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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12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8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84


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8 -



교수 내외와 그의 어머니를 정원에 두고 들어갔던 늙은 목사는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오며 특유의 썩은 미소를 세 사람에게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나두 서울대 피아노학과 나와가지고 서울대 기독학생회장도 했어. 어머니 돈을 건물 두 개를 20억 해가지고 동탄에다가 목회를 했는데 하다가 이제 그만 실수를 하는 바람에. 그 삼성에 박사들 다 나왔는데, 다 그냥 다 저기 다 문을 닫았어요. 우리 사장님 보니까 우리 박 목사 생각나네. 서울대 음대. 응. 그래서 해서.”


서울대에 피아노학과 따윈 없다고 머리 아픈 헛소리를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의 허튼소리에 일일이 대꾸할 상황도 아니라고 교수는 생각하고 그의 결론을 기다렸다.


“네.”


“인제 내가 알아듣기 쉽게 얘기를 했어. 인생이라는 건 이렇게 따져서 되는 게 아니다. 사장님하고 다 얘기를 했으니까 원래 천만 원 달라고 그러셨는데 나는 700만 원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여자들은 돈 백만 원 오십만 원 가지고 바들바들 떨고 그렇잖아. 그건 알지. 그래서 이럴 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녀. 그거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니까 800만 원 드리는 걸로 해서 모든 걸 써가지고 2억 8천 2백. 맞지? 2억 9천이었다며?”


“네.”


“2억 8천2백을 우리 동생한테 넣어주라고. 응?”


“짐을 빼야 돈을 넣죠.”


“당연하지, 그거야. 그래서. 하하하! 당연히 짐을 빼야 주지 그럼 뭐. 이사도 안 간 사람을 돈을 줘? 걱정하지 마, 그거는.”


“아니, 이리 와 보세요.”


교수가 이제 모든 협상이 끝났다고 마음을 놓고 너털웃음을 터는 늙은 목사를 데리고 뒤쪽 보일러실의 문 쪽으로 갔다.


“이거 보세요. 이게 우리가 샷시랑 문을 다 새로 한 거예요. 그런데 이게 문이”


“핀트가 안 맞지?”


이미 뭔가 아는 사람처럼 늙은 목사가 먼저 선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이게 지금 안에 들어와서 닫아보세요. 안 닫혀요.”


“이게 원래 집은 관리 안 하면 다 이렇게 망가지고 그래요.”


“아니, 이것도 보세요. 안에 황토방 있잖아요. 거기 바닥에 옛날 방식으로 깔라고 전주에서 전통 한지를 보내줘서 이걸 받아뒀어요. 집에 그래도 놔뒀다고요.”


“응.”


“그런데 무슨 돗자리나 일회용 깔게 종이처럼 다 찢어서 써버리고 다 쓰고 이렇게 내던져놨어요.”


전체 롤로 두꺼워져 있던 전주한지는 손톱정도만 남아 보일러실 한켠에 나뒹굴고 있었다.


“아이, 그거 뭐 어떻게 해. 나하고 좀 친구 하자고. 잉? 사모님도 잉? 에이구. 이렇게 그냥 많이 배우신 분들이. 저기하고 내가 지금 차 불러서 다 실으라고 할 테니까 이사 가는 거 짐 내놓는 거 보고서 이렇게 진행하시고. 또 나라는 형이 와서 이렇게 한 게 또 얼마나 감사햐. 잉? 어머니 그렇잖아요. 또 형이라는 사람이 와서 이렇게 해결됐사오니 얼마나 좋아.”


“맞아 맞아.


늙은 목사의 간청 어린 추임새에 교수의 어머니는 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들인지 사위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그렇게 하시자구.”


은행에서 전화가 와서 교수가 전화를 받는 사이 유일하게 자신의 너스레를 받아주는 교수의 어머니를 잡고 늙은 목사는 굳히기에 들어갔다. 뭔가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나가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이 큰 마음이 느껴졌다. 언제나 돈이란 완전히 내 지갑 안으로 들어와야 내 돈이라는 사실을 아는 늙은 목사의 신념이 작용한 터였다.


