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항일투쟁열사기(抗日鬪爭烈士記) - 38

진정한 조사위원회 - 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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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고 예상대로 문부과학성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몰라서 연락을 취했으나 그들의 답변은 어이가 없었다.


“모리모토상입니까? 일전에 전화했던 박동민이라고 합니다.”

“아, 잠시 기다려주세요. 담당자를 바꿔드리겠습니다.”


모리모토는 동민의 목소리를 기억이라도 하듯 화들짝 놀라며 얼른 담당자라는 이를 불러서 연결해 줬다.


“전화 바꿨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냐니?’


묻고 그쪽에서 연락이 오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던 쪽은 자신인데 의외의 질문에 동민이 되물었다.


“일전에 대학 비리에 대해서 제보를 하고 조사를 요청했었는데요.”


전화를 받은 심드렁한 남자는 동민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말씀하신 제보를 토대로 학교 측에 연락을 취했더니 학교 측에서 이미 조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학교 측에서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조사를 나가거나 할 필요성을 현시점에서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내 지우의 예상은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맞았다. 대학 측에서 황급히 연락을 취해 없어졌던 조사위원회를 연 것은 문부과학성에서의 연락이 있어 긴밀히 있었던 것이었고 그것을 빌미로 문부과학성의 조사를 급하게나마 틀어막은 것이었다.


“학교 측에 직접 연락을 취해서 다 알려주면 미리 비리를 감추라고 알려주기라도 할 의도였습니까?”

“아, 비리랄 것도 없고, 학교 측에서 이미 조사위원회도 설립이 되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가 정식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은, 현재 사건에 대한 조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조사를 진행한다는 조사위원회의 잘못된 대처와 부당행위 그리고 협박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것과 함께, 문부과학성의 연구비 횡령 교수의 비리도 제보를 했는데요. 그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문부과학성에서 지급된 연구비가 횡령되었다는 것도 학교 측의 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합니까?”


그때까지 순순히 준비된 말을 이어가며 심드렁하게 대처하던 남자가 말문이 막힌 듯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여, 연구비 횡령이요? 우리 문부과학성에 신청된 연구비인 것입니까?”


문부과학성과 관련이 되지 않은 것이라면 눈을 감고 모른척하고 싶다는 책임회피 국민기질이 발동되는 순간이라는 것을 동민이 놓칠 리 없었다. 이제는 그들의 이런 행태에 신물이 났다.


“그 신고내용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겁니까? 내가 몇 번이나 했고, 지금 녹취도 나에게 있는데요?”

“아, 그게, 그러니까, 저는 그런 보고는 들은 적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 들었으니 어떻게 조치할 계획인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대학 측에서 그렇다고 하면 조사가 끝나거나 하면 그 보고를 직접 받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우리가 대학 측에 연락을 했으면 그걸로 절차가 완료된 거지 무슨 보고를 당신에게까지 해줍니까? 이후에는 대학 측에서 알아서 한다고 보고를 받았으니 박상에는 대학 측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그나마 믿었던 일본 정부의 버젓이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법무성과 문부과학성, 그리고 대학 총장실의 대처를 보면서 동민은 이곳, 일본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상식에 맞게 움직여 줄 아군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다. 그것을 깨닫는 데까지 그는 이제껏 상당히 노력과 눈물을 쏟아야만 했던 것뿐이라는 사실이 변함없을 뿐이었다.


그렇게 1월 18일, 몇 번이나 기습적으로 쳐들어와 익숙해져 버린 총장실 옆의 회의실을 찾았다.


“박상이십니까? 모두들 잠시 회의 중이십니다. 이곳에 들어와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교무과 직원이라는 나이가 지긋한, 키 작은 남자가 동민을 대기실로 안내했다. 비서실의 열린 공간의 소파에 앉는 동민을 보고 있던 비서실장 스가와라는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기둥 뒤로 가서 섰다. 어색한 듯 비서실의 여직원들은 어정쩡한 인사를 동민에게 건네왔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 지금 나를 빼고 새삼 무슨 회의를 합니까?”


동민이 어이없어하며 회의실을 힐끗 보니 황급히 그 안에서 상담실장 오오하타로 보이는 남자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오오하타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확인하고 싶어 치과대학 홈페이지까지 뒤지고 뒤져 그의 얼굴을 사진으로 확인한 적이 있어 그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자아, 그럼 들어오시죠.”


회의실에는 중앙에 나이가 든 여자 변호사와 좌우로 문학부 교수라는 조사위원회 위원들이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자 교수는 낯설었지만 대머리가 약간 벗겨진 남자 교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를 어디서 보았는지 그가 누구인지 기억을 더듬을 여유가 동민에게는 없었다.


“지금부터 부학장이자 이사이신 와키타 의장을 조사위원장으로 한 조사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이 회의의 내용을 모두 녹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들으셨겠죠? 저는 학교 측에 이 건을 위임받은 하야시변호사라고 합니다.”

“저 역시 녹음하겠습니다.”


