리예요. 어차피 부식되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다른 창고에 두기도 부피도 그렇고 옮기기도 그래서 이 위에 올려뒀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없잖아요.”


“네? 아니, 그게 어딜 가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한 장의 무게만 해도 20킬로는 넘고 타일처럼 되어 있어서 옆으로 넓기 때문에 들기도 까다롭고 무거우니까 그 실어다준 인부들도 이 위에 차곡차곡 쌓아줬던 거예요. 그게 발이 달려서 도망간 것도 아니고 어딜 갑니까?”


“또 어디에 팔아먹은 거 아니에요?”


교수의 아내가 기가 차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말을 더했다.


“설마!”


말을 하면서도 교수가 당황해하는 늙은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에이! 설마 그랬으려고요. 내가 지금 동생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


목사의 친형을 자처한 자칭 신학대 학장인 늙은 남자는 전화를 누르다 말고 교수 부부의 눈치를 보다가 멀찍 정원의 반대쪽으로 걸어가며 냉큼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통화의 내용이 교수 내외에게 들리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무슨 긴밀한 통화를 하는지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던 늙은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정원에 서 있던 교수에게 다가오며 예의 그 비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래. 아니래. 자긴 모르는 일이래. 거기에 무슨 돌이 있었는지도 기억도 나지 않는다네. 자긴 그런 물건 모른다고.”


“아, 그래요? 그럼 도난으로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


교수가 정색을 하고 10여분 기다리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는 대로 전화기를 들어 112를 누르려는데 갑자기 황급히 늙은 남자가 전화기 버튼을 누르려는 교수의 손을 움켜쥐며 막았다.


“아니, 뭘 또 그런 걸 가지고 경찰에 신고를 허셔?”


“아니 몇 백만 원짜리 물건이 그것도 하나에 20킬로그램이 넘는 대리석이 대여섯 장이나 사라졌는데, 그럼 그냥 넘어갑니까? 이거 놓으세요.”


자기 손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손을 떨고 있는 남자에게 교수가 말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요. 동생이 또 생각이 안 날 수도 있는데, 혹시 생각이 다시 나는지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다시 코미디를 찍듯 남자가 전화기를 황급히 누르며 현관문을 열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교수와 아내는 그가 하는 어설픈 코미디의 진의를 이미 파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가 팔아먹었는지 어떻게 했는지를 떠나 목사가 그 돌에 손을 댔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임이 그들의 코미디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번에도 십여분이나 지나도록 무슨 대단한 상의를 하는지 한참이나 있다가 남자가 다시 나왔다.


“하하하하! 그게, 동생이 이제 막 기억이 난 것도 같다네. 그걸 아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동생이 저어기 공터에 가져다가 버렸다는데?”


“뭐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교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서슬 퍼런 외침에 남자가 움찔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게. 남의 물건을 왜 자기 멋대로 버렸는지, 동생 말로는 그 물건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저어기 공터 야산 어디에 가져다가 버렸다는데...”


남자가 내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내뱉으며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정상이 아니야, 정상이. 어떻게 남의 물건을 그것도 고가의 물건을 그따위로 자기 멋대로 가져다 버렸다는 소리를 합니까?”


“그러게 남의 물건을 그러면 안 되는데, 동생이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 사장님이 좀 이해해주셔.”


“이것 보세요! 뭘 이해를 해요? 형님분께서는 자기 집에 전세 사는 사람이 집안에 물건들을 내가 보기에 쓸모가 없어 보인다면서 그냥 마음대로 폐기처분을 합니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지금 내 앞에서 떠들어대는 거예요?”

“아휴! 그러게. 나도 답답하고 중간에서 미치겠네. 왜 남의 물건을 그렇게 손을 댔는지...”


“됐고. 어떻게 할까요? 지금 경찰에 신고해서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으로 접수를 할까요? 물건을 다시 찾아다가 내 앞에 지금 가져다 놓을래요?”


“아니, 어디에 버렸냐니까 저어기 공터 야산에 가져다 버렸다고 정확히 어디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러니까, 남의 물건에 손을 댔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닙니까!”


교수가 흥분해서 언성이 더욱 높아졌다. 남자는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뭔가 수를 생각해내려고 눈치를 살폈다.


“그러면, 그냥 일부만 해서 백만 원 정도만 더 드리는 걸로 어떻게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


“장난합니까? 그게 한 장에 얼마 짜린데? 모두 다 없애버려 놓고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교수의 일갈이 거의 정원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일갈에 놀라 남자가 움찔하며 어깨를 들썩해 보였다.


“아니, 사장님, 아니 저어, 교수님.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지금 없어진 물건을 가지고 어쩌겠어요. 내가 생각해도 남의 물건을 허락도 받지 않고 가져다 버린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상밖에 없는데... 동생은 잘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하고...”


“후우! 이것 보세요. 대여섯 장의 대리석을 한 장씩이라도 옮기려면 여기 살았던 사람 중에 장정이라고는 동생분밖에 없어요. 그러면 혼자서 그 대리석을 한 장씩만 옮겨도 차를 세워두고 20여킬로나 되는 돌을 옮겼다는 거예요. 그렇게 정말로 옮겼다면 그냥 바람에 날려간 것도 아니고 일부러 가져간 건데, 기억이 안나는 일이라구요? 게다가 한 장에 백만 원이 넘는 돌을 지금 대여섯 장이 없어졌는데 백만 원만 받고 없던 일로 하자구요?”


