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수사 심의와 감찰의 실상 - 7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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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지루한 진빼기식 대화가 계속되다가 교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여태까지고 뭐고 필요 없고 딱 한마디로 대답을 왜 못하느냐구요! 그렇게 간략하게 대답하면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왜 자꾸 명확하게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되는 사실관계 파악 절차를 피하려 드는 거죠? 뭔가 곤란하세요, 혹시?”
“아니, 피하시는 게 아니라요.”
느기작 거리며 경감이 말꼬리를 늘렸다.
“누구 명령이 있었나요? 아니면 담합이 있었어요?”
교수가 빠른 속도로 그를 추궁했다.
“하하하! 누가 담합 같은 게 있어요.”
실실 웃으며 경감이 말했다.
“그럼 왜 대답을 명확하게 하시면 돼요. 자아, 다시 물어볼게요.”
“아니, 그렇게 강요하실 이유는 없잖아요.”
경감이 한사코 깔끔한 즉답을 피하는 것은 그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경감은 왠지 모르게 자신이 그렇게 아닌 사실에 대해서 당당하게 대답하는 것이 행여 녹취 중인 이 대화에서 뭔가 덜컥하며 함정에 걸려 큰 실수로 모든 일을 망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강요고 뭐고를 떠나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잖아요.”
“당시... 수사기록을 보고 제가 해석을 해서...”
“아니, 당시고 뭐고 뭘 봤는지 그런 거 다 떠나서 하나씩 하면 되잖아요.”
불안한 듯 경감은 계속해서 자신이 준비했던 말만을 똑같이 구시렁거리듯 반복하고 있었다.
“자아, 일단 1번 피의자가 자신이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행위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는가? 인정하고 있는가?”
“으음...”
참다못한 교수가 왜 그 사실관계를 집요하게 물었는지 그에게 풀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재수사를 진행했던 여청과의 안 경위가 저에게 마지막으로 진술조서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피의자와 초동 수사관 모두가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고 그 부분에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 않으니 관련 증거를 제출하시거나 대질심문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한 녹취가 있어요.”
“아, 예. 저는 그거에 대해서 주장이 상반되고 그 주장만 놓고...”
“그러니까, 내 주장이 아닌 마지막에 그 수사를 했던 안 경위의 판단과 지금 김 경감의 판단이 다르다는 거죠, 맞죠?”
“뭐 다르다는 경우일 수도 있고 어떻게 말씀드렸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는...”
“어떻게가 아니라 김 경감이 확인한 것만 대답해주면 돼요. 피의자가,”
“네에.”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를”
“네에.”
“자신은 그런 사실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까?”
“네. 그런 진술이 확인이 안 되는 거죠.”
끝까지 대명사를 넣으며 경감은 자신도 모르게 숨기려고 하는 자신들 측의 전략을 흘리며 재확인시켜주었다.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니 끝까지 부인하는 것으로 하되,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그 행위를 확인할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 경감이 경찰 조직에서 확고하게 명령받고 이전 조사자들의 앞뒤 맥락에 끼워 맞춘 최종 전략임을 교수도 확인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물러설 교수도 아니었다.
“그런 진술이 확인이 안 된다라는 건, 내가 말한 진술을 말하는 건가요?”
“예.”
교수가 말한 진술에 해당하는 증거로는 최초 수사를 진행했던 수사관의 수사결과 통지서의 내용과 최종적으로 아동 수사를 담당했던 여청과 안 경위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기 김 경감이 피상적으로 그저 교수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폄하하기엔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마치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해줬다는 식의 바보 같은 경감의 부연설명이 붙여졌다.
“그러면 그렇게 설명을 하면 돼요.”
“자아, 그 내용도 아까 다 말씀을....”
“아니, 왜냐하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요. 왜냐하면 피의자가 그걸 인정하고 있으니까 증거자료 안 내셔도 됩니다,라고 초동 수사관과 여청과 안 경위가 모두 말했단 말이죠.”
“예에.”
“그런데 지금 그 수사기록을 모두 검토했다는 경찰청 본청의 김 경감이, ‘어? 그 사람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부인하는데요.’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예. 저는 그렇게 그러니까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또 말씀하세요.”
“두 번째 그러면 초동 수사관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주장이 다르니까 판단을 했을 거 아닙니까? 사실관계에 대해서?”
“네에.”
“그런데, 제가 받은 그 사람이 직접 작성한 수사결과 통지서의 내용에 의하면, 아까도 말했던 ‘아이를 던질듯한 행위는’이라는 주어로 시작하는 그 문장에 아예 그렇게 그 행위에 대해서 못 박고 그 행위를 인정하고 있어요.”
“네에.”
“그 행위라고.”
“네에.”
“그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한다고 주저리주저리 썼단 말이에요. 그런 행위가 없었거나 판단할 수 없었던 거라면 굳이 그렇게 쓸 이유가 없다는 게 이 사건을 검토한 다수 법조인들의 설명이에요.”
“네에.”
