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7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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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계약서에 나와 있던 아내의 전화번호 찌르는 전화를 던졌던 그의 번호를 알고 있다는 제스처로 푹 찔렀던 것이었다. 교수는 그의 반응에 피식 웃어 보이며 남자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저는 다른 거 다 차치하고, 엊그제부터 상의하겠다고 전화를 했는데 이 목사가 전화를 안 받아요. 부인 전화로 집사람이 다시 전화를 해도 전화를 안 받아요. 제가 원래는 해외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를 못했어요. 아마 동생분은 그걸 노리고 그랬던가 봐요. 그런데 내가 마침 안 나가서 이 망정이지 제가 해외에 있었더라면 이 사정들도 모르고 이런 상황을 누가 알아차리고 누가 수습합니까?”
“그러게 말이야.”
“근데 거기다 대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손해는 손해대로 다 보고.”
“그러게 코로나 때문에 나와계시니 망정이지.”
남자는 정말로 뭘 알고서 맞장구를 치나 싶을 정도로 그저 마냥 교수의 말이 맞다고 리액션을 보였다.
“그렇게 다 해놓고 뻔뻔하게. 모든 전세 세입자들은 계약만료일에 이사를 하면서 집 상하게 한 건 없는지 체크하고 다 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잖아요. 그걸 법적으로 동시이행이라고 하죠. 일반인들이라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에요, 맞죠?”
“당연하지, 그거야.”
“그런데 아침 8시에 카톡 띡 넣어서 ‘이사 시작했습니다. 돈 넣어주세요.’ 이게 뭐하는 짓이랍니까?”
“......”
이번엔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는지 남자가 입맛을 다시듯 쩝쩝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이제 갓 스물 넘긴 신혼부부라고 해도 제가 어이가 없다고 할 거예요. 이게 뭡니까? 그래 놓고 지금 자기네 이사를 못하게 되었다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전날까지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전화를 걸어도 전화도 안 받아.”
“아니 나는 그래서 사람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 건데 그래서 나는 사장님이 무슨 공탁을 거니 뭐니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이렇게 연락을 안 받으면 그럴 수밖에 없으니... 연락받으라고.”
“뭔가 딴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 나는. 그래서 나는 이사 거의 포기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간의 대화를 다 보셨다면서요. 그 카톡을 보더라도 제가 그렇게 썼잖아요. 이렇게까지 안 하고....”
“그동안에 이제 제가 보니까 감정이 나게 두 양반이 됐었어요.”
“그런데 그 카톡을 보세요. 제가 감정적으로 응대를 했더냐구요?”
“감정적으로 한 건 전혀 아니셨지. 그거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였지.”
“‘이렇게 하면 목사님에게도 안 좋고 저희에게도 안 좋으니 순리대로 하시지요.’ 이렇게 써서 보냈잖아요. 내가 누구를 가르칠 입장도 아니지만 ‘이만저만 하니 그러지 맙시다.’라고까지 얘기를 했으면 이따위로 굴어서 자기가 얼마나 손해 볼 지를 알면, 이 뭐 불섶에 뛰어드는 부나방도 아니고.”
“이게 또 이렇게 하면 새로 사는 사람이,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와서 살면은 또 집은 만지기 나름이여.”
“어쨌든 그러려면 우리가 최소한 한 달은 공사를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예. 예.”
“이거 다 하려면 일주일, 하루에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아까 얘기하면서 정자를 보니까 저기 저 위에 불로 지져진 거 보이세요?”
교수가 정자의 한편에 정자 지붕 쪽의 나무가 불길에 탄 것처럼 검게 지저진 모양새를 지적하자 남자가 마지못해 사실을 인정했다.
“에? 저기 어디요? 아! 저 검게 탔네.”
“저게 뭐에 저렇게 불로 지져졌을까요? 아니 어떻게 저걸 저렇게 만듭니까? 밑에서 제대로 불도 다루지 못하면서 바비큐 한다고 해서 불길이 위로 치솟아서 일부러 공사해서 나뭇결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걸 다 그을려놓으면.”
“에헤헤! 그랬구만!”
남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들킨 사람처럼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집주인이 마음이 좋겠습니까? 이거 어떻게 합니까? 내가 헌 집을 준 것도 아니고. 이렇게 손상시켜 놓은 거 자진해서 어느 하나 미리 말한 거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해 놓고는 일언반구 얘기도 없었어요.”
“......”
“그런데 저는 더 걱정인 게 천만 원을 미니멈으로 책정을 하고 온 거예요. 저 사람이 이사를 나가기 전에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냥 천만 원 선에서 끝내고 우리가 조금 손해 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도 겁나는 게 이제까지 거짓말한 걸 보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거 우리한테 얘기도 하지 않고 고장 내놓거나 저 사람이 가고 난 다음에 뭔가 덜컥 문제가 나오면 우린 정말로... 거 작정하고 속이면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잡아냅니까?”
