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쿠팡 새벽택배 노동자의 죽음을 목도하며...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뉴스기사를 읽으며 갑작스럽게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아서 몇 분간 숨쉬기가 힘들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8964833&code=61121111&cp=nv
아버지가 돌아가신 한창 젊은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쿠팡 새벽배송으로 일하다가 아버지의 발인을 끝내기도 전에 바로 다음날 출근할 거냐는 대리점 측의 연락을 받고는 너무 힘겨워서 하루만 쉬고 출근하겠다고 했다가 출근 이틀 만에 연이은 과로로 인해 차량 사고를 일으켜 사망하고 말았다.
줄초상...
그 젊은이가 가정은 꾸렸는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자세한 내막은 기사의 행간을 통해 읽어낼 수 없었지만, 그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계 전장에 몰린 한창 젊은 아들이 다시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게워내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과는 별개로, 사람이 죽고 사는 것만큼 큰 일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논리에 대해서는 200% 공감한다.
생계를 유지하려고 바둥거리는 것이 오히려 과로를 부르고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진다면 그것만 한 모순은 없다. 죽으려고 일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겨 제대로 그 슬픔을 갈무리하는 데에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을 그 젊은이가 새벽에 차를 몰고 여기저기 무거운 택배를 들고 뛰어다니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그 어둠의 길을 뚫고 핸들을 돌리며 얼마나 순간순간 울컥 거리며 슬픔이 복받쳐 올라왔을지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왔다.
어렵다고들 한다. 사회가 너무 극과 극으로 극명하게 갈려서인지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여지가 없다며 죽기 일보 직전의 극박한 상황을 말하는 이들도 있고, 그 와중에 배고픈 게 뭔지 민생고가 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정치싸움에 골몰하며 제 이익을 챙기겠다는 자들도 득시글거린다.
이젠 10억 단위는 돈도 아니고 100억 단위쯤은 되어야 돈이 많구나, 할 정도로 부정부패로 제 배를 불리는 이들은 훨씬 더 빠르고 높이 도망쳐버리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휴게실 냉장고에서 꺼내먹은 초코파이를 훔쳤다며 고소하고 그것을 기소하는 검찰이라는 작자들이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슬픔을 갈무리할 틈도 없이 새벽 노동으로 내몰려야 하는 젊은이들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정신 나간 정권이 물갈이가 되었다고 한들, 그들에게 사역하며 승승장구하고 심지어 정권이 바뀌었어도 승진하고 요직을 차지하는 자들이 여전한 사회는, 일제 강점기 나라를 팔아먹으며 매국노짓을 하다가 세상이 바뀌고 빛을 찾았다고 하는 세상에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사역하던 매국노들밖에 일할 사람이 없다며 청산하지 못했던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됨을 느낀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실에서 직접 계엄에 사역한 자들이 득세하고 자리를 보전하거나 승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스피치를 냈을까.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새로 바뀌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종국에는 그 안에 쓰레기들을 일소하고 그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반면교사의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그런 자들은 여전히 양산될 것이고 그들은 여전히 그렇게 치부하며 호가호위를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 차량사고로 창졸간에 세상을 떠난 그 젊은이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곳에서라도 행복한 휴식을 갖기를 기도한다.
또한 더 이상 이런 극단적인 모순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할 수 있는 사회로 조금이나마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