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6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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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렇게 하고서 일체 뭐 예배니 보상이니 뭐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걸로. 그런 얘기는 다 지나간 걸로. 그런 얘기 해봐야 우리가 시간만 소모하고 나가서 일하는 게 나아. 엉? 그러니까...”
남자는 진작에 얘기하고 싶었던 자기의 속내를 한꺼번에 끄집어내고 말았다. 남자는 교수가 자신의 연기에 맞장구를 쳐준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교수가 정색한 표정으로 그의 몽상을 깨부숴버리고 말았다.
“아니요. 저는 소장 하나 접수하면 그만인데요?”
“에?”
남자가 갑작스럽게 당황한 얼굴로 교수의 정색한 얼굴을 보고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내용증명 한 장이면 돼요.”
“그런 얘기 하지 말고.”
“5600짜리인데 제가 돈 바라는 사람이면 이 사람이랑 굳이 돈 때문에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어요.”
교수의 말은 단호하고 명료했다.
“에이, 그러구 우리 동생이 어쩌구저쩌구 썼다는 거 그런 거 이 시간 이후로는 눈곱만치도 , 아니, 저 동생이 돈을 많이 가져다가 내버리기는 했어. 그래서 내가 그랬어. 이 사람아! 왜 돈을 내버리고 그래. 그게 무슨 소용 있어? 그랬더니 나중에 주인한테 받아내면 된대. 이 사람아! 그게 무슨 법적으로 그런 게 소용이 있어? 아침에도 그래요. 저기 140만 원 다 준대. 사진 찍어놓고. 그래서 내가 반대했어. 그게 무슨 놈의 법하고 관계되느냐고. 빨리 보내라고. 엉? 그래서 내가 보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법이니 뭐니 우리 사장님도 나만큼 나이는 안 먹었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신 분이고...”
남자의 말에 의하면 목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이 법에 능숙한 사람이고 이런 식으로 증거를 만들어서 모두 손해라고 해서 손해배상을 뒤집어 씌우면 다 받아내고도 더 받아낼 수 있다고 자기는 그런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자랑까지 했다고 말했다. 목사는 교수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이 이제까지 다뤘던 사람들을 억누르듯이 자신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 가장 큰 오만이고 실수의 첫 단추였다. 교수가 그가 뭐라고 하든 개의하지 않고 말을 다시 이었다.
“저희가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폭이...”
남자가 귀를 쫑긋하며 눈이 빛났다.
“잉? 말씀해보셔.”
“천이었어요.”
“아니 그렇게는 어려워요.”
남자가 마치 흥정꾼처럼 손사래를 치며 다시 황당한 표정을 짓자, 교수의 아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에게 말했다.
“아니, 그런데 500으로 뭘 어디를 고치라는 거예요? 고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잖아요.”
“아니 왜냐면 내 얘기가 돈이 500이라서 500인 게 아니고... 그게, 나도 마음이 아파요. 왜냐면 나도...”
남자가 횡설수설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저희가 이제 들여야 하는 돈은 3천이나 된단 말이에요.”
남자가 다시 마음을 다잡은 듯 장황한 이야기의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고향에 우리 팔십 먹은 선배분이 서른여섯에 큰 집을 샀어요. 내가 가서 밥 먹으면서, 동생 내가 이거 서른여섯에 우리 중에 제일 먼저 집을 장만했네. 그랬던 사람이에요. 그랬는데 이렇게 멋진 전원주택을 장만했을 때 얼마나 고생해서 장만을 하셨것어. 그래서 이렇게 상대방을 만나니까 소나무 지멋대로 자르고 그런 거 보고 얘기 들으니까 내 마음이 찡한 거여. 그래서 이거는 그냥 저기할 수는 없겠구나. 원래는 나두 몰랐어요. 아니 어린 딸 둘 데리고 살았는데 뭘 그렇게 망가뜨렸것느냐구. 아니 그렇잖아요?”
“저희가 지금 보증금 맞춰서 주식에서 손해 보면서까지 오늘 가지고 오느라 수리할 돈도 지금 상황에선 여유가 없어요.”
교수의 아내가 속상한 얼굴로 남자의 말을 맞받아쳤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도 밀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니, 주식을 몇 천을 손해 보면서 이 날짜에 맞춰서 그대로 준다고. 오죽하면 제가 4월 말경으로 조금 날짜를 미루면 안 되냐고 양해까지 구해봤어요. 고 몇 주만에 몇 천이 손해가 왔다 갔다 하니까. 그랬더니 안된대요. 그래서 우리 5천 손해보고 이틀 전에 다 빼서 왔어요. 날짜 맞춰달라고 해서.”
