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수사 심의와 감찰의 실상 - 1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08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어이가 없어 발검 무적이 한숨을 쉬며 한탄하듯 물었다.
“......”
“세 가지 사안에 대해서 문건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출하면서 항목으로 구분해서 각각 설명을 따로 해두었어요. 그게 어떻게 수사 심의 기록에 대한 증거라고 우깁니까?”
“네. 임 경위가 최초의 기록을 받을 때는 고소장도 같이 첨부되어 있어요.”
그걸 첨부라고 끝까지 우기는 정 경사의 태도에 발검 무적은 할 말을 잊었다.
“하아!”
“그건 임 경위의 자유의지가 아니잖아요. 함께 온 걸 그냥 본 게 그 사람 잘못입니까?”
정 경사는 어이가 없어 대꾸하지 않는 발검 무적의 태도에 신이 나서 자신의 논리가 먹혔다는 듯이 신나게 떠들어댔다.
“자유의지고 뭐고 그게 함께 있으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논리잖아요, 지금!”
“그럼 같이 들어있는 자료를 보지 않습니까?”
“뭐요?”
“아니, 보면 본다고 문제라고 하고, 안 보면 안 본다고 문제라고 하고.”
“내가 언제 그랬죠?”
“아니, 말이 그렇다 이겁니다.”
“내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던가요?”
“자꾸 그렇게 말꼬리 잡으시면 대화가 안 되고요. 제가 더 이상 통화가 힘듭니다.”
또 자연스럽게 도망가겠다는 제스처가 튀어나왔다.
“그거 기록에 다 있잖아요.”
“지금까지 얘기를 다 나누고 본인도 다 이해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무마하고 덮고 싶습니까?”
“아니 뭘 무마하고 덮는다고 그러세요? 그런 식으로 자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지 마세요.”
“....”
“저도 굳이 그분의 과오에 대해서 숨겨주고 할 필요가 없어요.”
“제 말이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구냐구요!”
발검 무적은 정말로 답답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의구심을 던졌다.
“아니 그분의 판단에 따르면 종결한 건이라고 판단해서 내사 종결한 건데...”
“그래서 그 판단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봐달라고 지금 정 경사에게 문제를 제기한 건데... 그게 정 경사의 임무잖아요.”
“아니요. 사건 처리 규칙에 보면요. 담당 검사와 협의... 아니 그건 첫 번째 건에 대한 거니까 그만두고 두 번째 건에 대해서 보면요. 기록에 고소장이 첨부가 되어 있더라구요. 이의신청 기록에요.”
관련 사건에 대한 것을 건드린 것에 대한 변명거리로 임 조사관이 찾아낸 것을 일관되게 정 경사도 발맞추어 말 맞추어 가며 밀어붙이기로 결의한 듯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었다.
“고소장이 첨부가 되어 있었잖아요.”
“왜 함께 첨부가 되어 있는지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네.”
“첨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그게 어떤 경위에 첨부된 것인지 알아볼 수 있는 거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도는... 이의신청 기록을 확인하면서요.”
이제 정 경사는 자신의 논리에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확신하는 말투로 꾹꾹 눌러 밟듯 말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이제 발검 무적도 어이를 넘어 더 이상 족칠 기운이 없었다.
“이렇게 그냥 덮어줘야 합니까?”
“하아!”
발검 무적의 훅 찌르기에 이제 지친다는 듯이 정 경사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정 경사가 이미 결제 도장받은 거에 대해서 다시 뭔가를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구요.”
“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전혀 아니구요.”
“아니, 아까 처음에 얘기할 때 정 경사가 그랬잖아요. 왜 그렇게 주장하시고 생각하시는지 저도 이해는 합니다, 이래 놓고...”
“저도 의구심이 들어서 일부러 기록도 다시 검토하고 전화도 해보고 한 거라고 말씀드리고 지금 기록까지 들고 와서 다시 읽어드렸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수긍을 못하신다고 하면 저도 이제 방법이 없죠.”
이제 그만 포기하고 자기를 놔달라는 강한 외침이 발검 무적의 귓가에 진하게 전해졌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무조건 우긴 것도 아니고 그러면 기록 가져와서 다시 한번 보면서 읽어드릴게요,라고 하고 기록까지 가져와서 다시 전화드린 거 아닙니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기록을 들고 와서 읽은 것이 대단한 호의를 베푼 것인 양 말하는 정 경사의 태도도 태도였지만 발검 무적은 이제 이런 자의 귀에 어떤 논리적인 설명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하아!”
“저의 결정에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다고 해도 제가 뭐 어떻게 할 방법은 없어요.”
붙잡고 꽉 잡은 손을 애써 떼어내려는 경찰의 온갖 수법이 다 흘러나오는 듯했다.
“아니 근데, 의심이 듭니다가 아니라 2018년도 건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 이유도 경찰청 본청에 다시 민원을 제기하기로 해서 안 하는 거지 지금 내가 수긍해서 이러고 넘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예예.”
“뒤에 것도 그렇고, 기록이 있으니까 그냥 본 거예요, 이게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겁니까, 정말로?”
“아니, 같은 대상물에 대해서 또 재물손괴가 또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법조인들 모두가 그거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네?”
“늦기는 했지만 형사과에서는 재물손괴죄로라도 이 부분을 범죄행위라고 보고 제대로 바로잡겠다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거잖아요.”
“네.”
“그런데 똑같은 행위에 대해서 앞에서 살펴본 녀석이 죄가 안된다고 했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게 맞는 거잖아요.”