“그건 이제 내가 사장님 내외분 그리고 어머니까지 만나서 이렇게 얘기했으니까 내가 아니까 그거는 모든 일이 그래요, 뭐든지 아웅다웅할 때 문제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요 또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교인이 한 1,2천 명 되었던 모양이지 장모님이 그러더래, 자네 이리 좀 와서 앉아보라고 그러잖아요 교회도 좀 크면 으스대고 그럴 수도 있잖아요”
남자가 시골 변두리 목사의 엉뚱한 연설처럼 또 전혀 관계없는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
“그러니까 어르신이 살아본 사람이 조심시키는 거야. 자네 그거 아무것도 아니네. 그거요, 교인이 만 명이면 뭐할 거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때로는 억울한 일도 당해요 그래도 그거 삭히고 그러고 살아야 하는 거예요.”
“저희 그러면 2억 8천에 합의해 드릴 테니까 동생분한테 제대로 사과하라고 얘기하시죠.”
천만 원으로 합의를 해주겠다는 교수의 제안에 남자가 다시 정색을 하며 말을 돌렸다.
“저기 이렇게 허셔. 나는 지금 내가 이 상황을 다는 몰라도 내가 어느 정도는 알거든요.”
“네.”
“그래서 내가 사장님 얘기도 듣고 그랬으니까 내가 이렇게 할게. 원래 내가 500도, 내가 진짜 생각을 헌 거야. 원래는 응? 내가 이렇게 된 상황에 사장님 만나보면 어휴 이걸 어떻게 그냥 넘어가냐? 말로 되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동생 보고 ‘한 500만 원은 해드려라’ 그러고 저 사람이 어떻게 나오든지... 아마 내 말을 들을 거야. 그렇게 할 텐데 사장님이 자꾸 그러니까 이렇게 허셔. 내가 동생한테 가서 얘기해서 백만 원 더 쓰라고 할게. 그러니까 그 돈 가지고 이러지 마. 내 600만 원 드리라고 할게. 그렇게 할 테니까 그냥...”
끝까지 남자는 흥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갖가지 테크닉을 모두 발휘하며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듯했다.
“아니, 집사람이 지금 동생분 때문에 그런 것도 그렇고 제가 그럼 마지막으로 5600만 원 손해 배상하기로 한 거, 그냥 청구해서 받아도 돼요. 그런데 이렇게 형님이 사정을 하시고 얘기하시니까 저희가 천만 원에서 이렇게까지 저하고 장시간 밖에서 얘기하셨으니까 천만 원에서 200을 감해드리고 800에 저희가 그냥 사과받고 끝낼게요.”
교수가 천만 원에서 200만 원을 감해준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하자, 옆에서 교수의 아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기세로 남편을 보았다. 교수가 한 손을 들어 괜찮다고 제지하는 표시를 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교수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내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아니, 잠깐만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이게 돈이라는 게 이럴 때는 돈 일, 이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해요, 통상.”
“네.”
“그러니까 내가 700만 원 해드릴게.”
“아니, 이게 흥정할 게 아니잖아요.”
교수가 남자의 흥정하는 듯한 태도에 마지막 제안이 무시당한 것 같아 화를 버럭 냈다.
“아니, 나는 500만 원을 이 잔디도 그렇고 사장님이 마음이 상했으니까”
“아니, 이게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집수리에 돈을 써야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동생한테 가서 추슬러서 고소니 뭐니 내가 다 저거 하라고 하고.”
“아니, 하라니까요?”
“500만 원, 아이 그럴 거 없어요. 그리고 이게 뭐든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녀. 괜히 아웅다웅할 때 젊은 사람들이 그럴 뿐이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녀. 그러니까 내가 동생한테 가서 얘가 또 말을 제대로 들을런지도 몰라. 내 말은 들어야지, 지가. 그러니까 내가 그냥 700만 원 드리라고 할 테니까 그냥 어머니하고 왔는데 어르신도 또 손보시고 그래서 좋은 손님 만나서 또 이렇게.”
“사장님 말 들어. 왜냐하면 둘이 붙여놔야 안돼.”
교수의 어머니가 중간에서 빨리 이 지겨운 싸움을 원만하게 끝내자는 심정으로 물색없이 700만 원에 합의해주라는 듯 말을 던졌다. 늙은 목사는 자신의 능수능란한 작전이 먹혀간다고 확신했다.
“그럼. 그래야지. 알겠지?”
그러나 그가 조금씩 쌓아왔던 기대의 도미노는 교수의 아내가 툭 치고 와르르 무너뜨렸다.
“아니요. 그렇게는 도저히 안돼요.”
“자아, 내가 얘기하고 올게.”
얼른 확정 지은 것으로 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늙은 목사가 움직이려는데 그 앞을 교수의 아내가 단호한 표정으로 막으며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못 박았다.
“아니요. 800이 아니면 안돼요. 저희가 지금 부쳐드릴 수 있는 게 800을 빼고서가 아니고서는 안돼요.”
그 말을 하는 순간, 현관 쪽에서 목사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기어 나오고 있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황급해진 얼굴로 늙은 목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그럼 말을 해볼게요. 동생 들어가.”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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