“아니,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관리 안 하면 금세 망가져버리는 거예요.”


어차피 한번 약속한 것이니 더 이상 그와 쓸데없는 실랑이나 하소연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교수가 아내를 달래고는 남자에게 말했다.


“저희 그러면 은행에 갈 테니까 어차피 이사하시고 확인 다 하고 받을 거 받고 해야 하니까 저희 지금 저 시내에 있는 곳까지 가서 저희 다녀올 테니까 오늘 안에 빼시겠다는 거죠?”


“아니, 그러니까 차는 보냈지만 다시 불러서...”


“그러니까 걔들 오늘 어차피 공쳤으니까 바로 전화하면 올 거란 말이에요.”


“그럼 그럼. 어차피 짐 실어야 돈 줄 거 아녀? 어차피 내가 들어가서 바로 그 작업할 테니까 잉? 그렇게 확인하시고 돈 넣어주시면 된다고.”


“네. 그리고 아까 그렇게 얘기 나눈 거 또 하나 써서 저희한테 주세요.”


“어떤 거?”


“그렇게 합의된 거. 영수증을 받아야 할 거 아니에요, 800 빼고 주기로 한 걸.”


교수의 정확한 요구에 남자가 무슨 꿍꿍이인지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이 그거 뭐. 그냥 빼고 주면 그만인 거지 뭘. 그게 무슨 놈의 영수증이 필요해?”


“아니 저희도 어차피 당사자도 아닌 형님분이랑 얘기한 거잖아요.”


“아니 그게 뭐냐 하면...”


“아니. 우리 형님분이랑은 정상적으로 합의한 게 맞아. 그런데 저 목사라는 동생분이 나중에 ‘우리 형이 교수님과 계약했소? 내가 했지?’ 이러고 틀고 나오면 저희만 완전.”


“아니 저희가 너무 저 분한테 데어서요.”


교수의 아내도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에 대해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들어가서 동생하고 제수씨 있는 데서 다 얘기를 했어.”


“저분은 겁이 안 난대요? 저희가 이런 약속 다 안 써줘도?”


“잉? 그런 건 다 그냥 일소하고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니까 돈만 그거 넣어주면 그게 계약서여.”


“자아, 그럼 정리를 해볼게요.”


“잉.”


“2억 9천인데, 형님이 지금 동생분 있는 집안에 들어가셔서 말씀을 하셔 가지고.”


이미 핸드폰의 녹음 버튼이 계속 켜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정확하게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물었다.


“800”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혹시라도 800만 원에서 다시 변동이 있을까 싶었는지


“보수비용으로 800만 원 빼고 2억 8천2백을 오늘 중으로 이삿짐 다 빼고 점검하고 송금하는 걸로 한다.”


“그렇지, 맞아요. 그러기로 한 거니까, 나는 지금 들어가서 갔던 차 오라고 할게요. 아무 차라도 불러서 해야지.”


“무슨 아무 차예요. 지금 막 갔다며 오늘 약속했던 그 차 부르면 바로 오는 거지. 몇 시쯤 작업이 되겠어요?”


“몇 시쯤? 가만있어봐. 그거 전화번호를 주시면”


“내가 찍어드릴 테니까 차 오는 대로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자아, 형님분 연락처 주세요.”


“응. 010-635.... 그거 샌딩 좀 해주쇼. 이 번호로 드릴 테니까.”


“저희 은행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바로 연락 주세요.”


“예예.”


은행으로 가겠다고 차에 다시 돌아와 모두 차에 타는데 교수의 어머니가 비밀을 알려주듯 넌지시 교수에게 말했다.


“내가 아까 화장실 좀 쓰겠다고 들어갔더니 개도 그렇고 짐을 모두 다 뺐더라. 그 집에 지금 옮길 짐이 하나도 없어.”


“미리 이사를 다 한 거네요.”


상황이 짐작 간다는 듯 교수가 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그래 놓고 보증금 때문에 사람이 안 가고 지키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그들은 한 고비를 넘기고 시내의 은행으로 보증금을 보내주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은 그것으로 그 날의 난리가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었다고 착각했다. 카오스의 시작은 그때부터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시내로 나온 교수 내외는 연로하신 교수의 어머니를 모시고 늦은 점심부터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교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약속을 했으니까 돈을 부쳐주지?”