“아니, 앞에는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으로 하셨었잖아요.”
정 경사가 자신도 모르게 실언을 했다. 물론 정 경사는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설명은 그냥 횡령죄일 경우에는 영득 의사를 따지지만, 앞서 발검 무적이 설명했던 것과 박 형사가 설명했던 바와 같이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이란, 남의 물건을 멋대로 손대면 성립하게 되는 보다 범주가 좁고 명확한 범죄임이 맞았다.
“네.”
“처음엔 재물손괴가 아니었잖아요.”
정 경사는 이제까지 감찰 쪽에서 덮어주는 논리대로 재물손괴는 성립할지라도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은 성립하지 않는 게 맞다는 억지주장을 지속하고 있었다.
“혹시 기억해요?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이 어떤 판단에서 나왔는지 알아요?”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정 경사가 갑자기 골 아프다는 죽는시늉의 목소리를 내며 말을 꼬았다.
“아! 그 부분까지는 생각이 안 나네요.”
그야말로 코미디 영화를 찍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 기억을 상기시켜드릴게요.”
발검 무적의 재발동에 정 경사가 화들짝 놀라며 말을 막았다.
“아니요! 아니요! 상기시켜 주실 필요 없어요!”
“이것 봐요. 초동 수사를 했던 이 경사의 보고서에는 마블 대리석을 가져갔다가 원상회복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어요. 그건 말이 돼요?”
“아! 그러니까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송치가 되었으니까 그걸로 되신 거잖아요!”
자신의 실수를 파고 들어와 다시 논의를 하기 시작하면 지금의 실수로 앞에 우겼던 것까지 모두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는 생각에 정 경사의 말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기소가 되었냐 하면....”
“그 부분까지는 제가 더 들을 것도 없고 드릴 말씀도 없어요. 그저 제 결정만 이렇게 나온 거에 대해서 이해를 하시든 못하시든 제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설명을 다 드린 것 같아요.”
그는 어떻게든 이제 이 끝없는 추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의신청이나 불복하실 거면 본청에다가 하십시오. 저는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성의는 다 보여드린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임 조사관 때랑 똑같은 투네요.”
“네?”
“나는 성의껏 판단해서 이런 결론을 내렸으니까 정 맘에 안 들면 불복 절차를 밟아라 이거잖아요.”
“네네. 맞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게 전화는 끝났다. 그대로 끝을 내면 임 조사관이라는 작자의 4년 전 수법과 동일하게 이 사건은 경찰들이 늘 키득거리며 말하는 ‘일반인들은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해!’에 해당될 사례였다. 물론 발검 무적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
해당 건에 대해 다시 감찰을 해달라고 바로 진정서를 작성해서 본청에 올렸다. 그리고 사건이 배당되어 또 다른 경찰이 새로운 젊은 경사가 사건의 감찰을 받았다며 연락이 왔다.
발검 무적에게는 뫼비우스의 띠나 시지프스의 산처럼 끊임없이 똑같은 반복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편, 중양서 여청과 강력팀의 팀장인 안 경위는 무척이나 떨리는 날들을 보낸 듯했다. 뜬금없이 김 교수에게 중양서 여청과 강력팀이라면서 안 경위의 부하인 듯 경사가 연락을 해왔다.
“아, 교수님이 저희 여청과에 다시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하셨나요?”
“네?”
뜬금없는 질문에 김 교수가 뜨악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경사가 물었다.
“다름이 아니고, 어제 우리 팀장이 사건에 대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혹시 저에게 연락해보라고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마도 김 교수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녹취파일이 끝내 마음이 걸린 듯했다. 교수는 안 경위의 불안감과 영문도 모르고 그저 떠보라는 전화에 전화를 건 경사도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 참에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자아, 내가 경사님에게 하나 물어봅시다.”
막 전화를 끊고 도망가려던 경사에게 발검 무적이 툭 던지듯 예의 그 질문을 또 던질 준비를 마쳤다.
“네.”
“안 경위가 수사했던 기록이란 내용 모두 다 봤죠?”
“네.”
“거기에 이 사건을 접한 초동 수사관이 결과보고서에 아이를 던질 듯한 행위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고려할 때 공포심을 유발하여 위해를 가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적었어요.”
“네네.”
“그 말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경사님도 한숨 쉬고 웃으셨지만, 그 내용과 별도로 지금 이 사람이 수사결과 보고서를 적었어요. 이 초동 수사관이 아기를 던질듯한 행위에 대해서 인정한 겁니까? 아닌 겁니까?”
간을 보려고 전화했다가 경사는 졸지에 자신이 여청과 강력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에 명확한 수사내용상의 판단을 대답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스읍! 그게.... 본인이 인정을 한 거죠, 그건.”
안 경위의 똥줄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자신이 사건기록을 검토한 그대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그 당연한 사실을 경사님 말고 서울 경찰청의 감찰계나 수사 심의계의 어느 한 명도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질 못하는 현실이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교수가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경사에게 전했다.
“그런 행위가 없었거나 고소인은 그렇게 주장하는데 증거가 없어서 피의자가 부인하고 있어서 증거 불충분하다, 뭐 이렇게 처리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지금 이 초동 수사관처럼 행위를 인정하니까 주저리주저리 써서 죄가 안된다고 한 건 그 행위가 있다는 걸 인정하니까 변명인지 변호인지 무혐의 사유랍시고 적어 내려 간 거잖아요. 맞죠?”
“에휴!”
경사도 어이가 없는지 기운 없는 한숨을 내쉬며 한심스러워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2310