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맥주 기행 – 17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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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맥주의 역사에서 공부했던 바와 같이, 독일에서는 바이에른 공 빌헬름 4세가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을 제정하고 이 법이 통일 이후 독일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보리, 홉, 효모, 물 외에 다른 재료를 넣은 술은 ‘맥주(Bier)’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법령이 폐지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독일의 양조업자들은 전통적인 불문율처럼 이 법령을 지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은 명실공히 맥주의 종주국으로 통하며, 앞에서 살펴봤던 옥토퍼 페스트라는 축제는 매년 열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수많은 재료로 신분에 따라 격이 달라졌던 와인에 비해, 독일의 맥주는 노동자들에게 상류층도 똑같은 맥주를 마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며 본의 아니게 공평성을 술로 선사하였다고 전해진다.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주도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속축제이자 맥주 축제다. 매년 9월 15일 이후에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16~18일간 개최되는데 1810년 바이에른 공국의 초대 대공인 빌헬름 1세의 결혼에 맞추어 5일간 음악제를 곁들인 축제를 열면서 제1회 축제를 개최한 이래 1883년 뮌헨의 6대 메이저 맥주회사가 축제를 후원하면서 4월 축제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국민 축제로 발전하였다.
축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보도기록을 찾아보면, 1999년의 경우 전 세계에서 680만 명이 축제에 참가해 600만 L의 맥주와 63만 마리의 닭, 79만 마리의 소가 소비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당시 무려 1,000개가 넘는 독일의 맥주회사가 참가하였다. 이후 참가자 수가 늘어나 2000년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갈수록 그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뮌헨의 인구는 143만 명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축제를 찾는지 알 수 있다.
독일 국민들에게 있어 맥주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와인, 영국의 위스키, 러시아의 보드카, 일본의 사케, 불가리아의 라키아, 멕시코의 테킬라, 그리스의 우조, 쿠바,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섬나라의 럼과 중국의 바이주, 대한민국 국민들의 막걸리와 소주와 같이 자국을 대표하는 술임과 동시에 유구한 민족 문화의 한 부분으로 그 자체가 자존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 특색 있는 로컬 맥주 양조 브랜드 중심으로, 글로벌 대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독일 맥주의 각 지방에서 갖는 자부심을 어딜 가든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 백 년간 작센, 바이에른, 프로이센, 등등 자그마한 공국들로 쪼개져 있다가 독일 제국으로 통합된 이후 제1,2차 세계대전과 동서독 분단과 같은 격동기를 겪고 오면서 게르만족의 자부심을 모두 함께 공유하며 각 지방들의 다양성을 아우룰 수 있는 하나의 민족문화적인 코드심벌이 되었다.
그래서 독일에는 쾰른에서 포츠담까지, 또 뮌헨에서 슈트랄준트까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하나씩 있고, 이에 대하여 큰 자부심과 애정을 쏟는다. 유럽인들과 여행자들끼리 이런 살벌한 농담도 나온다.
“나치 독일 이후 민족주의가 완전히 거세된 독일에서 다른 건 다 욕하고 독일을 무시해도 되지만 맥주 맛 품평만은 함부로 하면 다음 날 아침 빛을 못 볼 수 있다.”
‘살벌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농담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일인들에게 로컬 맥주는 그들에게 자부심과 자존심이다. 독일 출신이던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독일인답게 맥주를 공식석상에서 와인보다 훨씬 더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바이에른이 고향이었던 지라, 가장 좋아하는 맥주로 밀맥주를 꼽았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 현지에 가서 맛난 생맥주를 마시면서 어쭙잖게 독일인과 그 동네 맥주 품평을 하는 모험을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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