분노에 얼굴까지 벌개진 교수가 이를 악물고 차근차근 설명하며 남자를 몰아세웠다.


“그게, 죄송한데, 그렇게까지 돈이 없어가지구....”


“아니, 돈도 없다면서 왜 남의 고가품을 지멋대로 처분해버리냐구요! 그 사람이 어디에 가져다가 팔아먹었는지, 아니면 모자이크 식이니까 또 그걸 뜯어서 손상시킨 김에 배상이 문제 될 것 같으니까 증거를 인멸하려고 그따위 짓을 한 것인지 누가 알아요? 안 그래요?”


교수의 지적에 남자가 점점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며 뭔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을 더듬거리며 계속해서 그 자리에 없는 목사의 핑계를 댔다.


“아니, 동생이 곧 돌아온다니까, 내가 그러면 어떻게 할지 도대체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 들을 테니까, 이삿짐센터도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조금 이 근처 어디 카페라도 가 계셔. 그럼 내가 이삿짐센터에서 오고, 동생도 와서 자초지종을 다 묻고 나서 전화드릴 테니까, 그때 다시 오셔서 이야기 나누시자고. 예?”


남자가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빤한 의도를 보였다.


“좋습니다. 어차피 이사를 해야 하니까 근처 카페에 가 있을 테니까 확인되는 대로 이삿짐도 다 정리되는 대로 바로 연락 주세요.”


교수가 화를 삭이지 못하고 남자의 얼굴을 보이지도 않고 홱 돌아서서 집을 나섰다. 막 차에 타서 집을 내려가는데 아래쪽에서 목사의 차가 슬금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차를 세워서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욕지거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속을 꾹 억누르고 차를 카페로 돌려 그들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남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 된 7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예. 준비가 다 되었으니까 오시면 되겠네요.”


남자는 가볍고 신이라도 난 사람처럼 가볍고 흔쾌하게 말했다.


카페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난 교수 내외와 교수의 어머니, 이렇게 세 사람은 다시 차를 타고 집을 향했다. 4월 초이긴 했지만, 전원주택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라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저녁 공기가 제법 찼다. 정원을 막 올라서는데, 현관에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시 집안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늙은 남자가 교수 내외를 다시 정원의 한켠 정자가 있는 쪽으로 몰고 갔다.


“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교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단 내가 죄송한 말씀 올리고...”


남자가 다시 예의 그 비굴한 웃음과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아니 사과는 지금... 제가 오늘 추 웅기 목사에게 별도로 받을 거예요.”


“뭘 어떻게 햐. 그냥 까구서 주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왜냐면 사장님의 소중한 물건을...”


“인정을 하긴 해요, 본인이?”


교수가 핵심을 짚으며 다시 물었다.


“으으응. 인정을 하더라구, 본인이. 그래서 내가 그랬어, 남의 소중한 물건을 그렇게 없앴으면...”


“그래서 변상을 어떻게 하겠다구요!”


이제 교수도 핵심만 짚었다. 결국 늙은 남자의 관심사는 언제나 금액이라는 점을 오전 내내 실랑이를 하며 서로 알고 있다는 일침이었다.


“아니, 그게 얼마나 비싼 건지 저는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러니까 돈 말고 물건을 가지고 오라고 하세요.”


“그게 그러니까, 지금 자기가 도저히 어디에 가져다 버렸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야산을 다 뒤질 수도 없고...”


“정말 가지가지하네. 그게 말이 되는 변명입니까? 됐고. 제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작은 것 모자이크 마블 대리석까지 합쳐서 여섯 장인데, 1미터 이상되는 큰 것만 총 4개이었어요.”


“아, 예.”


교수의 입에서 구체적인 금액이 나올 듯 하니 남자의 눈이 반짝거리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 장에 백만 원이 넘는다고 하니까, 그럼 최소한으로 해주더라도 작은 것들까지 계산해서 넣으면 500만 원 까면 되겠네요?”

“그러면 우리한테 얼마가 더 들어와야 되는 거야? 까면?”


교수는 아까 카페에서 아내와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곤 아내를 쳐다봤다.


‘그들은 아직 보증금이 입증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보여온 그들의 인성을 보건대, 만약 아까 오전에 이야기 나눴던 배상금 800만 원을 제외한 전세 보증금을 이미 모두 송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들의 태도를 완전히 안면 몰 수식이었을 거라는 게 교수의 정리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말을 통해 그 추정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보증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안다면 자신들에게 줄 돈에서 얼마를 더 떼어야 하냐는 식의 질문을 던질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교수의 아내는 그 점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만약 이제까지 보여왔던 인성을 보인 자들이라면, 보증금이 다 들어갔다는 것을 아는 시점에서 마블 대리석에 대한 배상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말했던 것이었다.


교수 역시 아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핸드폰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녹취 중이었고, 고가의 마블 대리석을 제멋대로 처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을 일단 녹취에 담는다면 나중에 그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배상을 거부할 때 충분한 증거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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