동민이 녹음기를 만지작거리는 변호사의 말을 들으며 엠피쓰리를 꺼냈다. 이번엔 이전보다 당당하게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아, 그건 안됩니다.”


아줌마라기보다는 할머니라 설명하는 쪽이 훨씬 어울릴만한 배가 툭 튀어나온 나이 든 하야시 변호사가 말을 더듬으며 당황했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또박또박 유창하게 말하는 동민의 당당한 태도에도 놀랐지만 그 역시 이 회의의 내용을 녹음하겠다는 말에 뜨악스러워서였다. 이미 이제까지의 보고를 보았고 부학장 와키타에게도 그렇고 방금 치과 대학교수 오오하타에게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은밀한 부탁을 받은 터였다. 동민에게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부탁이자 주문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동민의 태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그의 변호사로 보내온 세월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안된다니요? 왜 안 된다는 거죠?”


동민의 질문에 딱히 뭐라고 논리적인 질문을 답할 수도 없었다. 당신이 녹음을 하게 되면 증거가 남게 되고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는 상황 아닌가. 그래서 겨우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동민을 얽어매는데 유효했던 그 ‘비밀유지의무’였다.


“일단 이 사안에 대해서 비밀유지의무가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당신이 개인적으로 녹음하는 것은 비밀유지의 의무사안에 저촉되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녹음하고 혹시라도 나중에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 녹음내용을 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녹음한 내용을 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동민의 개인녹음을 저지한 하야시 변호사에게 다시 동민의 공격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비밀유지의무라고 하시고 직업도 변호사라고 하시니,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야시는 자신이 먼저 기선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에도 그렇지만 자신이 먼저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그 상황자체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동민의 발언을 어떻게든 봉쇄해야만 했다. 그래서 최대한 무서운 표정으로 그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여기는, 이 건에 대한 조사 이외에 질문이나 당신의 주장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동민이 그녀에게 밀릴 리 없었다.


“나 역시 다른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비밀유지의무라고 하는데 내가 문제의 중국 여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낸 행위가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나는 이번 한 학기 동안 등교금지조치를 받고 있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 그것이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된다고 판단합니까? 공식적으로 학교의 변호사라고 하시니 그 부분에 대한 법적인 정확한 판단부터 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방금 오오하타에게 들은 자초지종도 그렇고 그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하야시 변호사도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던 터였다. 오오하타 교수가 제발 그것만큼은 문제가 되지 않게 대강 넘기고 이번 건을 큰 도드라짐 없이 해결해 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마지않았던 터인데 실제 조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동민에게 바로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공격받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당혹감은 더욱 컸다.


“나는 대학 총장에게 임명된 이번 건에 한정된 변호사이기 때문에 대학에 불리한 답변은 하기 곤란합니다.”


완곡하게 대답한다고 한다고 적당히 답변하고 했던 것이 자기도 모르게 답변을 회피한다고 말한 꼴이 되어버리고 결과가 되고 말았다. 하야시는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대학 측에 불리하기 때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거죠?”

“아니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그런 정도 상황이면 그것이 학교 측의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오하타 상담실장의 잘못된 권력남용이고 그것이 사토 렌코쿠 씨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사전조사를 통해서 충분히 밝혀져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10명 이상의 변호사를 통해 법률 자문을 받았고 이 지역의 변호사협회에 공식적으로 질문하여 당사자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낸 것이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이미 받은 바 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시고 자아, 그럼 원하시는 회의라는 것을 진행하시죠.”

“자아,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당신이 2007년 대만학회에서 세크하라의 의혹이 있었던 날 만찬회장의 좌석배치에 대해 그림을 그리면서 정확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동민은 새삼스럽게 그들이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전혀 거리낌 없이 종이를 내밀며 하야시가 준비되어 있던 이런저런 사실확인을 형식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좌석배치가 어땠다거나 당시에 누군가 어떤 말을 했던가 하는 따위의, 이 사안을 밝히는 데 있어 진실여부와 상관없는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지만 의미 없는 짓을 하는 것만 같아 동민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하야시를 향해 물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대만에서 내가 엠피쓰리의 작동을 잘못 눌러 만찬회의 서너 시간의 대화 사실이 모두 녹음되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라고 생각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말이 오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녹음이 되어 있는 자료를 공개해 드릴까요?”


하야시 변호사보다 옆에 있던 야마다라는 반대머리의 남자 교수가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서로 얼굴을 보며 싸인을 기다렸지만 동민이 대만 학회의 현장 녹음자료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듯했다.


“일단 녹음자료는 저희가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묻는 질문에만 답해주십시오.”


야마다 교수가 말을 얼버무리고 생각할 시간을 갖고자 했지만 동민이 그것을 모르고 넘어가줄 리 만무했다.


“그렇게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여기서 제 주장을 들을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들으면 되고, 그것이 곤란하다면 왜 당시 함께 방을 썼던 토호쿠 대학의 학생에게는 아무런 질문절차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습니까?”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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