“에휴. 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니 그거를 조금 조절을 할 수 있는 건데. 왜, 그랬대?”
남자는 이제 아무런 말이나 막 내뱉으며 맞장구도 아닌 동조를 뱉어냈다. 당시 상황이 생각났는지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너무 어렵게 조심스럽게 상의를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이제까지 우리는 봐준 게 많대요. 그래서 나는 뭘 그렇게 나를 봐줬는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그래 그럼 우리 할 도리는 하자. 그래서 손해를 보더라도 빼왔어요. 그러면 우리 이제 수리해야 하잖아요. 우리가 빚내 가지고 수리를 할 수는 없잖아요.”
“에휴. 웬일이야!”
“아니 집을 체크하러 중간에 아내가 왔었는데, 같은 형제분이시라니까 같은 부모님이시겠죠? 2층에 목사네 부모님들이 살고 계시더래요., 집사람이 중간에 왔을 때. 잠깐 와서 사셨나 봐요. 그럴 수 있어요. 애기도 어리고 여기서 둘째가 태어나고 그랬다니까. 그러면 그것도 지금 형님분 말씀처럼 양해를 구해서 산바라지 하고 부모님도 오셨고 예배는 예배대로 또 좀 드렸다. 그러면 될 걸, 집사람이랑 어머니가 오셨는데 잠깐 놀러 오셨다가 여기 목욕하러 가셨다고 그런데, 요 집 앞에 갈빗집이 있어요, 골프 치는 사람이 와서 먹는 맛집이. 여기까지 왔는데 집사람이랑 어머니가 시장해서 식사를 하러 거기를 갔대요. 동생분 부인하고 모친 되시는 분하고 앉아서 식사를 하고 계시더라는 거예요. ‘어? 목욕하러 가셨다더니요?’ 이 거짓말을 하신 동생분이 우리 식구들이 다시 돌아간 줄 알고 그 식당에 모시러 왔더래요. ‘야! 그 사람들 다 갔어.’ 뭐 이러려구. 그런데 앞 테이블에 간 줄 알았던 두 분이 떡 앉아계시니 놀래 가지고. 자기네 식구만 산다고 집 상할 일 없다고 하더니 부모님까지 다 모시고 와서 살면서 말야. ”
교수의 아내가 그날의 한심한 기억이 떠오른 사람처럼 말했다.
“뭐든지 저희가 도저히 이 사람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아니 목사라고 하는 사람이, 목사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라도 이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다니면...”
교수가 따지고 들자 남자가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인지 얼굴을 구기며 말을 우물거렸다.
“저 사람이 성향 때문에 그래, 원래 정직하기는 한 사람인데....”
“아니 거짓말을 잘하는 목사의 성향이 있어요?”
교수가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그에 바로 튀어나온 남자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목사두요. 율법적인 목사가 있고, 나처럼 복음적인 목사가 있고 율법과 복음을 왔다 갔다 하는 목사도 있어요.”
“아니 그럼 저 사람처럼 버젓이 입만 열면 사기를 치는 목사도 있어요?”
남자는 말 한마디 흘리지 않고 궤변을 쏟아내며 변명했다.
“아니, 목사두 믿음이 자라면서 목회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철없는 목사들은 죄도 짓고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래요. 내가 그랬어. 나보다 안수 늦게 받은 사람들은 내가 다 이해한다.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라. 그러면서 내가 이런 목사들한테 조언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우리 동생은 이제 신앙생활은 철저하게 하려고 하지만은 좀 이렇게 율법성이 강해요.”
“율법성이 강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요? 십계명만 보더라도... 십계명은 모든 크리스챤의 공통 아니에요?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은 더군다나?”
“이, 이게 그게 그, 그게 모법이라고는 해도 원래 법이라는 것은요.”
“아니 제가 하나만 여쭤볼게요. 원래 그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짓말을 많이 하면, 목회자들이 그렇게 하면 신도들이 믿고 따릅니까?”
교수가 단순하게 치고 들어가자 남자가 순순히 대답했다.
“안 따르지.”
“제 말이요. 자기 어머니가 여기 절대 사시는 거 아니고 목욕 잠깐 가셨다고. 그런데 식당에서 버젓이 밥 먹다가 마주쳤어요. 그러면 만약에 형님분이나 저 같아도, ‘죄송합니다. 제가 그때를 잠깐 모면하려고 얄팍한 생각에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 그때 정말 죄송했습니다.’라고 마음이 무거워서라도 저 같으면 털겠어요. 예배문제도 내가 기회를 주고 ‘아, 이게 뭡니까?’ 하고 그랬으면 그 기회에, ‘아이 사실은 2년 살면서 제가 신도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만저만해서 이렇게 해서 예배 좀 드렸습니다. 그런데 절대 집을 상하게 하거나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뭐 그렇게 한 것까지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을 해서.’ 그러면 자기가 당당하게 거짓말을 할 거면서 계약서에 5600을 내놓겠다고 특약까지 썼으면. 안 쓰고 말로만 했어도 간이 콩닥거릴 텐데 썼으면 집 상한 거는 제가...”