“이 사람은 이 문장을 보면 자기는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있었다고 분명히 판단을 내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였기 때문에 이게 협박죄가 성립이 안된다는 둥 여러 어른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포감을 충분히 줄 만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둥, 이런 설명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예에.”
“자아,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두 번째 질문합니다.”
“예에”
“초동 수사관이었던 이 경사는 피의자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어요? 피의자가 부인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해주고 있어요?”
“다시 한번만, 뭐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두 번 말이 꼬인 것뿐인데 경감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당황해서 재질문을 던졌다.
“뭐, 뭐라구요?”
“초동 수사관인 이 경사는,”
“예에.”
“피의자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나요? 아니면 피의자가 부인하는 사실에 대해 인정해주고 있나요?”
“지금 말씀하시는 게 수사결과 통지서를 보고 말씀하시는 거죠?”
“네에.”
“어떤 행위를 말씀하시는 거죠?”
대명사를 쓰지도 않았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고 어떤 행위냐고 재차 묻는 경감의 뻔뻔하고 무지한 태도에 교수는 넌더리가 났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며 대답했다.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지요.”
“예에.”
“이 경사가 그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냐구요?”
“아, 이 경사가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작은 실수라도 벌이지 않기 위해 찬찬히 돌다리를 두드리겠다는, 경감의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계속 데굴거리며 교수의 귀를 간지럽혔다.
“아, 그런 거에 대해서 어, 이 경사의 입장을 물어보는 건가요?”
굳이 재차 삼차 묻지 않아도 될 질문을 거짓말을 지어내고 그 앞뒤에 모순이 없게 어떻게 대답할 지에 대해 잔머리를 굴리며 경감이 계속 딴청을 피워대며 시간을 벌었다.
“그 사람에 대한 감찰을 요구한 거니까요.”
“예에.”
“김 경감이 내린 이 경사가 했던 판단을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묻는 겁니다.”
교수가 계속 그가 잔머리를 굴리기 어렵게 말을 섞었다.
“이 경사는 그렇게 쓴 걸 보니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 1번, 아니면, 어, 그 행위 자체에 대해서 이 경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거나 그런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 2번.”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인정을 못하는 걸로 저는 확인이 되었어요.”
왔다 갔다 횡설수설로 이어진 그 마지막 대답에 교수는 어이가 없었다.
“못 하는 걸로?”
“예.”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는 거죠.”
“자아, 그 행위 자체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데, 그 수사결과를 통보하려고 정리하는 문장에다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라고 주어를 시작합니까?”
“어, 어떤 부분이죠?”
여전히 머리를 굴릴 시간이 필요했는지 경감이 딴청을 피우며 또 질문을 던졌다.
“수사결과 통보서에”
“예.”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는’이라고 주어를 시작하는 문장이 있잖아요. 그 행위가 어떻게 때문에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로 그 문장이요.”
교수가 아주 상세히 이를 악물고 꾹꾹 한 글자씩 찍어가며 다시 그에게 말했다.
“예에.”
“왜냐하면, 사실관계에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지금 아예 김 경감이 말한 대로라면 상식적으로 수사관이 상반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면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는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는다라던가,”
“네에.”
“아니면 그런 행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자신의 판단을 적시했을 거란 말이죠, 수사관이라면.”
“예에.”
“그런데 그 행위가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그 행위가 공포심을 유발하고 위해를 가할만한 행위라고 보지 않는다라는 이유를 주저리주저리 앞뒤 안 맞게 달아놓았단 말입니다.”
“예에.”
“그걸 어떻게 이해하셨나요, 김 경감은?”
“저는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아까도 말씀드렸는데요?”
“아니, 인지하기 어려웠다가 아니라 그렇게 그 행위가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판단했다면 그 한 줄을 쓰면 그뿐인데, 그 행위는...”
“그렇게 쓴 것까지 제가 어떻게 뭐라고 할 필요가 있나요?”
이제 경찰청 본청 감찰계에서 근무하는 이 어린 경감은 막무가내식으로 우겨버리기로 결심한 듯 대답했다. 더 이상의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에 지겨웠던가 이 정도 우겨대는 걸 봤으면 경찰 조직에서 어떻게 우기겠다고 하는지 이해하고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는 항변에 가까운 답변이었다.
“어떻게 써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 말씀하시는 게...”
“김 경감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은 검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그 사람들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스타일을 논한 게 아니라 자기네들이 봤을 때 이 문건은 이 경사라는 현장 수사관이 쓴 건데, 우리가 이걸 보고”
“예에.”
“매일같이 수사기록과 재판 기록을 검토하는 게 일이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이 문장을 이해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행위에 대해서 이 수사결과 통보서를 쓴 수사관의 입장은 분명히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있었다고 본 것이 100% 맞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 굳이 있지도 않은 상황과 행위에 대해서 다른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이유를 달아가면서 그렇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한다고 설명할 이유가 없다. 정말로 그 행위가 증명되지 않은 피해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피의자와 상반된 진술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은 증거 불충분으로 처리하지, 다른 이유가 있어 무혐의라고 처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자, 이제 그만하시죠.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