“네? 바로요? 뭐하러 바로 부쳐줘요?”


교수의 아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차피 짐도 없는데 연극한 거라면 우리가 돈 부치고 다시 돌아갈 즈음이면 다 되어 있을 텐데, 굳이 현금을 인출해서 들고 가서 거기서 주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을까?”


“으음.”


남편의 말에도 일리가 없진 않았다. 어차피 상황에 대해서는 핸드폰으로 모두 녹취를 했고, 아침부터 서울에서 달려와 내내 집안에 들어가서 편하게 앉아 있지도 못하고 집에서 내쫓긴 사람들처럼 자기 집 정원에서 봄날의 쌀쌀한 기운을 맞으며 점심이 훌쩍 지나도록 실랑이를 하면서 진이 다 빠진 상태에 더 싸우고 자시고 으르렁 거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해요, 그럼. 어머님도 시장하실 텐데 얼른 입금하고 식사라도 하러 가요.”


“그렇게 하지.”


그렇게 식당을 찾아 들어간 교수 내외는 바로 약속된 배상금 800만 원을 제외한 보증금 전체를 목사의 아내 명의로 된 계좌에 송금하였다. 그때가 오후 1시 50분이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짐이 얼마 없기 때문에 바로 와서 나머지 짐들을 챙기고 그냥 가버릴까 싶어 마지막 체크는 같이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교수 내외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이 3시경이었다. 1시가 조금 넘어서 집에서 나서며 아침에 보냈던 이삿짐센터를 다시 부른다고 했으니 얼추 이사를 막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서둘러 운전하며 집 쪽으로 들어서는데 바로 보여야 할 5톤 이삿짐 트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짐이 하나도 없어 그냥 몸만 가면 되는 정도였나?”


교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집 차고 옆쪽으로 세우는데 주차장의 전동문이 열려 있었다. 오전에 차고 안에 세워져 있던 목사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막 다시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오는 교수 내외의 모습을 보며 대머리의 늙은 남자가 황급히 뛰어나오며 그들을 맞았다.


“뭐죠? 왜 이사를 안 합니까?”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에게 던지듯 물었다.


“아니, 그게...”


남자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다시 교수 내외를 현관에서 멀리 떨어진 정원의 한 켠으로 밀 듯이 데리고 갔다.


“그 사람들이 다른 이사를 하고 오느라고 시간이 걸린대요.”


“그게 말이 됩니까? 오늘 취소했다면서요? 그리고 그 사람들 돈 줘서 보냈다면서요. 오후 이 시간이면 벌써 끝낸 팀도 있을 텐데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차마 교수는 이미 보증금을 다 보냈다는 말을 덧붙여 강조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송금을 확인하고 그들이 여유롭게 딴청을 피우며 또 사람의 진을 빼는 것이라는 생각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금방 온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뭐 얘기 다 끝났는데 그렇게 서두르셔...”


“아니, 아침부터 와서 밥도 못 먹고 당장 짐 뺀다고 돈 부쳐달라고 해서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온 건데,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안 그래요?”


“맞아요. 우리가 잘못한 건 맞는데, 어떻게 해요, 일이 이렇게 된 걸...”


남자는 특유의 충청도 말씨를 쭉쭉 늘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으음. 그럼 집안의 상태를 좀 봐야겠는데요.”


“아이. 지금 그러실 필요 없잖아요. 동생이 잠깐 일 보러 나갔는데 또 들어와 계시면 지랄하고 난리를 칠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아!”


교수가 그의 설명에 어이없는 표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정말로 기가 막힌 순간의 우연이 벌어졌다. 교수의 눈에 정원 지하수 탱크의 뚜껑 위에 놓여 있던 마블 대리석이 없어진 것이 보였던 것이다.


“어? 이거 어디 갔어?”


교수의 말에 건들거리며 서서 실룩거리고 웃음을 띄우던 남자가 긴장하며 교수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았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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