“하하. 저 사람은요. 저거요. 천지개벽하기 이전에는요. 저 신앙 성향 안 변해요.”
“아니. 내가 저 사람이랑 같이 살 사람이 아니니까 저는 상관없어요.”
“십계명이라는 거는 제가 유럽이나 중동이나 다 다녀왔지마는 홍해를 건너서 구원받은 다음에 받은 게 십계명이여.”
남자는 계속 뭔가 가볍게 농담 식으로 넘긴다고 말하려는 것 같았는데 분위기만 안 좋아질 뿐이었다.
“아니. 얘기가 너무 커졌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론만 얘기하자면, 저희는 5,6천 손해를 보면서까지 내가 한 말을 지켜주겠다. 그래서 오늘에 맞춰서 보증금 딱 준비해왔어요. 그러면 본인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말도 아니고 글로 쓰고 계약서 쓰고 도장까지 찍었으면...”
“그거를 그렇게 급전을 구해서 할 필요가 뭐가 있었어요?”
남자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교수가 버럭 하며 다시 따졌다.
“그래서 아까 내가 말했잖아요. 우리도 4월 말까지만 조금 연기할 수 있겠냐고 양해를 구했었다고. 한 달도 아니고 그 몇 주만이라도 미루자고.”
“그런데 그런 얘기는 나한테 안 했는데...”
“저희는 집 이사 다 했는데 보증금을 주인이 못주겠다고 해서 소송까지 하느라고 돈을 못 받은 경험도 있어요.”
지난 억울한 경험에 울컥했는지 교수의 아내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람이 아무리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자기 입으로 목회자라고 하고 다니면서 이건 해도 해도 조금 심한 것 같다. 이번에 서로 쓴 거 보셨다니까 아시겠지만 제가 솔직하게 얘기를 했어요. 예배 부분도 당신을 배려하느라고 입도 뻥긋 안 했었는데 법적으로 한다고 당당하게 그쪽에서 이리 나오시니 그래 그럼 법대로 해드릴게. 세상에 저 살면서 저한테 법으로 싸우자는 건방진 사람은 본 적이 없었어요. 왜냐면 내가 그쪽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전문적으로 대응해서 끝을 보는 사람이니까. 근데 이 분이 모르겠어요. 용기가 있으신 분인지 법대로 하재요.”
“그런데 사람은 속된 말로 제멋에 사는 거예요.”
“좋은데 그걸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법적으로 뭔가 이렇게 수순을 밟아서 풀어가겠다고 해서 내가 아침에도 얘기를 했어요. 며칠 전에도 그렇고.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그거는 우리 계약서라는 게 뭡니까? 그거 약속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거예요.”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 있으니까 쓰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목회자 때문에 쓰는 거 아닙니까?”
남자가 마치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친한 척 교수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래서 동생 앞으로 나랑 얘기하려면 그런 얘기는 절대 꺼내지 마.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니까 나하고는 실제적인 얘기 해. 여기 집주인 사장님이 언제 돈 넣어주기로 했으며 언제 오기로 했어? 그랬더니 뭐 어쩌구 저쩌구 오늘 이사하기로 다 얘기를 했대. 그러면서 나중 얘기도 또 하고 그러더라구. 그래서 나는 뭐 공탁이 어쩌구 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그래서 아 내가 사장님을 안 만나봤기 때문에 이거 또 알 수 없는 상황이 또 있는가 보다. 안 만나봤으니까. 그래서 나는 ‘야 이사하기 다 틀렸다, 오늘은. 그냥 여기 살고 그냥 법대로 하든지’ 그러라고 하는데 지금 막 오신 거여. 그래서 나는 너무 반가웠고 또 얘기하면서 나도 이렇게 그래요. 난 우리 형제도. 엊그제도 우리 집안사람 하나 혼냈지만 쉬흔 여덟 먹은 사람이 망하기는 니가 망해놓고 왜 남을 원망하느냐고.”
“형님분 전화번호 마지막 번호가 7962 쓰시죠?”
“나 전화번호? 내 그 번호 아니에요.”
눈치를 보며 그가 누구나 알아채기 쉬운 표정으로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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